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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전 재산 기부하겠대요…어쩌죠"

[the L] [고윤기 변호사의 상속과 유언 이야기]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그래픽 = 이지혜 디자인기자

기부는 좋은 것입니다. 설사 세금을 줄일 목적이 있다하더라도, 기부는 그 자체로 좋은 것입니다. 기부와 관련해서 일 년에 1~2 차례 정도, 눈에 띄는 기사가 있습니다. ‘유언으로 평생 김밥을 팔아 모은 돈을 대학에 기부한 할머니’ 같은 종류의 ‘사후기부’에 관한 기사입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속담은 결국 ‘입신양명(立身揚名)’하라는 것입니다. 김밥 할머니는 기부를 통해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돌아가신 것입니다.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재산 전부를 종교시설·사회단체에 기부하기로 하셨다면 어떨까요? 우리 솔직히 말해 봅시다. 자식의 입장에서 볼 때, 정말 진정한 미담이라고 칭찬만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아버지가 가진 재산의 액수, 자식이 가진 재산 등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기는 할 겁니다. 

다른 집의 기부 이야기는 ‘미담(美談)’이지만, 우리 집의 기부이야기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식들 입장에서는 ‘아버지가 갑자기 왜 이러시지’, ‘내가 아버지께 잘못한 일이 있나?’ 등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합니다.  

이렇게 유언으로 재산을 특정인 또는 단체에게 주는 것을 법률용어로 유증(遺贈)이라고 합니다. ‘유언으로 하는 증여’라고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최근에는 신탁을 통해 유언으로 상속재산을 기부하는 ‘유언기부신탁’이라는 금융상품도 등장했습니다. 금전 재산을 은행에 신탁으로 맡긴 뒤 일반통장으로 사용하다가 맡긴 사람이 사망하면 신탁 잔액을 계약서상 명시해놓은 공익단체, 학교, 종교단체 등에 기부하는 상품이라고 합니다.

자식의 입장에서, 아버지가 한 유증을 취소할 수 있을까요? 일단 유증은 보통 유언한 사람이 돌아가신 때부터 효력이 발생합니다. 살아 생전에 유증을 했더라도, 그 유증자가 돌아가신 때 ‘증여’의 효력이 생깁니다. 유증을 받은 사람(수증자)은 유증한 사람(유증자)이 살아 있는 동안은 그 재산을 달라고 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자식들은 아버지가 살아계신 동안에는 원칙적으로 아버지가 한 ‘유증’의 효력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가 내 재산을 내 마음대로 처분하겠다는데, 자식들이 무어라 할 권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달라집니다. 자식들은 ‘유류분(遺留分)’이라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유류분이라는 권리는 상속인들이 자신의 법정 상속분의 1/2에서 1/3은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권리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내가 아버지에게서 상속 받을 몫이 100이면, 최소한 50만큼은 받을 수 있도록 규정된 법적 권리입니다. 

자식들은 유류분의 침해를 받은 만큼, 유증을 받은 사람에게 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생전 깊은 뜻은 훼손될지 모르지만, 자식들의 입장에서는 유류분만큼이라도 확보하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아버지가 생전에 이미 증여를 마치고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된 재산에 대해서, 상속인들은 유류분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요? 상속인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상속개시 전) 1년 내에 이루어진 증여에 대해서는 유류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증여자와 수증자 쌍방이 증여가 상속인의 유류분권을 침해 한다는 사실을 알았던 경우에는 1년 전에 한 증여에 대해서도 유류분 반환 청구가 가능합니다. 

자식들로부터 유증이나 증여에 대해 이의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더라도, 효력이 없습니다. 자식들이 얽히면, 내 재산이라고 해서 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고윤기 변호사(ygkoh@kohwoo.com)는 로펌고우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상속, 중소기업과 관련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100인 변호사, 서울시 소비자정책위원회 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중소기업 CEO가 꼭 알아야할 법률이야기’, ‘스타트업을 위한 법률강연(법무부)’의 공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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