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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전산망 열어봅시다"…거부하면 조사방해?

[the L] 12년차 공정거래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공정거래로(law)' 이야기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그래픽=이지혜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는 A회사에 대해 ‘IT벤처분야 하도급거래실태 현장확인조사’를 실시했다. B는 A회사의 무선사업부 구매팀 구매그룹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공정위의 조사관은 위 조사 과정에서 부당한 하도급단가 결정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구매단가 변동사유 등을 비롯한 하도급법 위반 혐의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B에게 A회사의 사내 통신망의 열람을 요구하였으나, B는 회사의 기밀 및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

공정위의 조사관은 사업자의 사무소 또는 사업장에 출입하여 업무 및 경영상황, 장부·서류, 전산자료·음성녹음자료·영상자료 등을 조사할 수 있으며, 이러한 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한 자에 대해서는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하도급법 제30조의2, 공정거래법 제50조 제2항).

일반적으로 공정위의 조사관은 사업자의 전산자료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특정된 행정조사 목적 내에서 사업자의 협조 아래 전산자료가 저장·보존되어 있는 전산시스템에 대한 접근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조사를 위한 전산시스템의 자료 열람이 거부되어 조사활동 자체가 어렵게 된 경우에는 조사거부·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

◇ 공정위, 사내전산망 열람요구 거부는 조사방해 해당···과태료 부과

공정위는 하도급법이 공정위의 조사관에게 전산자료 등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과 동시에 비밀엄수의무를 부여하고 비밀엄수의무 위반 시 처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하도급법 제27조 제3항 및 제29조에서는 비밀엄수의무 및 비밀엄수의무 위반자에 대한 벌칙을 각각 규정하고 있다)를 마련하고 있는 점, 사내통신망은 하도급관련 주요 문서들을 결재하거나 사내 통보수단으로 활동되고 있어 법 위반 협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열람이 필수적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하도급관련 내용에 한정된 공정위 조사관의 최소한의 사내통신망 열람까지 거부한 B의 행위는 공정위 조사를 방해하기 위한 행위라고 판단했다(공정위 2008. 4. 3. 의결 제2008-114호).

B는 사내통신망이 업무·비업무용으로 사용되는 개인용 프로그램으로 회사기밀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내용이 많아 공개할 수 없다고 공정위에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 공정위의 조사관은 관련 법령에 따라 전산자료 등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과 함께 비밀엄수의무가 있으며 비밀엄수의무 위반 시 처벌 받을 수 있는 점, △ 사내통신망은 하도급관련 주요 문서들을 결재하거나 사내 통신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어 법위반 혐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열람이 필수적이라는 점, △ 하도급관련 내용에 한정하여 열람을 요구한 점, △ 열람 과정에서 개인적인 통신내용 등이 나올 경우 담당자가 이의 열람을 거부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회사기밀 및 개인비밀이 유출된 우려가 있어 사내통신망 열람을 할 수 없다는 B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고 B에 대하여 과태료 2000만원을 부과했다.

◇ 법원, 무제한적인 내부전산망 열람권 요구 거부는 정당···과태료 부과 부당

B는 공정위의 과태료 부과처분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했고, 법원은 B가 사내통신망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관의 열람요청을 거부한 것은 정당하므로 공정위는 B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수원지방법원 2010. 8. 3.자 2008라609 결정).

즉, 사내통신망은 A회사의 사내 문서통신망으로서 회사업무를 위한 보고나 결재서류 등의 전송, 구매 관련 품의 등 전자결재 및 결재된 자료의 저장에 사용되는 것으로, 공정위의 조사행위가 헌법 제1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압수수색에 관한 영장주의를 위반하거나 회피할 수 없음이 분명하고, 공정거래법 제50조의2는 ‘조사공무원은 이 법의 시행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조사를 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비례성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볼 때, 공정거래법 제50조에서 규정하는 조사권의 범위는 피조사자의 법익침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엄격하게 새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특히, 공정위의 조사관이 요구한 내부통신망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열람은 하도급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전산자료의 조사나 자료의 제출요구라기보다는 영장의 대상인 수색에 더 가까운 행위로 조사관이 부당한 단가결정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서류가 내부통신망을 통하여 전달, 보관되고 있다는 의심을 갖게 된 경우 그 서류 내지 전산자료에 대한 제출을 요구하여 이를 조사함은 몰라도 스스로 그 서류 등을 찾기 위하야 내부전산망에 대한 접근권한을 얻어 무제한적으로 이를 열람할 권한까지는 부여되어 있지 아니하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위와 같은 A회사의 내부전산망에 대한 무제한적인 열람권의 부여로 인하여 A회사의 영업비밀이나 관련 직원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노출될 우려도 있다고 할 것이어서 이를 공정거래법 제50조의2에서 말하는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의 조사라고 보기 어렵고, 공정거래법이 조사공무원에게 비밀엄수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하여도 달리 볼 것도 아니라고 보았다.

◇ 기업의 불필요한 조사 부담 감소를 위한 ‘조사절차 규칙 제정’···불필요한 다툼·분쟁 감소 기대

공정위는 지난 2015년 기업의 위법행위는 엄정하게 조사·시정하되, 불필요한 기업부담은 최소하기 위해 피조사업체의 권익보호, 조사절차 투명성 강화를 위해 조사방법·절차, 조사공무원의 준수사항 등을 담은 ‘조사절차 규칙’을 제정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 조사공문에 구체적인 법 위반 혐의와 조사대상의 사업자명과 소재지를 특정하여 기재하여 과잉조사를 사전에 차단하고, △ 조사공문상 조사범위를 벗어난 조사에 대한 피조사업체의 조사거부권을 보장하며, △ 피조사업체의 신청이 있는 경우 현장조사에서부터 진술조서 작성에 이르기까지 조사 전 과정에 변호인 참여를 보장하였다. 또한, △ 조사공무원은 조사시작·종료시각, 조사과정상 특이사항 등을 기재한 ‘현장조사 과정 확인서’를 작성하고 피조사업체로부터 확인을 받고 아울러 조사 과정에서 수집하거나 제출받은 자료의 목록을 작성하여 피조사업체에게 교부하도록 하였다. 한편, △ 조사공무원의 위압적 조사, 일일보고 누락 등 규칙 위반 시 벌칙(패널티)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러한 조사절차 규칙으로 인해 공정위의 위압적 조사금지, 조사과정에서 변호인 참여, 조사목적과 조사대상의 특정 등으로 인해 피조사업체의 권익이 보호됨에 따라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하는 과정이 보다 더 투명해지고 불필요한 다툼이나 분쟁이 감소하기를 기대해 본다.

[법무법인(유한) 바른의 공정거래팀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백광현 변호사(연수원 36기)는 공정거래분야 전문가로 기업에서 발생하는 복잡다단한 공정거래 관련 이슈들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공정거래법 실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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