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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리포트

이재용 "대통령이 계속 화 내면 삼성에 어떤 일 생길지 몰라"

[the L] [비선실록(秘線實錄)-승마지원 ③] '박근혜-이재용' 2차 독대부터 삼성이 정유라 지원 결정하기까지

편집자주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진실은 뭘까? 우리가 알고 있는 게 과연 다일까? 수많은 진실들이 검찰과 특검의 피의자 신문조서 등 수사기록 속에 아직 숨어있다. 그 무수한 비밀을 품은 수사기록을 머니투데이 법률미디어 '더엘'(the L)이 단독 입수했다. "그때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해답을 방대한 자료 더미 속에서 하나 하나 건져올려 차례로 연재한다. '비선실세'에 대한 '수사기록'을 재구성한 '비선실록'(秘線實錄)이다.


2015년 7월2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삼성그룹 서초사옥 C동 41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의 집무실. 이 부회장과 최지성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67),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맡고 있던 박상진 당시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65)이 한자리에 모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66)과 이 부회장의 '2차 독대'를 이틀 앞두고 승마협회를 통한 올림픽 준비 지원 현황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9월15일 이 부회장과의 '1차 독대'에서 주문한 사항이다.

회의는 최 전 실장이 주도해 잡았다. 최 전 실장은 제주도에 출장 가 있던 박 전 사장에게 전날 전화를 걸어 서울로 불러올렸다. 이 부회장은 2017년 1월12일 박영수 특검팀에서 "최 전 실장이 7월25일 대통령과 독대가 잡혀 승마협회 업데이트를 하려고 한다면서 오겠냐고 해 저도 회의에 참석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亞승마협회장 선거? 굳이 출마할 필요 있나"

당시 회의에선 어떤 대화가 오갔을까?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이 박 전 사장의 보고 내용에 대해 지적을 했다는 것이 회의 참석자들의 공통된 기억이다.

다음은 최 전 실장이 2017년 1월9일 특검에서 검사와 주고 받은 문답이다.
검사: "2015년 7월23일 오전 10시쯤 이 부회장실에서 박 전 사장과 함께 3명이 회의를 하면서 어떤 대화를 했는가"
최 전 실장: "박 전 사장이 먼저 '협회장된 지 4개월이 됐다. 협회 안에 파벌이 있어 내부 정리를 하고 있다'고 보고를 하자 이 부회장이 '그런 이야기를 들을 필요는 없고, 올림픽 준비를 위해 어떤 일을 했느냐'고 물었다. 박 전 사장이 '올림픽 준비를 위해 한 일은 거의 없고, 아시아승마협회 회장 선거에 나가려고 하는데 그러면 올림픽 준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씀을 드리자 이 부회장이 '아시아승마협회 회장 선거에 나가는 것보다 올림픽 준비를 위해 말도 사주고 훈련도 지원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씀을 하면서 언짢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박 전 사장의 기억도 비슷했다. 다음은 박 전 사장의 1심 재판 당시 진술을 요약한 것이다. "최 실장에게 승마협회 현안으로 아시아승마협회 회장 선거 출마 계획과 파벌 문제 등을 이야기하고, 올림픽 준비에 대해서는 추후 자세한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그러자 옆에서 보고를 듣고 있던 이 부회장이 '파벌이야 어디에나 있는 것 아니냐, 그런 것에 신경 쓰지 마시라'고 하면서 언짢은 기색으로 '굳이 아시아승마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할 필요성이 있겠습니까'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도 이들의 진술을 대체로 인정했다. 다음은 이 부회장이 2017년 1월12일 특검 조사에서 한 진술이다. "(최 전 실장과 박 전 사장이) 그렇게 말을 했으면 맞을 것이다. 박 전 사장이 뭔가를 맡는다고 해서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 박 전 사장에게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고 한 마디 했던 것 같다. 파벌이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하길래 스포츠 협회는 어디든 파벌이 있는거 아니냐고 그 정도 말을 한 것 같다."

참석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씨(62)의 딸 정유라씨(22)는 언급되지 않았다. 박 전 사장은 회의를 마친 뒤 올림픽 지원을 위한 별도의 조치 없이 다시 제주도로 내려갔다. 이 부회장은 이 회의 이후 승마협회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챙겨보지 않고 박 전 대통령과의 '2차 독대'에 임했다고 한다. 

2차 독대가 있기 전날인 2015년 7월24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총수 오찬 간담회

◇"박근혜, 갑자기 톤 바꿔 '삼성이 한화보다 못하다'고 강하게 질책"

2015년 7월25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근 청와대 안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마주앉았다. 5분 남짓 이야기를 나눈 '1차 독대'와는 달리 '2차 독대'에선 30분 쯤 대화가 오갔다. 이 부회장은 특검에서 이날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승마 문제를 먼저 이야기했는지 동계 스포츠를 먼저 이야기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난다. 여하튼 대통령께서 동계스포츠와 관련해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을 활용하는 사업이 있는데 그게 잘 되면 평창올림픽에 도움이 될 것 같으니, 삼성에서 빙상협회도 맡고 있고 올림픽 메인스폰서이니 삼성에서 지원을 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톤을 바꾸시면서 '삼성이 승마협회 운영을 잘 못하고 있다. 한화보다 못한 것 같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해외 전지 훈련도 보내고 좋은 말도 사줘야 하는데 그걸 안하고 있다. 승마협회 지원 제대로 해라'라고 하면서 강하게 질책을 했다.

그리고는 승마협회에 파견돼 있던 삼성 사람들 때문에 지원이 잘 안 되고 있으니 교체하라고 하면서 구체적으로 '이영국', '권오택' 이름까지 거론하셨고, 교체할 사람으로 김재열 사장 직계 누군가를 이야기하셨던 것 같다.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태도 변화에 너무 당황해서 승마협회 문제를 누구랑 상의하면 되겠느냐고 여쭸더니 아무 말씀도 안했다."

그럼 박 전 대통령은 '2차 독대'에 대해 검찰에서 어떻게 진술했을까?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21일 서울중앙지검 조사에서 "어이가 없다. 어떻게 질책을 하느냐"며 "저는 그런 사실이 없다. 제가 제의를 해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았는데 제가 고맙게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또 이영국, 권오택 등의 실명을 거론했다는 이 부회장의 진술에 대해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며 "저는 승마협회에서 어떤 분들이 일하는지도 모르는데 제가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로부터 이영국, 권오택 등의 이름을 듣고 이를 이 부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의심했다. 최씨의 측근으로 독일에서 정씨의 승마 훈련 등을 도운 박원오씨(68)가 2017년 1월8일 특검에서 한 진술 때문이다. 박씨는 1995년부터 2008년까지 승마협회 전무로 일한 사람이다. 박씨가 특검에서 한 진술을 보자.

검사: "최씨는 7월23일 한국에 입국했는데, 입국한 직후 진술인(박원오)에게 연락을 해서 '승마협회 박상진 사장이 정유연(개명 전 이름 정유라) 승마 지원을 위해 연락을 할 것이니 만나라'는 지시를 했고, 그때 진술인으로부터 이영국 상무, 권오택 전무 등 승마협회 임원들의 문제점과 교체 필요성에 대해 들었다는 말이군요."
박씨: "예 그렇습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최씨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로부터 '삼성이 승마협회 운영을 잘 못하고 있고 승마협회의 이영국, 권오택이 문제'라는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있나"라는 검사의 질문에 "최씨는 그런 말을 저한테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 "내가 왜 대통령에게 야단을 맞아야 하냐"

'2차 독대'를 마치고 서초사옥 집무실로 돌아온 이 부회장은 곧장 최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가 당황을 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 주려고 그랬다."(2017년 1월12일 특검 진술) 곧장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 장충기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64), 박 전 사장이 최 전 실장의 집무실에 모였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말을 전했다.

다음은 장 전 사장이 2016년 12월20일 특검에서 진술한 당시 상황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대통령이 자신을 노려 보는 것이 흡사 '레이저'를 쏘는 것 같았다며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것에 대해 엄청난 심적 부담을 가진 것으로 보였고, 그 때문인지 승마협회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박 전 사장을 질책했다."

최 전 실장도 당시 상황에 대해 "이 부회장이 굉장히 당황해 하면서 '내가 왜 대통령에게 야단을 맞아야 하냐'고 말하면서 박 전 사장을 질책했다"며 "이 부회장 말로는 대통령이 '삼성이 한화보다 못하다'는 말씀도 하셨다고 해 제가 듣기에도 민망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2017년 8월3일 열린 1심 재판에서 '2차 독대' 직후 최 전 실장의 집무실에서 '레이저'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아버님께 야단을 맞은 것 빼고는 야단맞은 기억이 없는데, 정식 첫 독대나 다름없었고 특히 여자분한테 싫은 소리를 들은 것도 처음이어서 당황했던 것 같다. 다른 분들에게 한번 거르고 전달했어야 하는데 후회된다."

최 전 실장은 '2차 독대' 직후엔 박 전 대통령이 이 전 부회장을 야단친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했다. 특검에서 최 전 실장은 '대통령이 지적을 한 이유는 최씨의 딸 정씨에 대한 승마훈련 지원이 없었기 때문 아니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저는 당시에는 그 이유를 몰랐고, 8월3일 박 전 사장이 독일에 다녀온 이후 그 사실을 알게 됐다"고 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범 기자

◇"대통령이 계속 화 내면 회사에 어떤 일 생길지 모르는 것 아니냐"

회의가 끝나자마자 장 전 사장은 친분이 있던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59)에게 연락해 승마 문제를 협의할 사람에 대해 문의했다. "당시 대통령께서 크게 화를 내셔서 저희 삼성 입장에서는 매우 다급한 상황이있다." 장 전 사장의 진술이다. 그는 "안 전 수석이 '대통령께서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김종찬 승마협회 전무와 얘기하라고 하셨다'는 말을 저에게 전달한 기억이 있다"고 했다.

장 전 사장으로부터 이를 전달받은 박 전 사장은 '2차 독대'가 있던 날 저녁 김종찬 전 승마협회 전무, 이영국 전 삼성전자 상무와 저녁 식사를 한다. 박 전 사장의 진술에 따르면 그 자리에서 그는 김 전 전무로부터 "박원오가 독일에서 정윤회의 딸 정유라를 돌봐주면서 컨설팅 회사를 통해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그는 7월27일 출국해 다음날 영국 런던에서 전 세계승마협회 회장인 하야 공주를 만나 아시아승마협회 선거에서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독일로 건너가 박씨를 만났다. 

박 전 사장은 박씨에게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 승마선수인 최씨의 딸 정유라씨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이후 박 전 사장은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56)를 독일로 보내 승마 지원과 관련한 구체적 협의를 진행하도록 지시한다. 황 전 전무는 7월31일 독일로 출국한다. 삼성의 정씨에 대한 승마 지원은 이렇게 시작됐다.

박 전 사장은 출국을 하기 직전인 7월27일 오전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 등과 만나 회의를 했다. 박 전 사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그 회의에서 대통령의 지시대로 이영국을 황성수로, 권오택을 김문수 부장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이 부회장에게 이와 같은 사단이 나게 된 배경으로 승마협회 내부의 파벌 간 다툼을 설명하려 하자 이 부회장은 '저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전혀 없다'라고 하면서 '대통령이 계속해서 화를 내게 되면 회사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것 아니냐. 앞으로 잘 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진술했다.

황 전 전무는 독일에서 박씨를 만난 뒤 2015년 8월3일 귀국한다. 그날 오후 최 전 실장 주재로 장 전 사장, 박 전 사장, 황 전 전무가 모여 회의를 연다. 다음은 최 전 실장이 2017년 1월9일 특검에서 한 진술이다. 

"그 자리에서 황 전 전무가 말하길 '삼성에서 협회 지원에 소극적이고 자기들 파의 편을 들지 않고 편파적으로 협회를 운영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2015년 7월25일 이 부회장과의 독대에서 이 부회장을 질책한 것으로 추측되고, 삼성그룹에 어떤 불이익이 있을지 모르니 최씨의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한다. 최씨 측에서 정씨를 포함해 6명의 승마선수를 지원해 달라고 하니 금액을 줄이더라도 지원을 해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제가 장 전 사장, 박 전 사장, 황 전 전무에게 '그럼,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해 승인을 해줬다."

박 전 사장의 진술도 이와 비슷하다. 그는 2016년 12월18일 특검에서 "최 전 실장에게 관련 보고를 하자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그렇게 하라'고 이야기 했고 당시 최 전 실장이나 저는 대통령의 질책과 지시가 있는 상황에서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까지 알게 되면서 그야말로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사진=이동훈 기자

◇"승마 지원, 이재용에게 일부러 보고 안 했다"

그렇다면 이 부회장은 당시 승마 지원이 진행되는 상황을 직접 챙겨봤을까? 최 전 실장은 자신이 지원 금액 등 구체적인 사항을 직접 승인했고, 이 부회장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2017년 1월9일 특검에서 오간 검사와 최 전 실장의 문답이다. 

검사: "2015년 8월3일 박 전 사장과 황 전 전무로부터 보고받은 정씨의 승마훈련 지원 방안에 대해 이 부회장에게 보고했는가"
최 전 실장: "보고하지 않았다. (중략) 최씨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이 부회장에게 보고해봤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검사: "피의자가 당시 이 부회장에게 보고해 봐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최 전 실장: "어차피 최씨에게 지원해야 하는데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는 것이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중략)
검사: "이 부회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심한 질책을 받아 박 전 사장 등이 독일에 다녀온 후 정씨에 대한 승마훈련 지원 방안을 보고받고 피의자(최 전 실장)가 이를 승인했다면 당연히 이 부회장에게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를 했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지 않은가."
최 전 실장: "그런 면도 있지만, 제가 일부러 이 부회장에게는 보고를 하지 않았다."

최 전 실장은 또 "나중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제가 지고, 이 부회장은 책임을 지지 않게 할 생각으로 제가 이 부회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이 부회장의 진술과도 일치한다. 이 부회장은 특검에서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과 관련해)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박 전 사장에게 잘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를 했기 때문에 믿고 맡겼다"고도 했다.

또 이 부회장은 '대통령으로부터 매우 심하게 질책을 당했다면 당연히 진행 상황에 대해 확인을 해 보는 것이 상식 아니냐'는 검사의 추궁에 "저희 회사 일하는 스타일이 그렇다. 믿고 맡기는 것이다. 최 전 실장이 알아서 하신다고 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으면 이야기를 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는 또 '피의자(이 부회장)가 다른 부하 직원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라는 질문에는 "안타깝다. 제가 질 책임이 있으면 져야죠"라고 했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사진=이동훈 기자

◇이재용과 최지성, 무슨 관계?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은 도대체 어떤 관계였을까? 누가 결정 또는 지시를 하고, 누가 지시를 받는 관계였을까? 후계자와 회장인 부친의 최고 참모라는 관계의 특성상 모호한 면이 있다.

삼성에선 공식적인 행사가 끝난 뒤 최 전 실장이 탄 차가 먼저 출발하고 그 뒤를 이어 이 부회장의 차가 출발한다. 이 부회장의 집무실은 41층, 최 전 실장의 집무실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76)의 사무실이 있는 42층이다. 중요한 회의를 할 때 이 부회장이 최 전 실장의 사무실로 가기도 하고, 최 전 실장이 이 부회장의 사무실을 찾기도 한다.

이 부회장은 특검에서 최 전 실장과의 관계에 대해 "최 전 실장은 회장님의 최고 스태프이고 미래전략실장"이라고 설명했다. 검사가 '최 전 실장과 보고, 지시 관계인가. 대등한 관계인가'라고 묻자 "관록있고 실적을 내신 경영자"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미래전략실은 이 회장을 보좌하는 조직이고, 저를 보좌하는 조직이 아니다"라며 "다만 2014년 5월 회장님이 쓰러지신 후 최 전 실장께서 저한테 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신다"고 했다.

다음은 이 부회장과 검사의 문답이다.
검사: "이 회장께서 와병 중이셔서 당연히 아들인 피의자(이 부회장)가 회장 대행으로서 최종 의사 결정을 하는 것 아닌가."
이 부회장: "아니다."
검사: "최 전 실장이 최종 의사 결정을 한다는 것인가."
이 부회장: "예, 그렇다."
검사: "그렇다면 왜 최 전 실장이 피의자에게 회사 관련 정보를 주고 의견을 물어본다는 말인가."
이 부회장: "필요한 부분을 저에게 공유하고 있다."

이어 최 전 실장이 특검에서 한 진술을 보자. 
"이 회장이 쓰러지신 이후 제가 이 회장을 대리해 삼성그룹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고,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의 후계자로서 삼성그룹의 경영 문제에 대해 점차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가 삼성그룹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삼성그룹 중요 현안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께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관계다. 저는 이 회장이 임명한 미래전략실장이고 원칙적으로 삼성그룹 전체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제가 삼성그룹의 중요 현안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 관계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제가 중요 현안에 대해 이 부회장과 정보 공유를 하고, 팀장들로 하여금 이 부회장께 보고를 하도록 지시하고 있으며 이 부회장이 의견을 낼 경우 존중하는 그런 관계다. 이 회장께서 생존해 계시기 때문에 저와 이 부회장간의 관계가 좀 애매한 측면이 있고 과도기적인 단계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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