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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2심 선고, '박근혜 국정원 뇌물'이 변수될까

[the L 리포트] [이재용 운명의 2심 선고 ①] '박근혜 국정원 뇌물' 사건, '朴-崔 경제적공동체' 심증 형성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그룹 승계를 완성하기 위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 지원을 한걸까? 아니면 정권의 강요로 억지 지원을 한 억울한 기업인일 뿐일까? 이 부회장의 유무죄를 가를 2심 선고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불거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사건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은 다음달 5일 이 부회장에게 선고를 내린다. 앞서 1심에서 이 부회장은 최씨와 공범 박 전 대통령에게 89억원의 뇌물을 줬다는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유죄로 인정된 89억원 가운데 72억원이 정씨의 승마 지원 명목으로 제공됐다. 1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단순뇌물공여죄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공소장 변경을 주문했다. 재판부 검토 요청에 따라 특검은 '단순뇌물공여죄'만 적시했던 공소장에 예비적 청구로 '제3자 뇌물공여죄'를 추가했다. '단순뇌물공여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제3자 뇌물공여죄'라도 적용해달라는 취지다.

'단순뇌물공여죄'와 '제3자 뇌물공여죄'의 가장 큰 차이는 '부정한 청탁' 여부다. 단순뇌물공여는 '돈이 오갔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되지만 '제3자 뇌물'은 제3자에게 돈을 주면서 부정한 청탁까지 했어야 한다. 특검 입장에선 이 부회장이 최씨에게 금품을 주면서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것까지 증명해야 하는 셈이다. 그만큼 입증이 까다롭다. 


◇재판부 '제3자뇌물 추가' 공소장 변경 주문…'단순뇌물죄'는?

재판부는 왜 입증이 더 까다로운 '제3자 뇌물공여죄'를 추가하도록 했을까? 사건의 특수성 때문이다. 뇌물죄는 공무원이 금품을 받아야 적용되는데 돈을 받은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아니라 '민간인' 최씨다. 삼성 측이 최씨에게 금품을 줬다고 바로 뇌물죄 적용을 할 수 없다. 1심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경제적 공동체'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됐던 이유다.

1심은 단순뇌물죄 적용에 '경제적 공동체' 여부를 고려할 필요는 없다며 이를 피해갔다. 재판부는 "공무원이 공모해서 공동정범인 비신분자(공무원이 아닌 자)가 뇌물을 받게 한 경우 본인이 받은 것과 동일하다"며 "'공동정범'이 성립되면 경제적 관계는 없어도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단독면담과 승마지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포괄적 승계작업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정부부처나 국회에 간접적 영향을 행사하는 대가로 금품을 제공했다"며 "묵시적 부정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2심 재판부가 직접 공소장 변경을 주문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1심과 달리 단순뇌물죄 적용은 힘들다고 판단하고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공소장 변경을 주문하며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해석이다. 이 부회장 측은 "돈을 받은 것은 일반인인 최씨인 만큼 단순뇌물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2심 재판부가 제3자뇌물을 택할 경우 '부정한 청탁'에 대한 논란이 일 수 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특검은 '0차 독대' 카드를 내밀었다. 특검은 1심까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9월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처음 독대했고 이 자리에서 승마 지원에 관한 얘기가 오갔다고 주장했지만, 2심에서는 그 사흘 전인 9월12일 청와대에서 한 차례 더 독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구에서 5분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청탁과 뇌물 요청까지 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주장에 맞서 새로운 정황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 측은 "기억하지 못하면 치매"라며 "0차 독대는 없었다"고 맞섰다.

'공소장 변경'에 대한 과도한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A변호사는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확신이 서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가능한 변수를 다 넣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1심 재판부는 공모관계가 긴밀하고 강해 보인다면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굳이 '경제적 공동체'일 필요까진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2심에서도 '묵시적 청탁'에 대한 판단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朴-崔 경제적공동체' 재판부 심증 형성될까

한편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가 이 부회장 재판에 변수로 작용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를 받아 쓰는 데 최씨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재판부가 이들이 실제로 '경제적 공동체'를 이뤘다는 심증을 갖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국정원에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전직 국정원장들로부터 매달 5000만~2억원씩 35억여원의 뇌물성 특활비를 받았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돈을 차명휴대전화 구입, 의상비, 기치료 등 주사 비용 등에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특활비 중 일부는 윤전추 전 행정관을 통해 최씨가 운영하던 의상실에 건넨 것으로 판단했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이 상납받은 금액의 정확한 액수까지 알았다는 정황도 발견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이른바 '문고리 3인방'에게 건넨 명절비, 휴가비 내역에 대해 최씨가 자필로 정리한 메모를 확보했다. 메모에는 청와대를 의미하는 'BH'라는 문구와 함께 J(정호성), Lee(이재만), An(안봉근)을 뜻하는 이니셜과 구체적인 액수가 적혀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이에 대해 "최씨가 작성한 메모에 (돈을) 받은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며 "최씨가 어떻게 그 액수를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메모를 보고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으로 연결된 관계라는 심증을 굳히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재판부 입장에서 자신의 판단이 후속적 판단과 모순될 경우 개인적으로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드러난 모든 정황들을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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