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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이러려고 검사 됐나"…사고치는 선배들에 판·검사 '멘붕'

[the L] [서초동 살롱] 檢 내부 성추행 폭로…法 법원행정처 '법관 사찰' 파문에 판·검사들 충격


이번 주는 '법조삼륜' 가운데 두 축인 법원과 검찰이 극심한 내홍을 겪은 한 주였습니다.

검찰은 '성추문 폭로'로 조직 전체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는 지난달 26일 검찰내부망(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2010년 10월 장례식장에 조문을 갔다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던 안태근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서 검사는 "문제를 제기하자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경북 영주·문경·예천)이 사건을 덮었으며 자신은 부당한 인사 발령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서 검사는 같은달 29일 JTBC에 출연해 "(검찰 내에서) 성추행, 성희롱 뿐 아니라 사실은 성폭행도 이뤄진 적이 있으나 전부 비밀리에 덮었다"며 "성폭행은 강간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피해자가 (따로) 있고 제가 함부로 얘기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더 이상의 언급은 삼갔습니다. 현직 검사가 방송에 출연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서 검사의 대리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는 지난달 31일 한 방송에 출연해 "지난해 8월쯤 피해 사실을 전달했고 이후 직접 장관님께 메일을 보내 면담을 요청했다"며 "장관께서 거기에 대해서 답 메일을 보내 법무부 내의 인사를 만나보라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박 장관이 지정한 사람을 만나 진상조사 요청도 했었는데 그 후에 이뤄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도 했습니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31일 성추행 진상조사단을 발족하고 단장에 '여성 1호 검사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을 임명했습니다. 

검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한 검사는 "내가 이러려고 사법시험 공부해 검찰에 들어왔나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검사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후배들에게 뭐가 힘드냐고 물으면 '일은 힘들지 않다. 다만 선배들이 자꾸 사고를 쳐서…'고 해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다만 검사들은 "잘못된 조직문화는 당연히 잘라내야 한다"면서도 검찰 구성원 전부가 성추행 집단으로 매도되는 것은 안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한 부장검사는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우리는 더이상 조직 내의 성적 괴롭힘 문제에 있어서 미개한 조직이 아니다.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가해자에 대해 단호하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더"며 "피해자만 용기를 내 주면 자신이 입은 피해에 대해 진지하게 고충을 토로한다면, 돕고자 하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고 강변했다. 

법원에서는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조사하던 추가조사위원회가 폭탄을 터뜨렸습니다. 추가조사위원회는 법원행정처가 행정처 심의관 출신 '거점 법관'을 통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법원 내부게시판, 포털사이트의 익명 카페 등을 총동원해 특정 판사들을 광범위하게 사찰한 문건이 발견됐다고 보고했습니다.

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행정처는 법원 내 특정 연구회 소속 판사들의 학술행사를 막거나 축소하려고 시도하고, 심지어 특정 후보 당선을 위해 선거 전략과 지원단을 구성하는 식으로 판사들의 자율적인 선거에 개입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통령 선거 개입 판결 전후 법원행정처가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긴밀하게 교감을 나눈 사실도 나왔습니다. 

심지어 이게 끝이 아닙니다. 법원행정처는 행정처 심의관들의 PC를 조사위에 제공했지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PC는 끝까지 건네주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심의관들의 PC에서도 삭제되거나 암호가 걸려있어 조사하지 못한 파일이 760개에 이릅니다. 법원행정처에 대립각을 세운 판사들의 동향을 조사한 것을 넘어 이른바 '대응방안'이 실행됐는지도 조사위원회의 조사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여전히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대부분의 판사들은 충격과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재경지법 한 판사는 "대부분 일류대 사법시험 사법연수원 등을 최고 성적으로 나온 초엘리트 행정처의 일부 판사님들이 사법행정 핵심 이슈와 관련해 동료판사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밥먹듯이 했다"며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하도록 만들고, 또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을 사법부 독립의 수호자로 정당화하게 만드는 사고구조를 갖게 만든 것인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다른 판사는 "잘못된 것을 털고 넘어가야 하지만 걷잡을 수 없게 될까봐,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전부 날아가버릴까 봐 너무 두렵다"며 "이제 정말로 '법대로 하자'는 말이 더 이상 신뢰받지 못하는 사회가 될까 공포감이 든다"고 토로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후속 인사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법원행정처 조직 개혁을 위한 인적 물갈이의 신호탄으로 김소영 법원행정처장을 대법관으로 복귀시키기로 결정한 겁니다. 후임으로는 신임 안철상 대법관을 임명했습니다. 임종헌 전 차장의 PC 제출에 거부한 것에 대한 책임성 인사로 풀이되는데, 이번 결정으로 김소영 법원행정처장은 7개월 만에 처장 직을 내려놓게 됐습니다. 검찰 수사까지 가지 않고 법원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과연 법원이 스스로 모두의 의혹을 털어내고 진실을 명명백백히 공개할 수 있을까요.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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