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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바람피운 그 여자, 혼내주고 싶어요"

[the L] [조혜정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Q) 남편의 외도를 알고 나서 마음이 너무나 힘들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건설회사에 다니는 남편이 지방현장에 근무하고 있어서 5년 전부터 주말부부를 해왔어요.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건 얼마 전부터예요. 두 달 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남편에게 알리지 않고 남편이 혼자 지내는 오피스텔에 가봤더니 웬 여자가 남편과 함께 있었습니다. 누구냐고 따졌더니 회사 근처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물건을 갖다주러왔다고 했습니다. 물론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었고요. 제가 오피스텔 안을 뒤져보니 여자 옷과 화장품, 칫솔이 있더라고요. 계속 추궁했더니 만난 지 6개월 되었다고 실토를 했습니다. 알고 보니 남편이 그 여자에게 백화점에서 값이 꽤 나가는 목걸이와 팔찌도 사줬더라고요.

저는 너무도 충격을 받아서 남편에게 이혼하자고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때부터 남편은 잘못했다,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계속 빌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홧김에 이혼하자고 했지만 시간이 좀 흐르고 보니 정말로 남편과 이혼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긴 합니다. 남편과 저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잉꼬부부였고, 남편은 제게도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남편이자 아빠였거든요. 저는 세상에서 누구보다 남편을 의지했고요. 남편이 괘씸하긴 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이혼은 가능한 피해야겠다 싶거든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 남편 없이 혼자서 살아갈 자신이 없기도 해요. 남편이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받아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배신감 때문에 치를 떨기도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이혼을 하는 쪽과 안 하는 쪽으로 생각이 널뛰기를 하네요.

하지만, 남편과 바람피운 그 여자는 가만히 두고 싶지 않습니다. 남편과 이혼을 안 하더라도 그 여자는 꼭 혼을 내주고 싶습니다. 제가 남편에게 그 여자한테 소송을 하겠다 했더니 남편은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냐, 다시는 안 만날 테니 제발 그냥 넘어가달라고 합니다. 그 여자 편을 드는 것이 화가 나서 다시 한 번 크게 싸우고 그 다음부터는 집에 못 오게 하고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도 그 여자에게 위자료 소송을 해서 혼내줘야 남편이 정신 차리고 다시는 바람을 안 피운다고 하네요.

그 여자에 대해서 위자료 청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소송을 하면 제가 이길 수는 있을까요? 만약 이긴다면 어느 정도 위자료를 받을 수 있을까요?


Q) 마음이 많이 힘드시겠어요. 믿고 의지하던 남편이 외도를 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보다 더한 배신감과 충격에 시달리고 계시겠지요.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우울증이나 불면증에 걸리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선생님처럼 배우자와의 이혼은 망설이지만 외도 상대방은 어떻게든 혼내주고 싶다는 분들을 종종 만납니다. 남편과 상간녀와의 외도를 구체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있다면 상간녀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를 해서 위자료지급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간통죄가 폐지된 후 상간자를 응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점 때문에 배우자와 이혼하지 않는 경우에도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를 하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 요즘 피부로 느껴집니다.

위자료 청구 소송을 하시려면 남편과 상간녀사이의 불륜관계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합니다. 남편의 오피스텔에 갔더니 상간녀가 와 있더라는 주장만으로는 위자료를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 생각으로는 위자료 소송만 하면 그 여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빌 것 같지만 실제로 소송을 해보면 그렇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불륜관계를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거든요. 그럴 때 내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없거나 부족하다면 의외로 패소할 수도 있습니다.

법원은 증거에 의해서 판결을 할 수밖에 없고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도 절대로 예외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내 입장에서는 괘씸하고 화가 나더라도 법원에 대해서 증거를 들어서 불륜을 입증하지 못하면 법원은 선생님에 대한 승소판결을 해줄 수 없습니다. 그러니, 남편과 상간녀의 관계에 대한 사진, 문자, 녹음 등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합니다. 만약, 남편이 불륜관계를 실토하는 것을 녹음해두었거나, 남편이 불륜관계를 인정하는 진술을 해준다면 승소판결을 받기가 용이할 것입니다.

외도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충분히 제출한다면 배우자와 이혼할 경우에는 2천만원, 배우자와 이혼하지 않을 경우에는 1천만원을 기준으로 해서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가감한 위자료 판결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선생님이 남편의 불륜으로 인해서 겪은 정신적 고통과 소송을 하느라고 들인 비용과 수고에 비하면 사실 너무나 적은 액수지요. 그래서 상간자상대 위자료 청구는 위자료금액이 목적이라기 보다는 상간자와 자기 배우자를 응징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판결받은 위자료 금액이 얼마냐에 상관없이 상간자에게 소송을 통해서 괴로움을 겪게 해주겠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선생님이 남편과 이혼을 할 것인지 아직 결정을 못하신 상태라면 상간녀 위자료청구를 말리고 싶다는 게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내 남편은 용서해도 그 여자는 용서 못하니 복수를 해주겠다는 생각에서 위자료 청구소송을 하곤 하는데, 위자료 청구소송을 하면서 용서해주기로 했던 남편과의 관계가 크게 나빠지는 경우를 종종 봤기 때문입니다.

상간녀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을 하면서 가정을 유지하려고 애써 가라앉혔던 남편에 대한 분노가 다시 치밀어오르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배우자의 외도로 인한 분노와 충격이 잊혀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대부분 망각에 충분한 시간이 흐르기 전인, 외도를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위자료청구를 하게 된다는 게 문제입니다. 아직 화가 들끓는 휴화산 같은 감정상태에서 위자료소송을 하다보면 잠재했던 분노가 다시 치밀어오르게 되어 다시 남편을 공격하게 된답니다.

선생님의 입장에서야 남편의 외도 때문에 내가 입은 상처가 너무 크니 남편이 평생 선생님께 사죄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남편들은 입장이 다르더라고요. 제 경험으로 보면 외도를 한 남편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기간은 고작해야 몇 개월입니다. 남편들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잘못했다고 몇 번이고 빌었으면 된 거 아니냐. 더 이상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냐. 평생 잘못했다고 빌면서 살아야 하냐. 그렇게 들볶이면서 사느니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낫지 않겠냐.’라는 겁니다. 한 쪽에서는 네가 외도한 때문에 이렇게 내가 상처를 입었으니 계속 빌라고 하고 다른 한 쪽은 언제까지 이렇게 들볶여야 하냐고 하니 당연히 계속 싸우게 되는 거지요. 그러다보니 원래 이혼하지 않으려고 했던 결심과는 달리 상간녀 위자료 청구를 하면서 관계가 극도로 나빠져서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니, 선생님께서 아직 남편과의 이혼여부에 대해서 결정이 안되셨다면 선생님의 마음이 어떤지 알 때까지 좀 기다려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남편과의 이혼 여부에 대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뀐다면 섣불리 위자료 청구를 해서 남편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는 쪽이 현명하다고 봅니다. 사람에 따라 시간차가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널뛰기를 하던 생각의 폭이 점차 좁혀지고 점차 한 쪽으로 정리가 되어갈 것입니다. 마음의 결정이 내려지면 그 때 가서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상간녀 위자료청구소송은 불륜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년간 할 수 있거든요. 아무쪼록 심사숙고하셔서 후회없는 결정을 하시길 바랍니다.

[2005년부터 10여년 간 가사소송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족이 급격하게 해체되어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했습니다. 가족해체가 너무 급작스러운 탓에 삶의 위안과 기쁨이 되어야 할 가족이 반대로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10여년간의 가사소송 수행에서 깨달은 법률적인 지식과 삶의 지혜를 ‘가정상담소’를 통해서 나누려합니다. 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해결책을 찾는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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