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문의 02-724-7792

위클리

"다 끝난 일이라고? 2차 피해, 아직도 진행 중"

[the L] [그일, 그 후] 성균관대 "다 끝난 일, 2차 가해 없었다"vs 피해자 "여전히 2차 피해 당하고 있다"


3월29일 오후 6시30분,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앞에서 '성폭력 피해 생존자 집담회'가 열렸다. 저녁 봄바람은 아직 쌀쌀했지만, 이들은 야외에서 집담회를 열어야 했다. 당초 성균관대 강의실에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학교 측이 강의실 대여 허가를 반려, 즉 빌려줄 수 없다고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날 집담회는 '#Me_too 말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권력형 성폭력을 증언하다'는 제목으로 성균관대 문과대 여학생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같은 학교 A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를 비롯해 대기업, 언론사 등에서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피해와 폭로 이후 벌어진 일들을 증언하고 대처 방안 등에 대해 함께 논의해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외부·정치적 행사에 강의실 대여 안돼" vs "학생들이 주최한 행사인데"

여학생위원회에 따르면 성균관대 측은 행사 이틀전 강의실 대여를 승인했지만 외부행사라는 이유로 승인을 취소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외부인이 개입된 정치 행사에 강의실을 빌려줄 수 없다"며 "교육 관련 행사가 아니면 안된다.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라 원래 안되는 것인데 조교가 실수해서 허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학생위원회 측은 "해결되지 않은 교내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를 모시고, 문과대학 소속 위원회가 주최하며 성균관대 학우들을 청중으로 할 집담회가 외부의 것이냐"며 항의했지만, 학교는 불가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결국 집담회는 야외에서 진행됐다.

학교 측은 "다른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지만, 여학생위원회와 남 전 교수는 "학교에 의한 성폭력 2차 가해"라고 주장한다. 성추행 피해 사건이 불거지자 오히려 학교에서 쫓겨났다고 주장한 남 전 교수가 집담회에 나온다고 하자 자의적인 기준으로 강의실을 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A교수는 지난 2월 남 전 교수를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벌금 700만원) 선고를 받았다. 남 전 교수는 "성균관대 측에 사실이 알려졌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이번 강의실 사실 역시 그동안 가해진 2차 가해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했다.

여학생위원회 측은 학교 측의 강의실 대여 불허 통보를 받자 성명을 통해 "여전히 학교 당국은 진상규명과 반성, 달라질 것에 대한 노력은커녕 피해자를 가해자로 모는 2차 가해의 주체가 됐다"며 "자의적 기준 아래 돌연 집담회가 반려된 맥락과 '미투'(Me too) 운동에 대해 학교가 보였던 외면과 부정의 태도는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간 학교 당국은 '1심에서는 가해 교수 징계가 이뤄졌으나 2심, 3심은 또 모를 일이다' '성폭력 사건이 익명으로 투서되면 그만큼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 알지 않냐'는 등 오히려 2차 가해를 종용하고 미투 운동을 외면하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총장실 공식 입장 '2차 가해' 없었다" vs "'덮고가자'던 학교 관계자들이 2차 가해자"

성균관대 측은 "2차 가해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학교는 절차대로 진행해 A교수에게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고, 남 전 교수와는 계약이 만료돼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일 뿐인데 민주주의 사회에서 재계약을 안한 것이 문제가 되느냐"며 "(2차 가해가 없었다는 것은) 총장실 역시 같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 끝난 일로 A교수는 사직했는데 더이상 학교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며 "남 전 교수측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법대로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2015년2월 성추행 사건이 불거지고,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은 뒤 돌아와 강단에 섰던 A교수는 지난 2월 스스로 학교를 떠났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다 끝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남 전 교수 측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남 전 교수는 "성추행 사건이 알려지고 학교 관계자와 교수들에게 '조용히 넘어가자'고 회유당하며 들은 모욕적 언사들과 행동들에 대해 사과받고 싶고, 수년간 이어온 재계약이 성추행 사건 후 안된 이유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 내 성폭력이 발생하면 피해자가 조직을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되곤 하지만 피해자가 조직에 복귀하는 선례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남 전 교수 사건와 성균관대 구성원들에게 사건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실제 지난달 30일 성균관대 재학생 등으로 이뤄진 '미투위드유 연대'는 남 전 교수 사건에 대해 학교 측과 면담을 갖고 "직장 내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최종 관리자인 학교 측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학교는 조직적으로 성폭력·추행하지 않은 한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거부했다"고 전했다.  

남 전 교수 사건은 2015년 2월 A교수가 남 전 교수와 학생들에게 성추행을 했다는 투서에서 시작됐다. 남 전 교수는 "당시 다른 교수에게서 '남 전 교수가 대학원장이 되기 위해 한 일로 학교가 몰아가려고 하니 조심하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학교 관계자가 대학원 입학원서의 사진을 대조해가면서까지 익명 투서를 낸 학생을 찾아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성추행 조사위원회는 열렸지만, 위원들은 A교수와 친한 인물들이었고, 조사를 한다고 불러놓고 학교 관계자가 '아이들을 이용하지 말라'고 내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며 "교직원들이 외부에서 험담을 하고 다니는 등 학교에 남아있기 힘든 상황이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다른 대학의 B교수는 "성균관대 교수가 남 전 교수의 외모를 비하하면서 '그런 아줌마를 누가 성추행하겠느냐'는 식으로 험담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남 전 교수는 또 "학교 측은 계약 만료일 뿐이라고 하지만 계약 기간 중에도 수강신청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내 강의를 인원 미달이라며 폐강하려고 했다"며 "수강 인원이 충분해 강의는 열렸지만 이후에도 공지도 없이 연구실이 폐쇄되는 등 학교 차원의 2차 가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사진=남정숙 전 교수
◇"성폭력 폭로 후 집단 따돌림·재계약 거절…2차 피해 해당"


이날 집담회에 참여한 이들도 "남 전 교수의 참석 사실이 알려지면서 강의실 대여가 취소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이날 집담회에 참여한 C씨는 "야외 집담회를 준비하자 직원들이 현장에 나와 행사를 막으려고 학생들을 회유했는데, 결국 예정대로 진행되자 직원들이 참여 학생들의 사진을 찍었다"며 "익명 투서를 난 학생을 찾아내기까지 했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십여명에 달하는 남성 직원들이 학생들 주변을 둘러서서 사진을 찍는 상황은 굉장히 위협적이었고 학생들이 불이익을 입지는 않을까 걱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남 전 교수가 1인 시위를 할 때 직원들이 나와 주변에서 사람들에게 커피를 나눠주면서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나누면서 남 전 교수는 없는 사람처럼 무시하는 모습도 봤었는데 모욕적으로 보였다"며 "권력형 성폭력에 대해 학교 선배가 후배에게 이야기를 하겠다는데 어떤 점이 정치적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직장내 성폭력 사건이 드러난 뒤 조직 내에서 눈에 보이게 이뤄진 각종 불합리한 처우 뿐 아니라 은근한 집단적 따돌림 등도 모두 2차 피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인권위원회의 '성희롱 2차 피해 실태 및 구제강화를 위한 연구'(2015년)에 따르면 성희롱 피해를 말한 뒤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당한 경우도 2차 피해에 해당한다. 또 문제제기를 이유로 비난이나 따돌림을 당하거나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 소문 유포, 인격 모독 등 업무상 부당한 대우 역시 2차 피해에 해당한다.

지난해 개정돼 오는 5월부터 시행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 역시 이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법 제14조에 따르면 직장내 성희롱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는 조사 과정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근로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사업주는 각종 신분상 불이익 조치 뿐 아니라 '집단 따돌림, 폭행·폭언 등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를 하거나 그 행위의 발생을 방치하는 행위' 역시 해서는 안된다고 못박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성폭력 사건 발생 이후 제대로 조사하고, 조직원들에 의한 2차 피해를 막는 것 역시 조직의 책임이라는 취지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학이나 공공기관들 역시 성폭력 문제에 대해 전문성을 갖추지 못해 사건 처리가 형식적이고, 이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낙인찍히는 경우가 있다"며 "결국 기관장, 사업주 등이 성폭력 사건의 중대성을 알고 제대로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 공유트위터 공유
목록
 
세상과 잘 사는법, 내가 잘 사는법 - 네이버 법률 KLA - 제1회 대한민국 법무대상 신청하기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