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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
"개인 호프집 운영합니다. TV가 두 대면 경기당 20만원을 내야 하나요? 작은 TV가 6대가 있으면 경기당 60만원 내야 하나요?
"프랜차이즈 치킨집 운영하는데요. 경기 있을 때 기존에 있던 TV로 방송 트는 것도 사전신고 해야 하나요?"
오는 14일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MBC PV권(공공장소전시권) 안내 홈페이지에 올라온 질문들이다. PV는 'Public Viewing'의 약어로, 공공장소에서 2명 이상이 영상을 시청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 월드컵 때마다 열리는 거리응원은 물론 술집이나 음식점에 모여 단체로 중계영상을 시청하는 것도 PV에 해당한다.
FIFA(국제축구연맹)는 월드컵 같은 행사를 개최할 때마다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PV에 대한 권리, 즉 PV권을 행사한다. 중계영상을 단체 관람하려면 먼저 FIFA에 돈을 내고 PV 라이선스를 받으라는 얘기다. 라이선스 업무는 FIFA가 직접 맡기도 하고, 특정 방송사에게 현지 업무 일부를 위임하기도 한다. 이번 러시아월드컵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KBS, SBS, MBC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FIFA와 월드컵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이 가운데 MBC가 대표로 PV권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개인 점포는 '상업성' 없으면 중계방송 틀어도 OK
MBC가 PV권 안내 홈페이지에 게시한 바에 따르면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술집이나 음식점은 '월드컵 특수'를 노린 상업활동을 하지 않는 한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중계영상을 틀어줄 수 있다. 반면 '우리 가게에서 고성능 TV로 축구 중계를 시청할 수 있다'고 홍보하거나 손님을 끌 목적으로 대형 TV를 새로 구매해 중계채널을 틀어주는 등의 경우는 MBC를 통해 사전 신고하고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한다.
러시아월드컵 PV 사무국 관계자는 "개인사업장에서 러시아월드컵 관련 별도의 마케팅이나 프로모션 없이 기존에 설치돼 있는 구조물을 통해 월드컵 방송을 송출하는 것은 PV권 승인 없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상호를 달고 있어도 점주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라면 이 같은 상업활동이 없다는 조건 하에 자유롭게 중계를 시청할 수 있다. 본사 직영점은 본사에서 MBC 측과 별도로 계약을 맺고 있다.
상업성이 있다고 인정이 되면 중계 관람에 사용되는 TV 등 영상기기별로 정해진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100인치 미만은 경기마다 1대당 10만원, 100인치 이상은 경기마다 1대당 20만원이다. 모든 월드컵 경기를 한 번에 계약할 수도 있다. 이때 100인치 미만은 1대당 200만원, 100인치 이상은 1대당 300만원이다.
지상파 3사가 아닌 해외방송사 중계영상을 이용한다고 해도 돈을 내고 라이선스를 받아야 단체관람이 가능하다. PV 사무국 관계자는 "PV권 자체가 공공장소에서 다 같이 TV를 보면서 응원하는 권리인데, 이것을 판매하는 것"이라며 "그런 행위가 있었는지, 상업적이지는 않았는지를 구분하는 것이어서 어느 방송사를 보든 상관이 없다"고 했다.
거리응원의 경우 관공서나 정부유관단체, 비영리단체에서 광고나 협찬을 받지 않고 개최하는 무료 행사는 PV 라이선스 없이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인원이 500명 이상이 될 경우 PV 사무국에서 직접 현장실사를 나와 상업활동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PV권 침해 확인되면 금전적 책임"
극장이나 공연장 같은 곳을 대관해 입장료 없이 무료 행사를 열 경우, 인원 수와 한국 경기인지 여부에 따라 라이선스 비용이 다르게 책정된다. 300명 미만 행사는 한국 조별예선전 3경기 중계 관람을 300만원에 계약할 수 있다. 다른 경기는 경기당 150만원이다. 300명 이상~1000명 미만 행사는 한국 조별예선전 3경기 관람에 500만원, 다른 경기는 경기당 500만원이다. 2만명 이상 대규모 행사는 한국 조별예선전 3경기 관람에 3억원이고 다른 경기는 경기당 1억5000만원을 내야 한다. 입장료를 받는 경우는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입장권 매출의 50%가 기본적으로 징수된다.
일반 국민 입장에선 '돈을 내지 않으면 월드컵 단체관람을 못한다'는 FIFA와 방송사들에게 반감이 들 수 있다. 또 FIFA가 행사하는 PV권이 우리 방송법이 보장하는 '보편적 시청권'과 충돌하지 않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보편적 시청권은 영업 목적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보편적 시청권은 국민적 관심이 큰 체육경기대회나 주요행사 등에 대한 방송을 일반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로 정의된다. 방송법 제76조 제2·3항과 방송통신위원회 고시에 따르면 FIFA가 주관하는 월드컵은 보편적 시청권이 보장돼야 할 체육대회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방송사업자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최소 90%가 월드컵 중계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적절한 수단을 갖출 의무가 있다. 여기서 가구란 통상적인 가정집을 뜻한다. 영업 중인 점포에서 월드컵 중계채널을 트는 것은 보편적 시청권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PV 사무국 관계자는 "PV권 침해가 있었는지 경기 당일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실사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며 "PV권 침해가 발생할 경우 가이드라인에 따라 금전적인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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