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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서초동살롱] 실형 살아도 부활…'철밥통' 변호사 자격증

[the L] 형사처벌·징계 받아도 변호사 자격 회복…2012년 이후 '영구제명' 한 건도 없어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입니다. 의사가 한 번 잘못하면 환자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의사에게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도덕을 요구합니다. 

얼마 전 배우 한예슬씨가 의료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죠. 하지만 업무상 과실치상을 저질러도 의사의 면허는 취소되지 않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인권위원인 한 변호사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형사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제한할 수 있도록 의료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그럼 변호사는 어떨까요? 변호사도 의사 못지 않게 전문성과 도덕이 필요한 직업이죠. 재판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고, 때로는 국민 전체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니까요. 그렇다면 형사범죄를 저지른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이 제한될까요?

변호사법 제5조를 봅시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 집행이 종료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유예기간이 끝난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변호사 업무를 할 수 없다고 돼 있습니다. 뒤집어 보면 형 집행 종료 후 5년, 집행유예 기간 종료 후 2년이 지나면 변호사 자격이 회복된다는 겁니다. 변호사 자격이 회복되면 대한변협에 등록신청을 낼 수 있고, 3개월 내 등록신청이 거부되지 않으면 정식 활동이 가능합니다.

2016년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법조비리' 사건으로 엮였던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를 기억하시죠? 홍 변호사는 정 전 대표로부터 각종 부정청탁과 함께 2억원을 수수했다는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고 형 집행 중입니다. 변호사법대로라면 그의 변호사 자격은 형 집행 종료 후 5년 뒤 회복됩니다.

최유정 변호사도 기억하실 텐데요. 정 전 대표와 송창수 전 이숨투자자문 대표로부터 석방, 법원 로비 대가로 100억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었죠. 서울고법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이 파기환송하면서 다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실형이 확정된다면 최 변호사 역시 형 집행 종료 후 5년 뒤 변호사 자격이 회복됩니다.

몇년 기다린다고 무조건 변호사 자격이 회복되는 건 아닙니다. 변호사법 제5조 제10항 등에 따르면 변호사에 대한 징계권을 가진 대한변협에서 영구제명 처분을 내리고, 이 처분이 확정되면 변호사 자격을 아예 잃게 됩니다. 실제로 대한변협에서 영구제명 처분이 내려진 경우가 몇이나 있었을까요? 2012년부터 올 4월까지 약 6년 반 동안의 징계결정 자료를 확인해보니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홍 변호사, 최 변호사도 5년 간 변호사 활동을 금지하는 단순 제명에 그쳤습니다.

징계를 받은 경우는 어떨까요? 변호사법에 따르면 형사처벌이 아니더라도 징계에 의해 해임됐다면 3년, 면직됐다면 2년 이후 변호사 자격을 다시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을 하고도 이 같은 징계마저도 받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해 검사 2명이 후배 여검사를 성희롱했다는 의혹을 받고 물러난 일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징계 절차를 밟기 전 사표를 냈고, 검찰은 피해자가 더 이상의 공론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징계 없이 사표를 수리하고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변호사였다가 검사로 임용됐던 두 사람은 다시 변호사 일을 하겠다는 개업신청서를 서울변호사회에 냈습니다. 서울변회는 이들의 변호사 등록을 취소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대한변협에 전달했습니다. 두 사람이 징계를 회피할 목적으로 사표를 쓴 것으로 보여 부적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한변협 등록심사위는 이들의 변호사 등록을 취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형사처벌이나 징계를 받고 관둔 게 아니어서 취소할 이유가 없다고 겁니다.

2013년 '별장 성접대' 의혹에 휩싸여 법무부 차관 취임 6일 만에 사퇴한 김학의 전 차관도 변호사로 등록해 활동 중입니다. 김 전 차관은 당시 특수강간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었습니다.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었고, 서울변회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한 것 같지 않다며 등록 거부 의견을 냈습니다. 하지만 대한변협은 등록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김 전 차관의 사건은 최근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대검찰청에 재조사를 권고한 사건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런 사례들이 보도될 때마다 누리꾼들은 "누가 누굴 변호하느냐", "이런 게 철밥통 아니냐"며 분노하는데요. 변호사들도 못지 않은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한 변호사는 "그런 사람들 때문에 전체 변호사들이 불신을 받는 것 아니냐. 그런 사람들은 다시는 변호사를 못하게 막아야 하는데 '그래도 우리편'이라며 봐주는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물론 변호사 개인의 인생이 달린 변호사 자격 박탈 문제는 신중히 판단해야 할 사안입니다. "헌법이 보장한 직업 선택의 자유를 함부로 제한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지적도 수긍 못할 건 아닙니다. 하지만 한 변호사의 말처럼 일부 변호사의 자격을 유지시켜 주는 게 다른 모든 변호사들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면 전체 변호사들 입장에서도 반길 일은 아닐 겁니다. 변호사들이 신뢰받는 정의와 인권의 수호자로 진정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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