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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불법 인터넷도박을 뿌리뽑기 위해 검찰이 칼을 빼들었다. 2015년 불법 인터넷도박의 규모가 47조원으로 파악되고 매년 그 규모가 증가하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는 인식에서다.

그간 검찰은 형법상 도박장소개설죄 등 기본 범죄로만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을 처벌해 왔지만 이들이 위법하게 얻은 소득에도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판단, 법정형이 더 높은 조세포탈죄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재억)는 18일 불법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조직폭력배 13명 등 총 73명을 적발, 45명을 도박장소개설 및 조세포탈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들이 내지 않은 세금은 총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국세청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세금을 부과하도록 조치했다.

검찰에 따르면 엄청난 범죄수익을 거두고 있는 대부분의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 사이에서는 처벌을 받더라도 '몇년 살고 나오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도박장소개설죄 등 기본 범죄의 선고형량이 높지 않은 탓이다. 대법원 양형기준상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관련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대개 징역 3년 이하의 형을 선고받는다.

이에 검찰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대법원은 불법 도박사이트 매출액은 부가가치세, 수익금은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조세포탈 범죄의 법정형은 연간 포탈세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징역 3년 이상, 1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이다. 또 포탈세액의 2∼5배의 벌금이 함께 선고된다.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관련 수사에 매달려 온 검찰은 형평을 고려해 과거 도박장소개설 등의 혐의로만 처벌을 이미 받은 사람에 대해서도 조세포탈죄를 적용해 추가로 기소했다. 또 신규 불법 도박사이트를 적발하게 된 경우 탈세 혐의를 함께 수사해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경기 성남에서 활동하는 국제마피아파 폭력조직원 출신 K씨(38)가 조직원 9명 등과 함께 중국 청도 등에 사무실을 두고 다수의 불법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를 운영하고 약 140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적발해 지난해 말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또 2015년 9월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혐의로 징역 1년6개월 및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판결이 확정된 D씨(46)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해 그가 212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지난 1월 재판에 다시 넘겼다. 검찰은 D씨와 함께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2명도 추가로 적발해 재판에 넘겼으며, 이 과정에서 현금과 외화 등 2억6000만원과 3000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도 압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불법 도박사이트에 대한 수사를 할 때 조세포탈 범죄도 적용하면 운영 적발에 따른 막대한 불이익으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감소 효과가 예상된다"며 "실질적인 범죄수익 환수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조세포탈 범죄 수사 노하우 등을 매뉴얼화했고 이를 전국 검찰청에 전파해 지속적 단속이 이뤄지도록 건의했다"며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뿐 아니라 조직폭력배 등이 개입된 지하경제 등 다른 범죄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