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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리포트

'직장 괴롭힘 금지' 법안들 중 국회 통과는 '0건'

[the L] [STOP! 직장 괴롭힘]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 전수조사…2012년 이후 발의된 5건 모두 표류


2018년 2월 전북 익산시의 한 아파트에서 인근 사립학교 교사 A씨가 투신했다. 그의 유서에는 "B씨(동료 교사) 때문에 죽는다. 너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며 동료 교사의 괴롭힘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내용이 있었다. 유족들은 "A씨가 학교에서 수년간 지속적으로 동료 교사에게 괴롭힘을 당해왔으며 그동안 다른 학교로 옮길 수 없는 처지여서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 따돌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C씨는 노조에 가입한 후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했다. "돈을 벌려면 인격은 집에 두고 오라"는 비아냥과 함께였다. 다음날부터 일감이 오지 않았다. 회식에서 배제되는 것은 약과였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과 같이 밥을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인사고과에서 'D'를 받았다. C씨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스스로 고립돼야만 했다. 

지난 2014년 서울특별시 산하기관에서 여성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경에도 과도한 일감 몰아주기와 결제 거부 등 직장 괴롭힘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만약 '직장 괴롭힘 금지법'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직장 괴롭힘이란 성희롱, 왕따, 과중한 업무 부여 등 직장 내에서 노동자의 신체·정신적 건강을 침해해 노동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 전반을 말한다.

10일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이 2012년 이후 제19·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 231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직장 괴롭힘' 관련 법안은 총 5건이었다. 19대 국회에서 2건이 발의된 데 이어 20대 국회에서 이인영·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종오 전 민중당 의원이 각 1건씩 발의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단 한건도 없었다.

이 의원의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은 '직위, 업무상의 우월한 지위 또는 다수의 우월성을 이용해 다른 근로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훼손하거나 인격을 침해하는 행위'로 직장 괴롭힘의 개념을 정의했다. △의도와 적극성을 가지고 지속적·반복적으로 소외시키거나 괴롭히는 행위(왕따) △정당한 이유 없이 6개월 이상 업무에서 배제하는 행위 △불필요하거나 모순적인 업무지시를 반복하는 행위 △반복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인격을 침해하거나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등 유형별로 금지 의무를 지정했다.

한 의원의 법안은 직장 괴롭힘을 '직장 내외에서 직장 내의 지위나 인간관계 등의 직장 내 우월성을 이용해 업무의 적정 범위를 벗어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거나 업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일체의 행위'로 보고 예방교육의무를 사업자에게 부과했다. 윤 전 의원의 법안은 △격리시키거나 소외시키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경력과 동떨어진 업무를 부여하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한 업무 또는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는 행위 △퇴사를 유도하는 방편으로서 대기발령, 전환배치, 교육훈련을 하는 행위 등을 직장 괴롭힘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 법안들이 모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법원은 손해배상 외엔 직장 괴롭힘에 대한 피해구제책를 명령할 근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노동권익센터 관계자는 "법령이 없어 민법상 손해배상을 가해자와 사업주에게 청구하는 것 외에 피해자가 구제받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기존 민법을 통한 구제는 직장내 괴롭힘의 예방과 금지를 기업에 의무화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근로자들은 해고·징계 등 기업의 불이익처분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직장 괴롭힘 문제를 놓고 다투는 것 말고는 이를 문제 삼을 방법이 없다. 김승현 노무법인 시선 노무사는 "직장 괴롭힘을 놓고 다툰다 해도 인정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증거가 모두 회사에게 있고, 법령 자체가 없어 회사의 의무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발의된 법안들에도 다른 국가들처럼 직장 괴롭힘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는 규정은 없다. 예방교육 미실시에 대한 과태료 처분이 전부다.

문제는 앞으로도 직장 괴롭힘 관련 법안들이 언제 국회를 통과할지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여야간 힘겨루기 때문에 쟁점법안이 하나 나오면 다른 이슈가 모두 묻힌다"며 "최근 근로시간 단축 문제로 다른 법안 통과도 기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익법률단체 희망을만드는법 관계자는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에서 직장 괴롭힘을 당한다는 건 삶 대부분이 괴롭힘으로 가득찼다는 얘기"라며 "직장 괴롭힘을 개인의 업무능력이나 성격의 탓으로 돌리길 멈추고 이젠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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