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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 방안이 22일 대법관회의에서 의결돼 일선 판사들이 사법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3명은 이날 오전 대법원 청사 11층 대회의실에서 대법관회의를 열고 '전국법관대표회의'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근거규정에 해당하는 규칙안을 의결했다. 이들 규칙안은 조만간 공포절차를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일선 판사들이 사법행정 및 법관독립에 관한 사항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동안 대법원장이 사실상 권한을 독점했던 사법행정에 일선 판사들이 일부나마 참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에게 자문하는 것 외에 더 큰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닐 것으로 보이지만 제도화되는 것만으로도 그 의견이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규칙안'에 따르면 법관대표회의는 총 117명으로 구성된다. 법관이 300명 이상인 서울중앙지법은 내부판사회의 별로 3명의 대표를, 150명 이상인 서울고법과 수원지법은 내부판사회의 별로 각 2명의 대표를 선발한다.

이밖에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특허법원, 서울가정법원, 서울행정법원, 서울회생법원은 각 내부판사회의에서 선출된 각 1명을 대표로 선발하며 이외에도 서울가정법원을 제외한 가정법원과, 사법연수원, 사법정책연구원은 각 1명,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2명의 대표를 통해 법관대표회의에 참여하게 된다.

임기는 선출일부터 다음 정기인사일까지다. 한 차례 연임도 가능하다. 다만 후임자 선출시까지는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앞으로 매년 4월과 11월 두 차례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구성원 5분의 1 이상이 요청하는 등 필요에 따라 임시회의를 소집할 수 있게 했다.

대법관회의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실시해온 전국법원장회의에 대해서도 규칙안을 의결, 법적 근거를 명확히 했다. 규칙안에는 전국법원장회의 기능·구성·운영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사법행정사무에 관해 대법원장 또는 법원행정처장이 부의한 안건에 대해 자문하게 돼 있고 법원행정처장이 의장으로 회의를 소집하고 안건을 부의한다. 구성원은 △각급 법원장 △사법연수원장 △법원도서관장 △법원공무원교육원장 △사법정책연구원장 △법원행정처 차장 등이다.

정기회의는 매년 12월에 진행된다. 필요에 따라 임시회의를 소집, 자문이 필요한 사항 또는 법원장 등이 제안한 사항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할 수 있다.

이런 의결안 두 건을 통과시킨 대법관 회의는 법원조직법에 따라 대법관으로 구성되고 대법원장이 의장을 맡는다.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인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대법원장 역시 의결에서 표결권을 가지며 만약 찬반이 같은 표가 나올 경우에는 결정권을 가진다. 다만 대법관 회의는 비공개로 이뤄져 세부 결정 내용은 드러나지 않는다.

앞서 지난해 6월19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계기로 열렸던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의결안을 통해 "사법 행정에 관한 법관들의 참여기구로서 선출된 법관들로 구성되고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가칭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상설화돼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그러면서 대법원 규칙으로써 ‘전국법관대표회의(가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것을 건의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28일 이를 받아들이면서도 함께 의결된 블랙리스트 추가조사는 거부해 파장이 일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김 대법원장은 추가조사위를 출범시켰고 조사 결과 법관들에 대한 사찰 정황을 담은 다수의 문건을 찾아냈지만, 이를 블랙리스트의 존재와 연결짓지는 못했다. 대법원은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단장으로 이 의혹을 해명할 특별조사단을 꾸려 23일 첫 회의를 예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