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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지금 피고인한테 제대로 통역한 거 맞아요?"

[the L] [알쓸신법] 소수 언어 통역인 '인력난'…법정통역 제대로 됐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어

편집자주알아두면 쓸데있는 신기한 법률상식들을 소개합니다.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함)이어도 두고두고 도움이 될 지식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통역인, 제 이야기를 제대로 통역하고 있는 것 맞나요? 제가 피고인에게 한참 물어보고, 답이 간단히 나올 수 없는 질문을 했는데, 통역이 그렇게 금방 끝나고…. 피고인이 어떻게 그렇게 짧게 답할 수 있는 건지 이상해서 그렇습니다."

법대 위의 판사가 통역인에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본다. 통역사는 우물거리며 답을 못하지만, 곧 판사의 한숨과 함께 재판 절차는 그대로 진행된다. OOOO스탄. 이 나라의 언어를 통역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하물며 통역이 제대로 됐는지 검증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외국인 200만명 시대다. 난민도 몰려들면서 외국인을 당사자로 하는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심 법원에 접수된 외국인을 피고인으로 하는 형사사건 수는 4469건으로, 2012년 3243건에 비해 38% 늘었다. 그러나 법정통역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사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2011년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한 재판 당시 국내로 압송된 해적들의 소말리아어를 공판 과정에서 곧바로 한국어로 통역할 수 있는 사람은 전무했다. 결국 각국 공관에 있던 외교통상부 직원들까지 총동원됐다. 1명의 재판에 많게는 4명의 통역이 들어가기도 했다.

이후 7년이 지났지만 국내 법정통역의 수준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통역인 관리부터 주먹구구식이다. 형사사건에서 법정통역인 후보자는 각급 법원의 통역인 명단에 의해 관리되는데, 전국 2000여명 내외로 추정될 뿐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대법원 관계자는 "각 법원에서 자체적으로 서류심사만으로 통역인을 선발하고 있어 등록된 법정통역인의 전국 통계를 내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법정통역에 대한 법령은 2013년 개정된 '통역·번역 및 외국인 사건 처리 예규'가 유일하다. 수사에서 재판에 이르기까지 통역 제공의 방식과 범위, 통역사의 자격요건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법령은 국내에 없다. 

그러다보니 각급 법원이 법정통역인을 뽑을 때도 통일된 선발기준이 없다. 이력에 대한 서면심사만으로 선발이 이뤄진다. 일단 통역인 '풀'에 포함되면 연 1회의 형식적 교육만 이뤄진다. 이 교육 프로그램 내용조차 전국적으로 통일돼 있지 않다. 통역의 질을 담보하기 어려운 셈이다.

한 판사는 "윤리·자질에 대한 별다른 검증절차 없이 유학·거주 경험 등이 있으면 대부분 후보자를 선발하고 있어 통역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현재 상당한 수의 후보자가 국내에서 통번역교육을 정식으로 받지 않았다"고 토로했습니다. A변호사는 "통역인이 국내 형사소송절차 용어에 대한 이해가 없어 발언 내용을 의역하려 해 내가 직접 피고인에게 통역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난민소송에선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오역을 넘어 편향성 문제까지 제기된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네팔, 파키스탄 등 소수 언어 통역에서 인종이나 정치, 종교적 편견을 가진 법정통역인은 신문사항이나 답변을 자의적으로 왜곡하거나 누락하기도 한다"며 "법관의 사실인정에 중대한 방해요소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수 언어는 각 재판과정에서 통역의 중립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돼 있지 않아 법관은 통역을 그대로 신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소수언어 통역인의 경우 인력난이 가장 큰 문제다. 이른바 '3대 주요 언어'인 영어, 중국어, 일본어 통역인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 반면 미얀마어나 네팔어, 키르키즈스탄어 등 소수언어는 통역인을 확보하기조차 어렵다. 외국인 소송을 다수 경험한 한 변호사는 "소수언어 통역인이 불참해 재판 자체가 연기되기도 한다"며 "어떤 소수언어는 경찰 수사, 검찰 수사, 법원 재판까지 한명이 다 통역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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