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서부지검에서 근무했던 여검사 B씨도 지난해 비슷한 일을 겪었다. 함께 저녁 식사 자리에 참석했던 한 부장검사가 손을 억지로 잡는 등 성추행을 한 것. 그는 수시로 '따로 은밀하게 만나자'는 등의 문자메시지도 보내왔다. 이 부장검사는 후배 검사 뿐 아니라 다른 검찰 공무원에게도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는 지난해 8월 면직처분을 받았다.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최근 폭로하자 검찰 안팎에서는 '곪은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간 성추행 등 문제가 발생해도 검찰 조직의 상명하복식 남성중심적 문화 탓에 제대로 된 대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다. 서 검사가 8년간 주저하다 최근에서야 관련 의혹을 폭로한 것도 이 같은 조직 문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 조직은 한마디로 '군대'라고 보면 된다"며 "최근 여성 검사 비율이 높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이 통용되는 곳"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검찰은 기수 문화가 강하고 매우 폐쇄적인 분위기"라며 "서 검사 사건처럼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좋게 넘어가자'는 식으로 무마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승진 등 인사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는 검찰 조직의 특성 탓에 서 검사 사건과 같은 일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지방검찰청의 한 검사는 "서 검사 주장대로라면 성추행 사건 당시 많은 검사들이 그 일을 목격하고도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셈"이라며 "추후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모두가 입을 닫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괜한 문제를 일으켰다가 조직 내에서 찍히게 될까봐 서 검사처럼 피해를 입은 검사들이 스스로 입을 닫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2000명 안팎의 작은 조직인 탓에 좋지 않은 소문이 빠르게 도는 점 등도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검찰 내 성범죄 등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현재까지 발생한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이에 상응하는 징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 유야무야 넘어갔던 일들도 이제는 큰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검찰 스스로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조직 문화를 더 유연하게 바꾸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성추행 등 문제를 일으킨 검사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통해 본보기를 만들면 유사한 문제가 재발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검찰 내부의 감찰 기능을 강화하거나 복무 규정 등을 손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가 변한 만큼 검찰의 조직 문화를 바꿔 나가려는 다양한 시도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 검사 사건을 계기로 대검찰청은 지난달 31일 자체적으로 조사단을 꾸려 검찰 내 성추행 의혹 사건 전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진상조사 결과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수사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조사단은 서 검사 사건을 포함한 검찰 내 성추행 의혹 사건 전반을 다룬다. 피해회복 방안과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키로 했다. 대검 관계자는 "일단은 지난해 12월 전국 검찰청에 내려보낸 조직문화개선지침이 최대한 잘 지켜지도록 지도·감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