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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SOS노동법] 백화점 매장 직원, 근로자일까? 사업자일까?

[the L] 브랜드업체와 판매용역계약 맺은 위탁판매원…대법원, 근로자성 인정

그래픽=이지혜 기자

백화점의 각 코너를 맡고 있는 위탁판매원들은 근로자일까요? 아니면 사업자일까요? 

위탁판매원들은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 업체와 판매용역계약을 맺습니다. 이후 백화점 내에서 판매업무를 수행하며 매출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구조지요. 

기존의 판례는 용역의 위탁계약을 맺은 이는 독립한 사업자로 보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이런 백화점 매장 직원(이하 판매원)들이 근로자임을 최초로 인정하는 판결(2015다59146)을 선고해 이를 소개해드립니다.

김모씨 등은 넥타이와 스카프(머플러), 가방 등 수입·제조·판매업을 하는 A회사의 정규직 직원이었습니다. 이들은 회사의 요구로 2005년 8월 일괄 사직서를 제출한 다음 A사와 판매용역계약을 맺고 위탁판매원으로 전환됐습니다.

김모씨 등은 위탁판매원이 된 이후부터는 기본 수수료 외에 A사로부터 고정적인 월급을 받지 않고, 자신들이 판매한 매출액에서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았습니다. 세금도 근로소득세가 아닌 개인사업자에 해당하는 사업소득세를 냈습니다. 그러나 2005년 전·후로 정규직 판매원들과 위탁판매원들의 업무내용이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판매원들은 △A사가 지정한 백화점에서 △영업시간 동안 A사가 공급한 물품만을 A사가 지정한 가격으로 판매해왔고 △A사 직원이 상주하지 않더라도 이들에게는 백화점 매장관리지침을 준수하면서 백화점에서 요구하는 통상적인 수준의 서비스 품질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A사는 전산시스템을 통해 각 매장의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었고, A사 직원이 약 1주일 간격으로 매장을 방문해 판매 현황 등을 확인했으며 연 2회 신상품 소개 등에 관한 상품설명회를 연 것 외에는 업무수행과 관련해 별도의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신분이 전환된 2005년 이후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A사는 2005년 이후로도 여전히 내부 전산망을 통해 위탁판매원들에게 출근시간 및 시차의 등록 공지, 상품의 손실·반품·가격·할인행사 등 관련 공지, 재고실사 관련 공지 등 업무와 관련한 각종 공지를 했습니다. 각 매장에서 사용되는 비품·작업도구 등은 모두 A사 소유였고 판매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됐습니다. A사는 일정한 기간마다 인테리어 담당자를 각 매장으로 파견해 무상으로 매장 진열 등을 새로 해주기도 했습니다. 

A사는 일부 판매원들에 대해 임시직원 임금의 허위청구로 인한 횡령, 회식비 허위 청구 등을 이유로 징계권을 행사하거나 다른 매장으로 이동시키기도 했습니다. 매니저나 시니어, 사원 등의 직급이 분류돼 있긴 했지만 판매원들이 입사경력 등에 따라 자율적으로 붙인 호칭이었고 승진 등 인사명령도 따로 없었습니다. 판매원들은 휴가, 병가 등을 사용할 경우 A사에 보고했습니다.

김씨 등은 A사와의 판매용역계약이 종료되자 "판매원은 A사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들이다. 따라서 근로자가 퇴직한 이상 연장, 휴일 근로수당 및 퇴직금 등 7억3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나 A사는 "김씨 등은 A사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라 용역을 제공한 후 수수료를 지급받았을 뿐이므로 피고 회사의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며 다퉜습니다.

1심은 "A사가 매출액과 관계없이 일정한 기본 수수료를 보장해줬는데 이는 사실상 고정급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백화점 판매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해 "2억7000여만원의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2심은 "기본 수수료를 보장해 준 것은 직원에 대한 배려 차원이었으며 이를 근거로 '개인 매출만큼 벌어가는 급여 제도'의 본질이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회사가 판매원의 근태 관리를 거의 하지 않았고 근무 태도가 불량하더라도 불이익을 주지 않았으며 업무 수행 방식이나 휴가 사용 등을 판매원들이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종속적인 근로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패소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회사와 위탁판매원들 간의 판매용역계약이 형식상 위임계약이었고, 김씨 등이 A사의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했으며 4대 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에서도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더라도 이는 A사가 각 백화점 매장에 판매원들을 파견하는 방식을 변경하면서 백화점 판매원들에게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받고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우월한 회사의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 "(이들의 관계는)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계약"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종전부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판단기준을 제시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고정급여 대신 업무처리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받은 채권추심원·검침송달원 등의 경우에도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을 기초로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 있지요.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근로자성의 판단기준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이라고 설명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고용계약이 판매용역계약으로 전환됐음에도 실질적으로 판매원들의 업무내용 및 회사의 관리·교육방법 등에 차이가 없다는 사정을 근로자성 인정의 주된 근거로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특히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면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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