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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이기범 기자 |
만약 김명수 대법원장이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의혹 관련자들에 대해 수사의뢰 등 형사조치를 결정한다면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원이 검찰의 수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의혹과 관련된 재판에 참여했던 현직 대법관 7명이 집단반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전국 각급 법원의 판사들을 대표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1일 경기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양승태 대법원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형사조치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전국법관대표회의와 전국법원장간담회, 사법발전위원회의 의견을 들은 뒤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조치 등 후속대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일 사법발전위원회 간담회에선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 7일 전국법원장 간담회에선 검찰 수사에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전국법관대표회에선 소장파 법관 중심이란 특성상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입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 차원의 고발 또는 수사의뢰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소장파 법관들과 고위 법관들의 의견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이후 법원 조직내 세대갈등의 악화가 우려된다.
차관급 고위 법관들로 이뤄진 서울고법 부장판사회의도 지난 5일 "사법행정을 담당하거나 자문하는 기구가 형사고발, 수사의뢰, 수사촉구 등을 할 경우 향후 관련 재판을 담당하게 될 법관에게 압박을 주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형사조치에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만약 김 대법원장이 고발 또는 수사의뢰를 결정한다면 절차적 정당성 차원에서 대법관 회의에서의 논의가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공작 사건 재판 등 재판거래 의혹 사건들에 참여한 대법관 7명이 집단반발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일각에선 일부 대법관의 사퇴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검찰이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한 뒤 기소할 경우 대법원 상고심에서 사건 당사자인 본인들이 재판을 맡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에 법원장 등 고위 법관을 중심으로 검찰 수사 대신 국회가 국정조사 등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 법관을 탄핵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중기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8일 기자들 만나 "대법원장은 인사권을 갖고 있고 최종심을 심의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 수사의뢰 또는 고발을 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면서 "수사가 시작되면 재판부가 수사 대상이 될 텐데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며 검찰 수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가 나서서 진상규명을 하는 방법이 있다"며 "내부적인 징계는 정직까지가 한계인 만큼 국회가 조사를 하고 문제가 있는 법관은 헌법상 탄핵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검찰 수사와 기소 대신 국회의 국정조사와 관련자 탄핵소추를 대안으로 제시한 셈이다. 진보 성향의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민 법원장은 올초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2차 조사를 이끈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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