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호는 러시아 발트함대 소속의 1급 철갑순양함으로 1905년 러·일 전쟁에 참전했다가 울릉도 인근에서 일본군의 공격을 받았다. 배를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함선 지휘부가 침몰을 지시해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것으로 전해졌다. 침몰 113년 만에 배가 발견된 셈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다수 법률 전문가들은 돈스코이호에 대해 신일그룹의 소유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러시아에서 소유권을 주장할 경우 국제적 분쟁이 장기간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현행 민법 제254조에 따르면 매장물은 법률에 정한 바에 의해 공고한 후 1년 내에 그 소유자가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발견자가 그 소유권을 갖게 된다. 그러나 타인의 토지, 기타 물건으로부터 발견한 매장물은 그 토지, 기타 물건의 소유자와 발견자가 절반씩 취득한다는 규정도 있다.

이에 따라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 발견 사실을 공고하고 1년 내에 러시아 등이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으면 배 안에서 발견될 보물은 모두 신일그룹 소유가 된다. 돈스코이호가 발견된 장소가 우리 영해인 만큼 한국 민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는 것이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변호사는 "돈스코이호가 러시아 군 소유라는 점이 인정될 경우 민법에 따라 발견된 보물을 절반씩 나눠야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침몰한 지 100년이 넘게 지났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소유권을 인정할 수 있을지 여부는 법적으로 더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보물선의 소유권을 두고 수차례 분쟁이 일어난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12월 남미 콜롬비아 북부 해안가에서 발견된 스페인 범선 산호세호 사건이다. 1708년 영국 전함의 공격을 받아 침몰한 산호세호에는 10조원 이상의 보물이 실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배의 소유권을 두고 원소유주인 스페인과 보물선이 발견된 콜롬비아, 그리고 최초로 산호세호의 위치를 발견한 미국 인양기업 시서치아르마다(SSA)가 현재까지도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난파선의 소유권과 관련해서는 국내법이나 국제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우리나라에 전문가도 전무한 상황"이라며 "각 정부나 기관이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를 인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승인 신청을 할 때 관련서류를 제출하고 매장물 추정가액의 10%에 해당하는 발굴보증금을 납부해야 한다. 신일그룹의 주장대로 150조원의 가치가 있는 금괴나 금화가 실제로 실려있다고 가정하면 보증금만 15조원을 내야하는 셈이다. 신일그룹은 현재까지 돈스코이호 발굴 승인 신청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