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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판례氏] 책 안 쓰고도 '저자'…그런데 무죄?

[the L] 서점에서 팔리기 전에 책 압수…'배포' 인정 안돼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실제로는 책을 쓰지 않았으면서도 책 저자로 자기 이름을 올리는 건 잘못된 짓이죠? 대학가 교수들 사이에선 가끔 있는 일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경우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는 게 일반적 상식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런 일을 하고도 무죄가 확정된 묘한 판례가 있어 소개합니다.

실제로 책을 쓰지 않은 교수들이 자신의 이름을 저자로 올려 전공서적을 출판하다 적발됐습니다. 실제로 책을 쓴 사람의 동의를 받기는 했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발행한 책은 실제로 팔리지는 않았습니다. 2015년 9월 책이 창고에 들어가자마자 검찰로부터 압수됐기 때문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이들을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했습니다.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요. 대법원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대법원 2017도18230 판결)

원심 법원은 먼저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죄형법정주의란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해석하거나 적용해야 한다는 형법의 원칙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에 따르면 법 조항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이 금지돼 있습니다.

이어 원심 법원은 저작권법 조항에 따라 어떤 저작물을 ‘복제해 배포하는 행위’가 있어야 저작물의 발행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교수들은 저작물을 복제하기만 했을 뿐 배포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었죠.

이런 판결이 나오게 된 건 책이 서점에 가기도 전에 검찰에 압수됐기 때문입니다. 출판사의 창고에 들어오긴 했지만 그 직후 검찰에 압수 당해 시중에 풀리지 않은 책이라면 일반 대중에 공개된 책이 아니기 때문에 배포라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만약 검찰이 시중 서점에 풀리고 난 뒤 책을 압수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관련조항

저작권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4. "발행"은 저작물 또는 음반을 공중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복제·배포하는 것을 말한다.

25. "공표"는 저작물을 공연, 공중송신 또는 전시 그 밖의 방법으로 공중에게 공개하는 경우와 저작물을 발행하는 경우를 말한다.

제137조(벌칙)

①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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