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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7개 사업장서 자살 4건…직장괴롭힘 첫 정부 실태조사

[the L] [STOP! 직장 괴롭힘] 징벌적 손해배상 포함한 '차별금지법' 등 입법 대안 제시

편집자주'직장 괴롭힘'이란 직장 내에서 노동자의 신체·정신적 건강을 침해해 노동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를 말합니다. 직장 괴롭힘은 근로자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일터에서 벌어집니다. 밥벌이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업무방해와 성과 가로채기, 업무 몰아주기, 소문 퍼뜨리기, 성희롱, 왕따, 폭력 등의 직장 괴롭힘은 직장 내부 인간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단순한 갈등을 넘어선 명백한 '위법행위'입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은 이러한 상황에 경종을 울리고자 '직장 괴롭힘의 현황을 집중 조명합니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직장 괴롭힘과 관련된 정부의 첫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 괴롭힘 피해자 대부분(88%)이 우울증 등의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다. 17개 사업장의 피해자 가운데 자살한 피해자도 4명이나 됐다. 직장 괴롭힘 피해자가 되려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경우도 71%에 이르렀다. 직장 괴롭힘을 당할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가능한 '차별금지법' 제정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7일 법조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이같은 내용을 주된 골자로 한 '직장 내 괴롭힘 대책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 최종보고서를 지난 6일 공개했다. 행정부 주도로 직장 괴롭힘에 대한 실태조사가 실시되고 그 결과가 발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직장 괴롭힘이란 성희롱, 왕따, 과중한 업무 부여 등 직장 내에서 노동자의 신체·정신적 건강을 침해해 노동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 전반(국가인권위원회)을 말한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17개 사업장 중 직장 괴롭힘 자살 4건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이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가해자 △피해자 △피해유형 △피해의 원인 등으로 사업장에서 발생했던 직장 괴롭힘 사건들을 종합 분석했다.

조사에 따르면 직장 괴롭힘과 관련한 정신적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사업장 가운데 15곳의 피해자에게서 우울증, 자살 등의 정신적 피해가 나타났다. 자살 사건은 4건에 이르렀다. 괴롭힘이 지속되면서 피해자의 인격과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자살에 이른 사례였다. 피해자가 도리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12건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괴롭힘의 피해가 자살까지 다수 이어진 데에는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터놓고 이야기 할 마땅한 대상이나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주요한 원인"이라며 "실제 인터뷰 결과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점은 자신의 고충을 상담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고 사내 고충처리절차가 형식에 불과하며 익명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직장 괴롭힘 가해자는 남성(59%) 상사(41%)에 의한 가해사례가 가장 많았다. 가해자가 두 명 이상인 경우도 59%로 나타나 직장 괴롭힘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괴롭힘 피해자 역시 한 명이 아니라 다수인 경우가 41%를 차지했다. 연구팀은 "괴롭힘이 사업장 내의 특정한 개인의 문제보다는 조직 전체 차원에서 다수 대 다수의 문제로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정규직도 직장 괴롭힘의 예외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민간 연구에서는 피해자가 비정규직인 경우가 직장 괴롭힘의 주된 대상으로 조사됐지만 정부 조사에서는 피해자 중 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이 53%로 더 높았다. 한 피해자는 "정규직이 비정규직보다 근로조건이 훨씬 좋기 때문에 피해가 있다하더라도 이를 참고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괴롭힘의 행위유형은 △개인적(폭언이나 폭행) △업무적(과중 또는 과소한 업무부여) △소외·고립(따돌림, 험담 등)이었다. 개인적 괴롭힘을 당한 경우와 업무적 괴롭힘을 당한 경우가 각각 76%에 이르렀다. 이 두 가지 유형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47%에 달했다.

특히 회사 전체가 개인을 괴롭히는 '구조적 괴롭힘'이 전체 사례의 59%를 차지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회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 대신 자발적인 퇴사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직장 괴롭힘이 동원되거나, 정당한 권리행사나 내부고발 등을 이유로 조직 차원에서 보복하는 식이었다.

연구팀은 "교육이 의무 사항인 직종이나 과도한 시장경쟁으로 인해 괴롭힘이 정당화 되거나 관습처럼 이어지고 있는 구조적 괴롭힘도 다수 확인됐다"며 "개별적인 가해자나 피해자, 또는 사업장 단위의 수준에서 자체적으로 괴롭힘을 예방하거나 해결하는 것이 실효적이지 못할 수 있다.  직종 단위나 산업 수준에서 괴롭힘을 규제하거나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차별금지법 등 입법 필요

이같은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제언으로 관련 입법이 필수적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피해자 구제에 중점을 둔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구체적으로는 직장 괴롭힘의 정의에서 괴롭힘을 '차별로 본다'는 내용을 법에 명시하고, 고용부문과 비고용부문을 구분해 차별금지 영역을 설정한 후 고용부문에서 직장 괴롭힘이 발생하는 경우 차별에 대한 책임을 사업주(법 적용 대상자를 고용한 자)에게 묻는 방식이다. 차별금지법 위반시 징벌적 손해배상도 고려된다. 연구팀은 "사용자에게는 강력한 규제 동기가 되면서, 피해자를 적어도 금전적인 측면에서는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와 함께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 및 인간의 존엄성과 인격권 보장 규정을 근로기준법에 삽입하고, 현행 폭행금지규정에  신체적·정신적(언어폭력 포함) 괴롭힘을 포괄적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방안도 제시됐다.

기업 차원에서도 직장 괴롭힘 금지를 기업 취업규칙의 필수기재사항으로 삽입하고,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할 경우 우선적으로 사내에서 해결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단체협약에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정부, 상반기 중 '직장괴롭힘 종합대책' 발표

정부는 이를 토대로 올 상반기 중 '직장 괴롭힘 종합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7월 행복한일노무법인(연구책임 문강분 대표)에 직장 괴롭힘 대책 수립을 위한 비공개 실태조사를 의뢰했다. 노무법인은 같은 해 9월∼11월 직장 괴롭힘 사건이 발생한 18개 사업장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직장에서 존엄성이 침해되거나 적대적·위협적·모욕적인 업무환경이 조성됐음을 한 번이라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전체의 73.3%에 이르렀다. 그러나 직장 괴롭힘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은 아직 국내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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