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문의 02-724-7792

법 뉴스

"고영한 하드·이메일 내역 못줘"…사상 초유 사법부 압수수색 '가시화'

[the L] 檢 "대법, 일부 자료만 주겠다는 입장…그것만 갖고 수사 못해"

/사진=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법원을 찾아 관계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복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법원이 특정 자료에 대해서는 제출을 거부한 탓이다. 사상 초유의 사법부 압수수색을 시도할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법관 및 민간인 사찰과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 관계자는 8일 “법원행정처가 일부 자료에 대해서만 복사를 허용해 관련 작업을 진행중”이라며 “행정처 관계자들의 입회하에 복사와 검토 작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어 시일이 10일 이상 소요될 것 같다”고 밝혔다.

행정처는 고영한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이 현직인 만큼 하드디스크를 제출하기 어렵다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재판거래 등과 연관이 있는 문건들 중 행정처가 아닌 각급 법원에서 작성된 것들과 관련해서도 하드디스크 등의 제출을 거부하고 있고, 관계자들의 업무용 메신저·이메일 자료, 업무추진비 및 관용차 사용 내역 등도 마찬가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다만 다음달 초 퇴임하는 고 대법관의 하드디스크를 폐기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난해 12월29일 퇴임한 김용덕, 박보영 전 대법관이 사용하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가 보존돼있다”라며 “마찬가치로 추후 퇴임하는 대법관이 사용하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도 폐기 등의 조치 없이 상당한 기간 동안 보존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고 대법관이 퇴임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냐는 질문에 “기간이 아직 남아 있는 만큼 수사 상황을 미리 말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검찰은 행정처가 제출을 거부한 자료들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 전 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하드디스크가 물리적으로 삭제된 만큼 고 대법관의 하드디스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 전 처장의 후임으로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행정처장을 지낸 고 대법관은 이번 의혹 핵심 관계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속 상관이었다. 양 전 원장이 컴퓨터 파일이 아닌 종이 보고서 형태로 각종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디지털 자료는 고 대법관의 컴퓨터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컴퓨터 파일 등보다 업무용 메신저 자료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등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혹 관계자들의 동선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앞서 이 같은 자료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에 오간 내역 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법원이 핵심 자료들에 대한 제출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임의제출 방식으로 대법원의 협조를 받고 있다”며 “최대한 그 방식대로 따라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것만 갖고 수사를 할 수는 없다”며 압수수색 가능성을 시사했다.

만약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다면 영장 발부 여부는 일선 법관이 심리한다. 사법부에 대한 압수수색 여부를 사법부가 스스로 결정하는 셈이다. 일부 판사들은 만약 영장이 발부되면 검찰이 현재까지 드러난 의혹들 외의 다른 혐의를 포착해 사법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그렇다고 영장을 기각하면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하게 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이후에도 대법원이 검찰의 자료제출 요구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한 데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행정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심리해야 하는 법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조만간 양 전 원장과 박 전 처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실물 그대로 제출받아 복구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삭제된 양 전 원장과 박 전 처장의 하드디스크는 결국 우리가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 공유트위터 공유
목록
 
세상과 잘 사는법, 내가 잘 사는법 - 네이버 법률 KLA - 제1회 대한민국 법무대상 신청하기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