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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판례氏] 보험금 받으면 배상금 덜 받을까?

[the L]

/ 그래픽 =임종철 디자인기자

내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도 피해를 입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배상금이 문제가 된다.

옆 공장에서 난 불로 내 공장이 타버린 경우 옆 공장의 손해배상 책임액은 얼마일까? 피해자가 화재 보험금을 받고 난 후에도 그 손해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 원인 제공자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판시한 대법원 판결(2015년 1월22일 선고, 2014다46211)이 있어 소개한다.

A사는 2008년 10월 화재로 6억6000여만원 규모의 손해를 입었다. 바로 옆에서 영업을 하는 B사의 무허가 증축 창고에서 발생한 불이 A사 창고로 옮겨 붙은 탓이었다. B사의 무허가 증축 창고에는 화재 경보장치나 소방시설이 전혀 없었다.

다행히 A사는 C보험사의 화재보험 상품에 가입한 상태였다. 그러나 C보험사에서 받은 보험금은 3억2000여만원으로 전체 손해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에 A사는 B사에 나머지 손해의 전부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A사 전부패소 판결을 내렸다. "불이 B사에서 A사 쪽으로 번진 사실은 인정되지만 정확한 발화지점이나 발화원인을 단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경찰 수사자료와 소방당국 보고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의견이 B사 쪽에 유리하게 작용한 결과였다.

2심은 1심을 깨고 A사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구체적인 발화지점이나 발화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B사가 무단으로 증축한 건물에 소방시설이나 화재 경보장치 등이 전혀 없었던 점 △최초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건물 내에 플라스틱, 종이 등 불에 타기 쉬운 자재들이 다수 보관돼 있었던 점 △화재 당시 B사 직원들의 증언에 의해 최초 발화장소가 A사 쪽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점 등을 들어 B사에 A사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문제는 B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여부였다. 2심은 손해사정사의 평가대로 A사가 입은 손해액이 6억6000여만원에 달한다고 봤지만 △B사 측의 과실이 중대하지 않은 데다 △A사 역시 공장건물 구조가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 △발화지점, 발화원인이 명확치 않다는 점 등을 들어 B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60%(3억9000여만원)으로 인정했다. 또 B사의 손해배상 책임 중에서도 A사가 이미 C보험사로부터 받은 3억2000여만원을 뺀 나머지 7000여만원만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A사와 B사 모두가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A사 전부승소 취지로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피보험자(A사)가 보험자(C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은 보험 계약자 스스로 보험사고 발생에 대비해 그 때까지 보험자에게 납입한 보험료의 대가적 성질을 지니는 것"이라며 "제3자(B사)의 손해배상 책임과 별개의 것이므로 보험금을 제3자의 손해배상 책임액에서 공제할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또 "피보험자(A사)는 보험자(C보험사)로부터 수령한 보험금으로 메워지지 않은 남은 손해에 관해 제3자(B사)를 상대로 그 배상책임을 이행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금으로 전보되지 않고 남은 손해액이 제3자의 배상책임액보다 많은 경우 제3자에 대해 그 남은 손해액 전부를 이행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며 "남은 손해액이 3자의 배상책임액보다 적은 경우 그 남은 손해액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이와 달리 제3자의 피보험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경우 보험금을 공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종전 판례(2009년 4월9일 선고, 2008다27721)를 이번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하기로 한다"고 했다.

한편 A사와 B사의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의해 파기돼 원심법원으로 되돌아갔다. 파기환송심은 A사가 입은 손해액 총액을 6억6000여만원으로 보고 원인 제공자인 B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3억9000여만원(6억6000만원 X 60%)으로 봤다. 

또 대법원이 정한 기준에 따라 A사가 C보험사로부터 보험금(3억2000여만원)을 받고도 충당되지 않은 남은 손해액(3억3000여만원)이 앞서 산출한 B사의 배상책임액(3억9000여만원)보다 작기 때문에 B사는 A사에 3억30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A사는 파기환송 전 원심에서 인정받은 7000여만원 외에 추가로 2억6000여만원을 받아낼 수 있게 됐다.

◇관련조항
민법 
제390조(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민법
제393조(손해배상의 범위)
①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
②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

민법
제396조(과실상계)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상법
제638조(보험계약의 의의) 보험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약정한 보험료를 지급하고 재산 또는 생명이나 신체에 불확정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상대방이 일정한 보험금이나 그 밖의 급여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긴다.

상법
제665조(손해보험자의 책임) 손해보험계약의 보험자는 보험사고로 인하여 생길 피보험자의 재산상의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

상법
제682조(제3자에 대한 보험대위)
① 손해가 제3자의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는 그 지급한 금액의 한도에서 그 제3자에 대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취득한다. 다만, 보험자가 보상할 보험금의 일부를 지급한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②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제1항에 따른 권리가 그와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에 대한 것인 경우 보험자는 그 권리를 취득하지 못한다. 다만, 손해가 그 가족의 고의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
제3조(손해배상액의 경감)
① 실화가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닌 경우 그로 인한 손해의 배상의무자(이하 “배상의무자”라 한다)는 법원에 손해배상액의 경감을 청구할 수 있다.
② 법원은 제1항의 청구가 있을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사정을 고려하여 그 손해배상액을 경감할 수 있다.
1. 화재의 원인과 규모
2. 피해의 대상과 정도
3. 연소(연소) 및 피해 확대의 원인
4. 피해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실화자의 노력
5. 배상의무자 및 피해자의 경제상태
6. 그 밖에 손해배상액을 결정할 때 고려할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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