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국정농단 알면서 묵인·은폐…국가적 혼란 악화"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 재직 당시 최씨의 비위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는 등 국정농단 사태를 방조해 국가적 혼란을 심화시키는데 일조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우 전 수석은 2016년 7월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직무감찰 등 조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간인 최순실이 재단 설립 모금 등에 관여한 경우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법적 검토 문건을 만들어 대응하도록 지시했다. 우 전 수석은 "최씨의 존재를 미리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민정수석으로 재단 관련 비위행위를 파악하거나 강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는 명백한 정황을 확인했는데도 진상조사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진상은폐에 가담해 국가적 혼란사태가 더욱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공정위 측에 CJ E&M을 검찰에 고발하도록 요구한 것 역시 직권 남용에 해당해 유죄라고 판단했다. 검찰 수사 결과 우 전 수석은 2014년 CJ E&M이 이념적으로 좌편향됐다는 이유로 공정위에 검찰 고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공정위는 CJ CGV의 불공정거래 행위만 검찰 고발하려 했지만, 신영선 당시 공정위 사무처장이 우 전 수석을 만난 뒤 'CJ E&M에 대한 검찰 고발 조치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바꿨다. 

재판부는 "민정수석으로 막강한 권한과 지위를 이용해 불이익을 주고 수사받게 하겠다는 부당한 의도로 공정위에 CJ E&M을 고발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해 업무 공정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전례없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우병우 개인비리 내사받자 위력으로 방해…유죄"

재판부는 개인 비리로 내사를 받게 되자 민정수석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방해했다는 혐의 역시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신에 대한 특감에 철저하게 비협조적으로 대응하면서 파견경찰관 감찰까지 시키는 등 노골적으로 업무를 방해해 제대로 된 감찰을 하지 못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2016년 7월 언론보도로 우 전 수석의 처가와 넥슨의 강남 부동산 매매, 아들의 병역특혜 의혹 등이 제기되자 특별감찰관실은 우 전 수석에 대한 감찰을 시작했다. 이에따라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우 전 수석 본인과 가족회사인 정강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자 우 전 수석은 이 전 감찰관에게 전화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감찰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특감실 직원들은 전방위로 압력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같은 재판부 판단에 따라 우 전 수석은 국정원 불법사찰 혐의 재판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우 전 수석은 자신을 감찰한 이 전 감찰관을 국정원을 통해 불법 사찰한 혐의로 지난해 말 구속돼 또 다른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이 정권에 비판적이라고 지목된 문체부 공무원에 대해 좌천성 인사조치를 지시한 혐의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 수사 만으로는 세평 수집 방법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고 관행상 인사 시기나 기간을 채우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또 우 전 수석이 문체부 장관을 겁먹게 할 만한 행위를 했다는 증거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K스포츠클럽에 대해 부당하게 감사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민정수석실에서 사업 보조금 집행의 적정성을 조사하는 것이 법령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최씨가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K스포츠클럽 사업을 본인이 소유한 K스포츠재단에 맡기기 위해, K스포츠클럽에 대한 꼬투리를 잡으려 민정수석실을 통해 부당 감사를 실시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