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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올림픽 판사' 박진원 변호사 "약자의 편에서 공정히"

[the L] [피플] 스포츠분쟁 분야 독보적…배트민턴 이용대·김기정 구제 한국인 최초로 CAS 중재인 등재

박진원 오멜버니앤마이어스 한국사무소 대표변호사./ 사진=이기범 기자

"친구들이 '돈 많이 받겠다'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3주 간 거의 무보수로 봉사하는 거죠. 식사도 아침 말고는 나머지는 알아서 사 먹어야 하거든요. 러시아 선수들 출전 문제도 계속 있고 일이 쉽지는 않아요. 끝날 때까지 긴장 상태가 계속되겠죠. 있는 그대로 공정하게 하겠습니다."

박진원 오멜버니앤마이어스 한국사무소 대표변호사(72·미국 뉴욕주 변호사)의 말이다. 박 변호사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현장에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특별중재판정부 중재위원으로 활동한다. CAS는 이름처럼 스포츠분야 분쟁들을 해결하는 기구다. 스포츠계에선 대법원 같은 곳이다. 박 변호사는 이곳에서 스포츠분쟁을 판결하는 판사 역할을 맡았다.

박 변호사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력을 가진 인물이다. 2007년 한국인 최초로 CAS 중재인에 등재된 이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2016년 리우 올림픽 특별중재판정부 위원으로 선임됐다.

2014년 배드민턴 국가대표 이용대·김기정 선수가 도핑테스트 절차 위반으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을 때 두 선수를 대리해 징계를 철회시킨 경험도 있다.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 선수가 도핑 논란으로 리우 올림픽 출전 무산 위기에 놓였을 때 법률의견을 제공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의 원래 전공분야는 국제기업거래 및 분쟁이었다. 박 변호사는 "IMF 때 일을 많이 맡았죠. 주로 '얻어터지는' 쪽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였으니까요"라며 웃었다. 이때의 경험이 "난 약자의 편"이라는 소신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후 대한축구협회의 법률자문을 담당한 것을 인연으로 협회의 추천을 받아 CAS 활동을 시작했다.

CAS가 주로 다루는 사건은 △구단과 선수 사이 등의 계약 분쟁 △선수에 대한 징계 처분에 대한 분쟁 △도핑 관련 처분 결과에 따른 분쟁 등이다.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CAS는 승부조작이나 매수 등의 비리가 있지 않는 한 경기장 안에서 심판이 내린 판정에 개입하지 않는다. 심판의 판정은 '필드 룰'(Field rule)로서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도핑테스트 관련 분쟁으로 CAS를 찾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맥라렌 리포트'의 여파 때문이다. 2016년 공개된 이 보고서엔 러시아가 과거 국제경기에서 자국 선수들의 도핑테스트 결과를 대거 조작한 정황이 담겨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이를 근거로 러시아 선수들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제한하면서 개막 전부터 분쟁이 잇따랐다. 쇼트트랙 빅토르 안(33·한국명 안현수) 선수가 출전금지를 당하면서 국내에서도 관심사가 됐다.

CAS는 선수 개인의 권리와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게 박 변호사의 지론이다. 하지만 막상 사건에 들어가면 쉽지 않다. '도핑 문제만큼은 한 치의 의혹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IOC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판결까지 주어지는 시간도 많지 않다. CAS 판결이 언제 나오느냐에 따라 대회 결과가 좌지우지될 수 있어 최대한 신속하게 판결을 내려줘야 한다. 이렇다 보니 개인 입장에서는 억울해 보이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박 변호사는 설명했다.

법률시장의 국제화라는 흐름 속에서 국내 법조계에 어떤 조언을 하고 싶느냐는 물음에 박 변호사는 '교육'을 강조했다. 법률시장의 국제화라는 흐름 속에서 성장하려면 '기본기'부터 탄탄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어로 의견을 개진할 때 정확한 단어를 선택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단어 하나 때문에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도 있거든요. 미국 로스쿨을 다닐 때 뉴욕타임즈 기자에게서 영어수업을 받았는데, 글을 한 장 써가면 빨간 줄을 박박 긋고 네 장짜리 코멘트를 주더군요. 단어 사용이 틀렸다는 지적이 많았죠. 기본적인 거지만 쉽지 않아요. 철저한 어문교육이 우리에게 절실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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