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지헤 기자

부친의 회사에서 일하다 쓰러져 사망했더라도, 임금을 받고 근로자로 일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유족급여를 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부장판사 함상훈)은 15일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야간작업을 하다 뇌경색으로 쓰러져 사망했다. A씨의 아내는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라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청했다. 공단 측은 A씨가 업무 중 재해를 입은 것은 인정하지만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아버지의 회사에서 일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공단은 A씨가 근로자가 아닌 공동사업주라고 판단했다.

A씨 측은 "임금을 받기 위해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가 맞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달라며 소송을 했다.

법원은 A씨는 근로자가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회사에 자금 등을 투자한 것이 없고 수익에 관한 위험을 부담하지도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둘 사이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진 않았지만 영세한 사업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은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근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는지, 사용자가 근로 지휘·감독을 하는지, 근로자가 독립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등 여러 조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