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2018.5.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삼성그룹의 다스(DAS) 소송비 대납 의혹에 대해 "검찰이 억지로 엮어서 만나보지도 않은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검찰 진술에 대해서도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2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본인의 첫 본공판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횡령) 등 16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법원에 'MB집사'로 불린 김 전 기획관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진료 내역을 받아줄 것을 요청했다. 김 전 기획관의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진술의 신빙성에 흠집을 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간 공방이 오가자 이 전 대통령은 "한마디 해도 되겠느냐"며 발언 기회를 얻었다.

이 전 대통령은 "그 사람(김 전 기획관)이 어떻게 그런 얘기를 했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보호하고 싶은 심정이고 애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며 "청와대 본관에서 대한민국 기업인을 만난 일이 없다. 본관은 공직자나 공직 관련된 사람들이 들어왔지 5년간 기업인이 한 사람도 들어온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건희가 들어왔다면 모를까 이학수(전 삼성그룹 부회장)가 (본관에) 들어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김 전 비서관이 무슨 대단한 권력이 있다고 대통령방에 이 전 부회장을 데리고 들어올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검찰을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우선 본관에 있던 돈을 김 전 기획관에게 줘서 쓰라고 했다고 했다가 말이 안되니까 바꿔서 다른 곳이라고 했다"며 "억지로 나를 엮고싶어서 만나지도 않은 사람(이 전 부회장)을 만났다고 한다"며 지적했다.

이에대해 검찰이 "피고인이 구체적인 사실을 말하면 검찰도 그에 대한 입장을 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자 이 전 대통령은 "그만하겠다. 검찰과 싸우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말을 멈췄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미국 대형 로펌인 에이킨검프의 변호사를 통해 당시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이던 이 전 부회장에게 자금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부회장과 김 전 기확관 역시 이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삼성 측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면을 기대하고 수십억원에 이르는 소송비를 대신 내준 것으로 보고,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