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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증거' 메시지, 서버에 없다…PC 압색 불가피

[the L] 사법부 내부 메신저, 판사 개별 PC에만 대화내역 저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와 판사·민간인 사찰 등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수사의 핵심 단서로 지목됐던 대법원 서버에 내부 메신저 대화 내역이 저장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법농단 관련자들 간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확인해야 하는 검찰로선 메시지가 저장돼 있는 개인 PC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졌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산정보국이 보유한 사법부 내부 메신저 '알리미'의 서버에는 법원 판사들의 대화 내용을 자동 저장하는 이른바 '메시지 로깅(Logging)' 기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서버는 △날짜별 사용자 현황 확인 △사용자·기간별 사용량 및 접속시간 통계 열람 기능 정도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 중계기 역할만 하는 '깡통 서버'인 셈이다. 

대법원 전산정보국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이 메신저 서버 내 대화록의 저장기간 등을 질의하자 "법원 메신저를 통해 판사들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은 '사용자의 개인 PC'에만 각각 저장되는 방식이며 따로 서버에 저장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메신저 대화 내역이 메신저 서버에는 없다는 뜻이다. 해당 메신저에는 개인 PC에 저장돼 있는 대화 내용을 서버에 업로드하는 기능은 있지만, 상대방이 있는 대화 내용을 개인이 알아서 서버에 저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법원은 지난 2009년부터 2010년 사이 경쟁입찰을 통해 통신소프트웨어업체인 A사를 선정해 사법부 내부 메신저 시스템 '알리미'를 도입했다. '알리미'는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 접속해야 이용할 수 있으며 판사들을 포함한 법원 공무원들은 개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알리미 메신저에 로그인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박근혜정부 시절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특정 성향 예술인들에 대해 자금지원 등에서 불이익을 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면서 문체부 메신저 서버를 압수수색, 상급자가 메신저를 통해 지시한 내용을 발견해 관련자들을 기소한 바 있다. 당시 문체부에 2009년 내부 메신저 시스템을 공급한 업체는 대법원 알리미를 설치한 동일 업체인 A사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검찰에선 대법원의 메신저 서버가 사법농단 의혹 수사의 핵심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만약 메신저 서버에 대화 내역이 저장돼 있지 않다면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사법농단 의혹에 관련된 판사들이 이미 자신의 PC에 저장된 메신저 대화 내역을 삭제하거나 PC를 포맷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이 경우 검찰은 지시관계 입증을 위해 이들의 PC를 제출받아 해당 데이터를 복구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

한편 대법원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메신저 서버를 검찰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메신저 서버에) 아무것도 없다면 왜 제출하지 않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서버에 메신저 대화내역이 없다는 대법원의 말이 사실이더라도 메시지 수발신 내역 등 최소한의 정보를 위해선 열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의 수집·이용 목적 △수집하려는 개인정보 항목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동의 거부권 등을 고지하고 이에 대한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의 하나 대법원이 이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서버에 내부 구성원들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저장했다면 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이밖에도 대법원은 사법정책실, 사법지원실, 전산정보국, 인사총괄심의관실 자료 등 기획조정실을 제외한 부서의 자료는 검찰에 제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은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법원행정처 전직 간부들의 업무추진비 카드, 관용차 사용 내역을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대법원은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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