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관한 전국법관대표회의 선언 의안'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한다. 전국 각 법원에서 선출된 119명의 판사들 가운데 4명은 사전에 불출석 의사를 표시했다./ 사진=뉴스1

양승태 사법부의 법관사찰·재판거래 의혹을 두고 판사 협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전국법관회의)에서 판사들 의견이 둘로 갈라졌다. 명백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사법행정 남용이라는 것은 없다"는 주장이 대립했다.

전국법관회의는 11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올해 첫 임시회의를 열었다. 총 인원 119명 중 115명이 참석했다. 나머지 4명은 재판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날 오전에는 앞서 법관 21명이 내놓은 발의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발의안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70·사법연수원 2기)을 둘러싼 법관사찰·재판거래 의혹 사건이 중대한 헌법 위반에 해당하며 성역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판사 중 일부는 "사법행정 남용은 없는 것이다"라며 발의안에 반대했다고 한다.

전국법관회의는 비공개가 원칙이나 이날 오전 의장이 허락한 판사 1명이 방청인 자격으로 회의를 지켜봤다. 오후에는 판사 2명이 방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법관회의는 발의안을 토대로 이번 의혹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한 뒤 다수결로 입장을 결정하기로 했다. 의장을 뺀 참석자 114명 중 기권을 제외하고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전국법관회의의 입장으로 의결이 된다.

이날 전국법관회의에 참석한 115명 중 지법 부장판사급 이상인 법관이 51명, 그 이하 법관 64명이다. 앞서 각급 법원 판사회의에서 단독·배석판사 등 소장파 법관들을 중심으로 검찰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법관회의 구성을 고려할 때 소장파 법관들의 주장이 힘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최종 의결은 이날 밤 늦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법관회의는 이와 별도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작성된 법원행정처 문건 410건을 전부 공개하라는 요청을 유지할지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당초 전국법관회의는 이 안건을 먼저 정리하고 발의안 논의로 넘어갈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김흥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57·연수원 17기), 김도균 윤리감사관실 심의관(48·연수원 27기)이 410건 문건 전부를 전자문서 형태로 들고 회의에 참석했다. 전국법관회의는 김 감사관 측과 질문·답변을 주고받은 뒤 문건 공개 건 논의를 일단 미루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전국법관회의 공보를 맡고 있는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44·연수원 29기)는 "윤리감사관이 가져온 파일을 제한적으로라도 열람한다고 하면 열람대상 문건을 정하기가 어렵다. 그럼 선언 의결이 곤란해질 수 있어서 선언 논의를 먼저 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전국법관회의는 지난 4월 회의에서 마무리하지 못했던 사법신뢰·법관윤리 분과위원회 등 4개 분과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또 오는 8월 퇴임하는 고영한·김창석·김신 대법관 후임 제청을 위한 후보추천위원으로 송 부장판사를 임명했다. 오는 9월 퇴임하는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과 김창종 헌법재판관의 후임 지명을 위한 추천위원으로는 신진화 의정부지법 부장판사(57·연수원 29기)가, 오는 11월 퇴임하는 김소영 대법관의 후임 제청을 위한 추천위원으로는 김영식 인천지법 부장판사(51·연수원 30기)가 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