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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女승무원 '재판거래 의혹', 무슨 판결이길래···

[the L] [논란의 판결 뜯어보기]


삽화= 이지혜 디자인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청와대와 주요 재판을 놓고 교감했다는 의혹에서 가장 논란이 된 판결 가운데 하나가 ‘KTX 해고 승무원들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다. 재판거래 의혹에 격분한 해고 승무원들은 지난달 29일 대법정에 무단 진입하는 등 대법원 점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대체 어떤 판결이길래 이들은 이토록 분노했을까?

사건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KTX가 운행을 시작할 당시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KTX 여승무원을 채용하면서 계약직으로 2년간 고용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해준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공사는 여승무원들을 자회사인 홍익회에 위탁했고, 이후 다시 홍익회에서 분리된 철도유통으로 넘어갔다. 계약된 2년이 지나자 공사는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비정규직으로 관광레저라는 공사 자회사와 계약을 맺으라고 했다. 이에 여승무원들은 '공사 정규직과 같은 안전 관련 업무를 하는데도 자회사를 옮겨다니게 한다'며 계약을 거부했다. 직접 고용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하자 공사는 2006년 5월 여승무원 280여명 전원을 해고했다. 

◇승무원들, 10년 싸움 끝에 패소


KTX 여승무원들과 공사 사이에 법적다툼이 시작된 건 2005년이다. 그해 2월 노조에 가입한 여승무원들은 서울 남부지방노동사무소에 공사가 실질적 고용주이고 자신들은 ‘불법 파견’됐다고 주장하는 ‘진정’을 냈다. 그때까진 이 싸움이 10년이나 이어질 것이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여승무원들의 쟁의 과정에서 업무방해 형사사건, 민사 가처분, 근로자 지위보전 및 임금지금 가처분 등 관련 송사가 이어졌다. 민·형사 소송으로 서로 다투는 동안 법원에선 공사가 실질적 고용주라는 판단이 계속 나왔고 승무원들에게 유리한 구도가 이어졌다.

2006년 해고된 승무원들은 2008년과 2009년 공사를 상대로 2건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냈다. 2건 모두 1심에선 이전 관련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승무원들이 공사 직원의 지위에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승무원들이 승소한 셈이다.

그런데 2심부터는 결과가 엇갈렸다. 1건(2010나90816)은 그대로 승무원들이 승소했지만 다른 한 건(2011나78964)에선 위장도급이나 파견관계가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다. 공사가 고용 책임을 지지않는 도급계약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2건 모두 상고심인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상고심에서 승무원 측은 승객서비스가 이뤄지는 KTX 객차 내 업무 성격상 ‘도급’ 계약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사 측은 동일 공간에서 열차팀장 등 공사직원들과 협업한다는 이유만으로 도급이 불가능하다거나 근로자 파견임을 인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논리를 폈다.

끝내 대법원은 승무분야 업무가 ‘안전’과 ‘승객서비스’로 구분돼 있다고 주장한 공사 측 손을 들어줬다.(2012다96922, 2011다78316) 대법원은 2015년 5월26일 파기환송 판결에 이어 같은 해 11월27일 승무원들에 대해 최종 패소 판결을 내렸다. 여승무원들의 승객서비스 업무가 공사직원의 관리감독 하에 있는 게 아니라 철도유통이 공사와 체결한 위탁협약에 따라 독자적이고 이뤄졌다고 본 것이다. 

◇위장도급 엄격판단 '논란'

당시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같은 열차에서 근무하는 공사 소속 열차팀장과 하청 자회사 소속 여승무원의 업무는 서로 무관하고, 열차팀장이 승무원에게 업무상 지시를 하거나 지휘명령 관계에 있지 않았다고 했다. 열차팀장은 안전을, 열차승무원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업무가 분리돼 있어 적법한 도급이었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나오자마자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큰 논쟁을 불러왔다. 대법원이 적시한 근로자파견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은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이 아니라 사용사업주가 파견노동자에게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돼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파견노동자가 사용사업주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는지 △파견사업주의 인사·노무관리상의 독립성이 인정되는지 △계약 목적의 특정성과 전문성, 기술성이 있는지 △파견사업주가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 등이었다.

특히 대법원은 도급으로 볼 수 있는 증거와 근로자파견으로 볼 수 있는 증거들을 단순 나열한 후 별다른 설명 없이 공사가 도급을 준 것이라 판단해 논란을 빚었다. 이는 위장도급 여부를 다투는 유사 소송에서 사용자 측의 선례로 인용되는 등 적지 않은 파급효과가 있었다. 

당시 소송에서 여승무원 측의 대리는 최성호 변호사(노동과삶 법률사무소), 공사 측 대리는 법무법인 세종이 2심부터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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