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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글 몰라도 찍게…투표 용지에 그림 넣어주세요"

[the L] [피플] 곽정숙 인권상 첫 수상…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김예원 변호사

"지금 하는 일을 오래 하고 싶어요. 변질되지 않고. 그게 제 목표고 꿈이에요."

변호사를 살 돈이 없는 이들의 사건만 맡는 변호사가 있다. 운영 중인 장애인권법센터는 1인 법률사무소여서 후원금도 못 받는다. 주변에선 걱정하지만 정작 본인은 "돈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됐다"며 웃어넘긴다. "지금처럼만 쭉 갔으면 좋겠다"면서.

곽정숙 인권상의 첫번째 수상자가 된 김예원 변호사(36)의 얘기다. 곽정숙 인권상은 장애인 인권활동가였던 고 곽정숙 전 의원의 뜻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존경하는 분의 이름으로 된 상을 받게 돼 감동이었죠. 사실 두려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많이 부족한데 상을 주신 건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일 것이라 생각해서 용기도 얻었어요."

김 변호사는 2012년 재단법인 동천 근무 당시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을 맡으면서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3년 실로암 연못의 집 원장이 원생 36명의 장애인 연금과 기초생활수급비 등을 가로채 유흥비로 사용한 사건을 맡았고, 2014년에는 파손된 장애인 노동자의 의족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이 모든 것이 우연히 시작됐다고 했다. "어릴 때 의료사고를 당해 한 쪽 눈이 안 보여요. 그렇다고 장애인 문제에 처음부터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는데 우연히 장애인 사건을 맡은 거에요. 관심을 갖고 보니 이들이 사회 전 영역에서 얼마나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지 보이더라고요. 그렇게 시작됐어요."

그렇게 시작된 것이 지난해 1월 장애인권법센터 창립까지 흘러왔다. 김 변호사는 피해를 입고도 도움을 받기 힘든 무연고 장애인과 장애아동, 장애여성, 정신 장애인들을 위한 법률 지원을 한다. 또 사건 수행 중 직면한 제도적 문제 개선을 위한 연구·교육 활동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변호사는 무엇보다 달라지는 피해자들의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슬픔에 가득 잠겨 어떤 의지도 없이 무기력하던 피해자가 조금씩 바뀌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어떤 목소리도 내지 못하던 피해자가 사건이 진행되면서 조금씩 용기를 내고, 직접 말을 하고, 법정에서 가해자를 보며증언을 하기도 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 자신의 땅을 단단하게 다져가는 피해자들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가장 시급한 문제가 뭐냐는 질문에 김 변호사는 쉴틈없이 답을 쏟아냈다. 학대 피해를 당한 장애인을 구출한 뒤 어떻게 지원할지, 도움이 필요한 장애 아동을 어떻게 찾아낼지, 탈시설 문제는 또 어찌할지 등. 그러면서 당장 오는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에 장애인이 제대로 투표할 수 있도록 '투표 용지'부터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만에서는 투표 용지에 후보 사진과 정당 로고를 넣어줘요. 글을 읽지 못하더라도 제대로 투표할 수 있도록요. 매 선거 때마다 얘기하는데 아직도 바뀐 것이 없어요. 이제는 바뀔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느껴요. 결국 인식과 관심의 문제인 것 같아요. 자주 보고 익숙해지면 그냥 똑같은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 달라지지 않을까요. 그렇게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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