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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벌어지는 '직장 괴롭힘' 탓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직장 괴롭힘은 여전히 불법이 아니다. 직장 괴롭힘을 금지하거나 예방을 의무화할 법적 근거도 없고, 심지어 직장 괴롭힘의 법적 개념마저 불명확하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프랑스·스웨덴·노르웨이·벨기에·캐나다·호주 등 선진국에선 직장 괴롭힘이 이미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기업에 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직장 괴롭힘 방지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프랑스다. 이미 2002년 사회현대화법에 '정신적 괴롭힘 금지' 규정을 도입했다. 노동법에도 '정신적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권리'를 명시했다. 이는 '어떤 근로자도 자신의 권리 및 존엄성, 육체 또는 정신 건강을 훼손당하거나, 또는 자신의 직업적 미래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는 근무조건의 악화를 목적으로 하거나 또는 그러한 결과를 초래하는 반복적인 정신적 괴롭힘 행위를 겪어서는 안 된다'는 문구로 구체화됐다. 기업들은 직장 괴롭힘 예방 의무와 가해 근로자에 대한 징계 의무를 진다.
직장 괴롭힘이 발생하면 피해 근로자는 회사의 귀책사유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업에 해고수당, 해고예고수당 등의 지급을 요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기업에 가해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직장 괴롭힘이 발견되면 종업원들의 대표에게 사용자에 대한 문제제기권과 제소권이, 노동조합에는 소송대리권이 부여된다.
형사처벌도 규정돼 있다. 직장 괴롭힘 가해자의 고의가 입증될 경우 2년의 징역 및 3만유로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심지어 형사처벌과 달리 민사상 손해배상의 경우 고의를 묻지도 않는다. 직장 괴롭힘의 결과만으로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 고의나 과실이 없어도 책임을 묻겠다는 이른바 '무과실책임'에 가까운 제도다.
호주는 2014년 연방 법령(Fair Work Act)에 직장 괴롭힘 조항을 넣었다. '개인 또는 집단이 일하는 노동자 또는 노동자 집단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비합리적으로 행위하며, 이 행동이 안전과 보건에 위험을 초래하는 것'을 직장 괴롭힘이라고 정의했다. 이 법은 직접 고용된 노동자뿐 아니라 외부 협력업체와 인턴, 자원봉사자 등에게도 적용된다.
캐나다 퀘벡주는 노동법에서 정신적 괴롭힘의 개념을 정의하고 '정신적 괴롭힘 없는 건강하고 안전한 노동환경의 권리'를 최저노동기준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다. 이는 직장 내의 가해자뿐 아니라 고객과 같은 기타 제3자로부터도 괴롭힘을 당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다. 기업은 제3자가 자신의 근로자에게 행한 괴롭힘에 대해서도 책임을 진다.
스웨덴은 1994년 세계 최초의 직장 괴롭힘 방지법을 만들었다. 근로자 개인 및 가족비방, 업무와 관련된 정보의 비공유, 업무성과 방해, 고립 유발, 부적절한 처벌 및 공격, 모욕 및 비꼼 등 8가지를 명시해 처벌한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직장 괴롭힘을 명시적으로 규율하는 법률이나 규정이 없다. 다만 일본 후생노동성은 직장 괴롭힘을 노동현장의 심각한 인권침해로 인식하고 행정지침 형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정부 차원에서 전국 단위 실태조사를 통해 현황을 수시로 파악한다. 그러나 기업에 예방의무를 부여하지 못하고, 손해배상 외에 법원에서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은 한국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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