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지혜 기자

사전에 통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부장판사 홍순욱)은 11일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사전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영업정지처분은 부당한 만큼 업무정치 처분을 취소한다는 취지다.

2008년 의원을 개업해 운영하던 의사 A씨는 2011년 1월 운영하던 의원을 폐업했다. 대신 그 자리에 개업한 병원에 봉직 의사로 근무했다.

의원 문을 닫기 전인 2010년 A씨는 무면허 의료기사가 엑스레이를 촬영하게 했다는 내용의 형사사건에 연루됐다. 경찰의 조사 의뢰를 받은 보건복지부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조사기간으로 하는 조사명령서를 발부했다. 보건복지부 소속 공무원들은 2011년 3월 A씨를 찾아갔지만, A씨는 '의원을 폐업했다'는 이유를 들며 조사에 불응했다.

보건복지부는 2011년 8월 '조사를 거부했다'며 1년간 요양기간 업무정지처분을 하겠다는 사전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 문제는 사전통지서는 보내고 6년이 지난 2017년 9월에야 A씨에게 1년간의 요양기간 업무정치처분을 했다.

A씨는 "(보건복지부가 보냈다는) 사전통지서를 받지 못했다"며 "사전통지서를 발송한 후 6년이 지난 뒤 사건 처분을 한 것은 신속한 처분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 미리 통지해야 하고 당사자에게 의견 제출의 기회를 줘야 한다"며 "행정청이 사전통지나 의견제출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그 처분은 위법하고 취소를 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보건복지부)는 A씨에게 사전통지를 하고 의견제출 기회를 줬어야 한다"며 "사전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것 만으로는 A씨가 사전통지서를 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