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77)의 재산 110억여원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게 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뇌물로 받은 범죄수익이 11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 만큼 유죄 판결이 확정된 후 이를 몰수·추징하기 위해서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박철우)는 10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법원에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추징보전액은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액인 약 111억원이다. 추징보전 대상 재산은 이 전 대통령 명의의 서울 논현동 주택 등 실명재산과 경기 부천시 공장 등 차명재산이다.

추징보전명령이란 범죄로 취득한 재산을 형 확정 전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 처분 등을 금지하는 조치다. 추징금 등의 형이 확정될 경우 이를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함이다. 이 명령이 내려지면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해당 재산을 매각 등의 방식으로 남에게 넘길 수 없다.

형법 제134조와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 제42조는 뇌물로 수수된 자금을 몰수하고, 이를 몰수할 수 없는 경우 가액을 추징하도록 해 뇌물죄의 수익을 반드시 환수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현재 공여자 별로 △삼성그룹 약 60억원 △국가정보원 7억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22억5000만원 △김소남 전 의원 4억원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 5억원 △손병문 ABC상사 회장 2억원 △지광스님 3억원 등 총 111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뇌물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추징금은 100억원 이상에 이를 수 있다. 벌금은 내지 못할 경우 노역으로 대신할 수 있는 반면 추징금은 납부할 수 없는 상황이어도 이를 대체할 형벌이 없다.

이 전 대통령이 2013년 퇴임 전 마지막으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은 순자산 기준으로 총 46억3146만원이었다. 당시 363.80㎡(110평) 규모의 논현동 사저가 공시지가 기준 54억원으로 평가됐고, 예금 9억5000여만원 등 기타 재산도 있었다. 그러나 채무가 34억5000여만원 있어 그만큼 순자산은 적게 계산됐다. 공시지가가 아닌 시가를 기준으로 논현동 자택의 평가액이 약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논현동 자택만 팔아도 추징금의 상당부분 납부가 가능할 전망이다.

검찰은 실명재산 만으론 추징금 완납이 어려울 가능성에 대비해 부동산 등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으로 의심되는 재산들에 대해서도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했다. 조카 명의의 부천 공장 부지 등이다.

한편 판례에 따르면 뇌물죄의 피고인이 소유한 사실이 소명된 차명재산에 대해서는 추징보전명령이 가능하다. 대법원은 2009년 재산소유자 명의와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뇌물죄 피고인에게 귀속된 재산에 대해서는 △명의자와 피고인과의 관계 △재산 보유 경위 △자금의 출처 등을 근거로 피고인의 재산임이 소명될 경우 추징보전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앞서 검찰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36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면서 내곡동 자택과 수표 30억원 등에 대해 추징보전명령을 청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