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 이 전 이사장은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기 위해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위장해 입국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2018.6.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69)이 외국인 입주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의혹으로 약 13시간에 걸친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의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11일 오후 10시42분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 전 이사장은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고용한 사실을 인정하느냐", "직원들의 이메일에서 '사모님'은 본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조사 받았다"고만 답했다.

그러나 "온 가족이 수사를 받는 심경이 어떠냐", "불법인 것을 알고 10년간 가사도우미를 고용했느냐", "대한항공 직원들이 알아서 (가사도우미를) 고용했느냐"는 등의 추가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차량으로 이동했다.

이 전 이사장은 이날 오전 9시55분 필리핀 가사도우미 기업연수생 위장 허위초청 및 불법고용 혐의와 관련해 서울시 양천구 이민특수조사대에 출석해 13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이 전 이사장은 출석 자리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대체로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이 전 이사장은 '대한항공 직함이 없는데 비서실에 (고용을) 직접 지시했나'는 취재진의 질문에 "안 했습니다"고 말했다. '가사도우미를 입막음 한 적이 있나'는 질문에도 "없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이사장은 '가사도우미 고용혐의를 인정하나', '대한항공 직원 이메일에 사모님이 계속 등장한다'는 질문에는 "성실히 조사받겠습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전 이사장은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없는지 묻자 "죄송하다"고 답했다.

이 전 이사장 등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필리핀 여성들이 대한항공에 취업한 것처럼 연수생 비자를 준 뒤 국내로 데려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이 전 이사장 부부가 거주하는 평창동 자택 및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촌동 자택에서 집안일을 시키고 임금을 회삿돈으로 지급한 의혹을 받고 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은 체류자격이 없는 외국인의 고용을 알선하거나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있는 외국인은 재외동포(F-4)나 결혼이민자(F-6) 등 내국인에 준하는 신분을 가진 이들만 가능하다. 이를 위반해 자격 없는 외국인을 고용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출입국당국이 지난달 압수수색한 대한항공 내부 이메일에는 이 전 이사장이 가사도우미를 찾고 입국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4일 같은 혐의로 소환된 조 전 부사장은 가사도우미 고용 사실은 인정했지만 허위 초청에는 본인이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사대는 현재 대한항공 마닐라지점 관계자와 인사전략실 등 대한항공 직원 6~7명가량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재소환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