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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은 갑"…글로벌 명품 브랜드한테도?

[the L] 12년차 공정거래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공정거래로(law)' 이야기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그래픽=이지혜 기자

# A백화점은 2015년 4월부터 7월까지의 기간 동안 자신의 3개 점포에 입점한 이엘씨에이한국, 한국시세이도, 엘오케이 등 3개 납품업자와 5건의 인테리어 공사를 위한 매장 설비비용 분담에 관한 계약서를 계약체결일보다 지연하여 교부하였다.

이처럼, A백화점이 이엘씨에이한국, 한국시세이도, 엘오케이 등 3개 납품업자에게 계약서면을 사전에 교부하지 않은 경우, 대규모유통업법 제6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계약서면 사전 교부의무 위반행위’에 해당할까.

◇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없으면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안돼 

계약서면 사전 교부의무 위반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 A백화점이 납품업자들에 대하여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어야 하고, △ A백화점과 납품업자가 계약을 체결하고, △ 계약체결 즉시 법정 기재사항이 기재되고 양 당사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한 서면을 납품업자에게 교부하지 않은 행위가 있어야 한다.

이 중 ‘거래상 우월적 지위’와 관련하여, 대규모유통업법 제3조 제1항, 제2항에 의하면, 대규모유통업법은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 등에 대하여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거래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고,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는지 여부는 △ 유통시장의 구조, △ 소비자의 소비실태, △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등 사이의 사업능력의 격차, △ 납품업자 등의 대규모유통업자에 대한 거래 의존도, △ 거래대상이 되는 상품의 특성, △ 공정거래법 제2조 제2호의 기업집단 또는 대규모유통업자가 운영하는 유통업태의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 공정위 "백화점은 이엘씨에이한국, 한국시세이도, 엘오케이 등에 거래상 우월적 지위 있어"

공정위는 다음과 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A백화점은 거래상대방인 이엘씨에이한국, 한국시세이도, 엘오케이 등 3개 납품업자에 대하여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는 것으로 인정하였다.

첫째, 백화점은 일반소비자의 관점에서 볼 때, 일정한 품질이 보장되는 상품만을 거래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납품업자는 백화점 입점을 자신의 상품을 홍보하고 그 품질을 인정받기 위한 중요한 수단의 하나로 설정하고 있다.

둘째, 국내 상품유통에 있어 백화점을 비롯한 대규모소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고, 시장구조가 독과점화 되어 있는 상황에서 자체 유통망을 갖지 못한 대다수의 납품업자 등은 A백화점과 같은 대규모유통업자와 거래를 하지 않고서는 판로확보에 상당한 애로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셋째, 납품업자는 A백화점과 거래단절이 되는 경우에는 인테리어 비용 등 투자비용의 회수가 곤란할 뿐만 아니라, 대체거래선 확보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대형거래처인 A백화점과 계속적으로 거래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유지하기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넷째, 비록 인지도 높고 판매실적이 좋은 브랜드라 하더라도 A백화점 입장에서는 같은 품질의 다른 제품으로 대체 가능한 하나의 브랜드에 불과한 반면, 납품업자는 A백화점의 매장에 입점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매출신장 및 상품홍보에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되므로, A백화점은 거래상대방을 선택하거나 거래조건을 설정함에 있어 자기에게 유리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 서울고법 "아무리 글로벌 명품 브랜드라도 사업능력 격차는 납품업자만 고려, 지배회사·모회사는 고려 못해"

공정위의 판단에 대해 A백화점은, 납품업자인 이엘씨에이한국, 한국시세이도, 엘오케이는 세계적인 명품 화장품 회사인 에스티로더(Estee Lauder), 시세이도(Shiseido), 로레알(L’Oreal)의 자회사이고, 따라서 A백화점이 이엘씨에이한국 등 납품업자에 대하여 거래상지위를 판단함에 있어 이들 자회사만을 기준으로 A회사와의 사업능력 격차를 비교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지배회사의 사업규모를 합산한 상태에서 사업능력 격차를 비교하여야 하는데, 한국 납품업자의 지배회사인 에스티로더, 시세이도, 로레알의 사업능력은 A백화점의 사업능력보다 현저히 크고, 또한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해외 명품 화장품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A백화점과 같은 백화점 사업자들은 오히려 해외 명품 화장품 브랜드를 백화점에 입점시키기 위해 치열한 유치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서울고법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A백화점의 주장을 배척하면서 A백화점이 납품업자인 이엘씨에이한국, 한국시세이도, 엘오케이에 대하여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보았다.

즉, 이엘씨에이 한국 등 납품업자와 같이 납품업자의 지배회사가 세계적인 규모의 기업으로 명품 화장품 시장에서 상당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위 납품업자들은 각 독립된 법인격을 가진 개개의 납품업자들이고 그들 각자의 판단 하에 A백화점 운영의 백화점 입점 여부 등 유통 형태를 결정한 후 특약매입거래 등 기본거래계약을 체결하는 점과 대규모유통업법상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대규모유통업자에 대한 납품업자의 사업적 의존도, 즉 대규모통업자가 해당 납품업자의 거래활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가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인데, 이는 국내 상품유통시장에서 대규모유통업자에게 물품을 공급하는 업체의 사업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 점을 고려할 때, A백화점과 위 납품업자들의 사업능력 격차를 비교함에 있어 원칙적으로 납품업자의 사업능력만을 고려할 것이지, 납품업자의 지배회사 내지 모회사의 사업능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최근 중저가의 화장품 브랜드나 신규 해외화장품 브랜드 및 백화점 등 대규모유통업자들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PB(Private Brand) 제품까지 A백화점 등 대형 백화점에 입점하여 점유율을 높이고 있어 사실상 이엘씨에이한국 등 납품업자는 기존의 명품 브랜드 화장품의 납품업자들과는 물론이고 위와 같은 중저가의 화장품 브랜드 등과도 치열하게 경쟁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A백화점의 입점여부가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

◇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제외 규정이 사문화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 필요

얼마 전 위 납품업자 중 하나인 이엘씨에이한국의 경우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문을 연 갤러리아면세점63에 입점한 지 단 3주 만에 경쟁 브랜드인 샤넬과 동일한 조건을 제공받지 못한 데 대한 불만으로 11개 브랜드 10개 매장의 30명 판매사원을 철수시키는 특단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업계에 충격을 던져 준 사실이 있다.

또한, 엘오케이는 이른바 갤러리아면세점 길들이기에 편승하여 자신의 브랜드 매장에서 직원 20명을 사전 통보조차 없이 철수시켰으며 이에 갤러리아면세점은 자사 직원들을 임시로 매장에 파견해 공백을 메운 사실도 있다.

참고로, 샤넬의 경우 B백화점이 제시한 매장 개편안에 관한 마찰로 인해 B백화점 주요 점포에서 한꺼번에 철수하는 강경대응을 하였고, 그로 인해 소비자들은 “사넬에서 립스틱을 구매하곤 했는데 이제 필요할 때 마다 일부러 다른 백화점을 찾아야 할 거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위와 같이, △ 오히려 위 납품업자들이 면세점 등 대규모유통업자들 상대로 자신의 거래상지위를 과시했던 사례에 함께 △ 위 납품업자들이 공급하는 로레알, 에스티로더 및 시세이도 화장품은의 경우 소위 ‘백화점에 입점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명품’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기 전부터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명품’으로서 이미 주지되어 있던 브랜드라는 점, △ 2015년 매출액 기준으로 로레알은 299억 달러로 1위, 에스티로더는 109억 달러로 4위, 시세이도는 74억 달러로 5위에 해당하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 기업으로 사업능력의 격차를 비교함에 있어서 사업의 내용 및 경제적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는 지배회사와 자회사를 실질적·경제적 측면에서 사실상 하나의 사업자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 △ 위 납품업자들이 공급하는 화장품은 고가의 수입화장품으로서 그 판매처나 구입하는 소비층이 중저가의 화장품 브랜드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언제나 백화점이 해외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 대해 소위 ‘갑’인지에 대해서는 한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규모유통업법 제3조 제1항, 제2항에서는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 등에 대하여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거래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해외 글로벌 명품 브랜드에 대해서도 백화점과 같은 대규모유통업자에게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는 공정위와 서울고법의 판단을 보면서 과연 위 조항이 적용돼 대규모유통업법 적용이 제외되는 수준의 납품업자가 무엇인지 언뜻 떠오르지 않는 건 상상력이 부족한 탓일까.

[법무법인(유한) 바른의 공정거래팀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백광현 변호사(연수원 36기)는 공정거래분야 전문가로 기업에서 발생하는 복잡다단한 공정거래 관련 이슈들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공정거래법 실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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