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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가 겪어보니 말야"…'선배'와 '꼰대' 사이

[the L] [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선배가 하면 '조언', 꼰대가 하면 '강요'…깨어진 신뢰, 복원은 선배들의 몫


1. 나와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후배를 보면 바로 잡아주려 한다.
2. '내가 겪어보니 말야' 식의 조언을 많이 한다.
3. 후배에게 솔직하게 의견을 말하라고 해놓고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기분이 상한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꼰대 자가 테스트' 중 일부다. 총 20개 질문으로 이뤄져 있다. 16개 이상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면 '꼰대 말기'라고 한다. 11개 이상이면 '빼박(빼도 박도 못할) 꼰대', 6개 이상이면 '꼰대 꿈나무'란다. 개인적으론 '꼰대 꿈나무'라는 진단이 나왔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꼰대는 나이 든 사람 또는 선생님을 일컫는 은어다. 그러나 요즘엔 '자신의 구태의연한 사고 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이라는 의미 정도로 쓰인다. 일본어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지만 정설은 없다.

누구나 '꼰대'가 아닌 '선배'로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같은 사람이 같은 말을 해도 듣는 후배에겐 다르게 들린다. 선배로 인정하는 사람이 하면 '조언'이고, 꼰대로 보이는 사람이 하면 '강요'다.

일선 검사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에 도전한 사상 초유의 항명 사태는 결국 문무일 검찰총장의 판정승으로 막을 내렸다. 전문자문단은 만장일치로 문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수사외압 등 직권남용 의혹을 받았던 김우현 대검찰청 반부패부장과 최종원 서울남부지검장(전 춘천지검장)에겐 불기소 결정이 내려졌다. 대검으로부터 '수사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한 안미현 검사와 이에 동조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의 목소리는 힘을 잃었다.

'야심'에서 비롯된 사건이란 시각도 있지만, 한편으로 '선배'와 '꼰대'라는 프레임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문 총장과 대검은 선배로서 조언을 했다고 생각하고, 안 검사와 수사단은 대검이 찍어눌렀다고 느꼈다. 

대표적인 쟁점이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소환 문제였다. 지난해 12월8일 강원랜드 수사팀을 이끌던 이영주 춘천지검장이 문 총장에게 권 의원을 소환하겠다고 대면보고했다. 이때는 문 총장이 올 2월 수사단을 출범시키고 독립적 수사를 약속하기 전이다. 대검과 이 지검장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문 총장은 "추궁할 증거가 충분히 있느냐?"고 물었고, 이 지검장은 "그렇진 않지만 여론 때문에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에 문 총장은 "추궁할 증거도 없이 무작정 부른다고 그쪽에서 시인하겠느냐"며 "최홍집 전 강원랜드 사장이 구속됐으니 추가 조사를 통해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뒤 소환해야 진술을 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문 총장이 과거 특수부 시절 쓰던 수순이다. 이 지검장도 이를 수용했다. 결국 권 의원은 지난달 27일 소환조사를 받았고, 19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 지검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질책이 아닌 정당한 지휘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러나 이를 건너들은 안 검사와 수사단은 외압으로 이해했다.

외부 전문가 중심의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해 달라는 수사단의 요구를 물리친 대검의 결정에도 아쉬움이 없진 않다. 대검은 그 대신 법률전문가로만 구성된 전문자문단을 선택했다. 직권남용의 법리가 어려워 비(非)법률전문가들이 오판할까봐 걱정됐다면 충분히 설명해주면 될 일이다. 만약 그런 게 문제라면 일반 시민들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미국의 대배심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

같은 말이라도 '선의'로 들으면 '조언'이고, '저의'를 의심하며 들으면 '외압'이다. 선배의 말이 '외압'으로 들린다는 건 '신뢰'가 깨졌다는 얘기다. 일선 검사들이 대검의 주문을 '외압'으로 받아들이게 되기까지 과거 검찰 조직의 책임이 없지 않다. 무수한 경험 끝에 쌓인 교훈일 터다. 

'신뢰의 붕괴'는 '조직의 공멸'로 이어진다. 조언이 외압으로 의심받을 때 조언은 사라지고 경험은 흩어진다. 좋게 말해 '자율'이고, 나쁘게 말하면 '콩가루'다. 한탄할 일이 아니다. 세상이 변했다. 선배들의 업보다. '신뢰'를 복원하는 것 역시 선배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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