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오는 15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남 전 원장 등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연다. 특활비를 청와대로 건네는 데 관여한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과 이원종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한 선고도 함께 내려진다.

남 전 원장과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은 국정원장 재임 시절 자신들 앞으로 배정된 특활비 가운데 각각 6억원, 8억원, 21억원씩을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특활비를 국정원 업무와 무관하게 임의로 사용한 만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했다. 또 국정원 현안과 관련한 편의를 받을 목적으로 대통령에게 대가를 지급했다고 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은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실제 특활비를 주고받는 데 관여한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들도 각각 재판에 넘겼다.

남 전 원장 등은 재판 과정에서 특활비를 전달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국정 운영에 사용될 것으로 생각해 특활비를 전달할 것'이라는 등의 주장을 하며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전 정권에서도 국정원 특활비가 청와대로 흘러들어간 사례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결심 공판에서 "대통령의 지시가 있을 때 원장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4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국정원장 지위를 이용해 죄의식 없이 예산을 횡령하고 대통령에게 상납했다"며 남 전 원장에게 징역 7년을,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에게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들에 대한 1심 선고 결과는 특활비를 수수한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만약 남 전 원장 등의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역시 유죄 선고가 불가피하다. 뇌물을 준 사람은 있는데 '대향범'에 해당하는 받은 사람이 없는 것은 모순인 탓이다.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수수 재판은 남 전 원장 등에 대한 1심 선고 전날인 오는 14일 결심 공판이 열린다. 이 전 비서관 등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오는 21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