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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軍 성추행 '실형'은 고작…'미투' 무풍지대 군대

[the L] [Law&Life-군대 성폭력 ①] 軍 성범죄 증가세…처벌 강화·군 사법체계 변화 필요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경기도의 한 육군 부대 보병 사단장인 A 준장은 지난 3월 부대에서 주관하는 여군인력 간담회에 참석한 여군 B씨를 따로 불러냈다. A 준장은 B씨와 함께 서울에서 식사를 한 뒤 부대로 복귀하던 차 안에서 B씨의 손을 만진 혐의를 받는다.


A 준장은 “평소 심리학 공부를 했는데 손가락 길이를 보면 성호르몬 관계를 잘 알 수 있다”며 B씨의 손을 만졌다고 진술했다. B씨는 차 안에서 단 둘만 있는 상황이었고 상사인 A 준장의 요구에 경황이 없어 손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군장성 등 수뇌부가 부하 여군에게 성폭력을 가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올 초부터 ‘미투’(나도 고발한다·me too) 열풍이 거세지만 군대만큼은 무풍지대인 셈이다. 군내 성범죄 문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약한 데다 성폭력 문제 전담 기구가 부실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끊이지 않은 군내 성폭력…"해군, 4년 간 성폭력 73% 증가"


군내 성폭력 문제는 육·해·공 전군에 퍼져 있다. 해군에 따르면 해군 A준장은 지난달 27일 과거에 함께 근무했던 여성 해군 B씨의 집에서 성폭행을 시도했고 3일 새벽 긴급체포됐다.


A 준장은 지인들과 술자리를 한 후 밤 늦게 B씨에게 연락해 함께 B씨의 집에 들어갔고 두 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혐의를 받는다. A 준장은 보직해임 조치됐다.


지난해 9월에는 해군 소속 한 여군이 7년 전 부대 상관과 지휘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피해사실을 폭로하며 파장이 일었다. 지난해 5월에는 해군의 여군 대위가 상관 대령으로부터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한 뒤 정신질환을 앓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방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내 성범죄 발생 건수는 △2013년 478건 △2014년 649건 △2015년 668건 △2016년 871건 △2017년(6월말 기준) 442건으로 증가세였다. 절대적인 건수는 적었지만 증가율은 공군이 가장 높았다. 공군은 2013년 34건에서 2016년 94건으로 성범죄가 17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육군은 372건에서 636건으로 71%, 해군은 63건에서 109건으로 73% 늘었다. 국방부 직할부대에서도 같은 기간 9건에서 32건으로 증가했다.


◇솜방망이 처벌이 원인…남성 중심 문화 탓


군내 성범죄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는 게 범죄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각 군 여군 대상 성범죄 중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육군의 경우 기소된 사건 108건 중에서 8건, 해군의 경우 38건 중에서 0건, 공군의 경우 35건 중 2건에 불과했다. 육·해·공군 전체 사건의 5.6%에만 실형이 선고된 것이다.


같은 해 일반 성범죄 사건의 실형률이 23%라는 점에서 여군 대상 발생 성범죄 사건의 실형률이 굉장히 낮다. 기소율 또한 감소세였다. 2014년 627건이었던 입건 수는 2016년 839건으로 증가했지만 기소율은 2014년 60%에서 2016년에는 53.2%로 감소했다.


선고유예 비율도 높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군사법원에서 다룬 전체 성폭력 사건 중 피해자가 여군인 사건의 1심 선고유예 비율은 10.34%로 집계됐다. 일반 법원의 1.86%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도 미미하다. 최근 3년간 군 내 성폭력 관련 징계처분 273건 중 배제징계(파면, 해임)에 해당하는 중징계는 20건에 불과했다. 성폭력 가해자의 경우 형사절차와 별도로 징계절차를 반드시 진행하도록 ‘군인사법’에 명시돼 있다.


군대 내 남성(가해자) 중심 문화가 팽배한 것도 성범죄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9일 군내 성폭력 근절 대책 간담회에서 군 수장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69)의 발언이 이런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송 장관은 “여성들이 행동거지라든지 말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며 성폭력의 원인을 여성에게 돌려 논란을 일으켰다.


◇“군 사법제도 바꿔야”


시민단체들은 군내 성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군내 성범죄 전담 기구를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간사는 “이미 각 군에 양성평등센터가 있지만 인력 자체가 수십명에 불과하다”며 “인력도 전문 인력이 아니라 내부에서 순환 보직하거나 겸직하는 식이라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피해자가 보호 받거나 기댈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전문적이고 대규모인 군 성범죄 전문 기구가 마련돼 있다. 성범죄 전문 인력이 수사 과정에 참여하는 한편 피해자를 지원하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군내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징계 또한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수사와 기소, 재판까지 군 내부에서 해결하는 군 사법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군 사법체계에서는 위계를 중시하는 군 문화 특성상 상급자에 대한 처벌이 미온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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