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사진=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59·사법연수원 15기)이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 사건에 대해 형사조치를 할지 여부를 놓고 "대법관의 의견까지 마저 듣겠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퇴근하던 중 취재진으로부터 "형사처벌 관련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이 같이 대답했다. 김 대법원장은 "오늘 전국법관대표회의 결과를 보고, 종전에 그랬던 것처럼 대법관 의견까지 마저 듣고 심사숙고한 다음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말을 아끼고 생각을 해야 할 시간 같다.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서 결론낼 수 있도록 해 달라"며 관련 발언을 자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대법원장의 발언은 대법관 회의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 만약 김 대법원장이 이번 의혹 사건을 검찰 수사에 맡기기로 결정한다면 절차적 정당성을 얻기 위해 대법관 회의를 먼저 열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공작 사건 등 재판거래 의혹을 받는 사건 심리에 참여한 현직 대법관 7명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일부 대법관의 사퇴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검찰이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한 뒤 기소할 경우 대법원 상고심에서 사건 당사자인 본인들이 재판을 맡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한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약 9시간째 이번 의혹 사건을 두고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 안건을 회의에 부친 대표법관 21명은 발의안을 통해 이번 의혹 사건을 명백한 헌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성역없는 수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부 판사는 회의장에서 "사법행정 남용이란 것은 없다"며 발의안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발의안을 토대로 이번 의혹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한 뒤 다수결로 입장을 결정하기로 했다. 의장 1명을 뺀 회의 참석자 114명 중 기권을 제외하고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입장으로 의결이 된다.

이날 전국법관회의에 참석한 115명 중 지법 부장판사급 이상인 법관이 51명, 그 이하 법관 64명이다. 앞서 각급 법원 판사회의에서 단독·배석판사 등 소장파 법관들을 중심으로 검찰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법관대표회의 구성을 고려할 때 소장파 법관들의 주장이 힘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최종 의결은 이날 밤 늦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