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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300시간 일하는데…" 변호사에게 근로시간 단축이란?

[the L] [서초동살롱] 과다노동 팽배한 변호사업계…공무원인 판·검사는 근로기준법 적용 안돼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있죠. 변호사들이 그렇습니다. 법으로 의뢰인들의 권리를 지켜주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권리는 못 챙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대표적인 게 근로시간 문제입니다.

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주당 근로시간이 최대 68시간에서 16시간 줄어드는 겁니다.

개정안은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의 경우 올 7월,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시행됩니다. 이를 어기는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저녁이 있는 삶'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Work and Life Balance)을 염원하는 직장인들은 이를 반기지만 변호사들은 다릅니다. 별로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죠.

대형 로펌 소속 5년차 변호사는 "일선 저연차 변호사들 입장에선 이전 기준도 안 지켜진 마당에 새로운 기준이 지켜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대형 로펌의 변호사들의 경우 심하게는 한달에 300시간까지 근무하는 게 현실입니다. 사실상 휴일도 없이 거의 매일 10시간씩 근무한다는 얘기죠.

변호사들은 왜 이렇게 오랜 시간 일을 할까요? 다른 로펌 소속 변호사는 "분업이 쉽지 않은 업무가 많다 보니 몰아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늦게까지 근무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진다"고 했습니다. 업무 특성상 갑작스럽게 법원이나 검찰에 출석해야 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도 근무시간이 긴 이유입니다. 

광고를 많이 하는 로펌들은 특히 사정이 열악하다고 합니다. 광고 비용이 많이 나가는 만큼 사건을 가릴 수 없어 들어오는 사건을 대부분 수임하기 때문입니다. 심한 곳은 변호사 1인당 한달에 사건 80건을 맡는다고 합니다. 통상적인 변호사들의 2배에 해당하는 업무량입니다.

경력이 없는 저연차 때는 일을 배워야 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변호사들은 입을 모읍니다. 대신 3~5년쯤 연차가 쌓이면 조금 더 업무 환경이 나은 로펌으로 옮기거나 아예 개인 사무소를 차려 스스로 근로시간을 조절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격무에 시달리는 건 같은 법조인인 판사와 검사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이 아닌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개정은 남의 일입니다. 

특히 적폐청산을 위해 전력질주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사무실은 밤 늦은 시간에도 대부분 불이 커져 있습니다. 공익을 위해 일하는 판사와 검사지만 이들 역시 국가에 고용된 근로자입니다. 이들도 적당히 일하고 쉬면서 맑은 정신으로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길 바라는 건 사치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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