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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디자이너도 퇴직금 받을 수 있나요?"

[the L 법률상담] 법원, '위탁사업자계약' 헤어디자이너도 근로자로 인정…"퇴직금 줘야"


삽화=이지혜 디자이너

헤어디자이너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수많은 지점을 거느린 대형 프랜차이즈 미용실에선 고객에 대한 미용서비스의 전반을 지시하는 ‘헤어디자이너’와 그의 지시를 받아 시술을 보조하는 ‘스텝’(보조인력)들이 팀을 이뤄 고객의 머리 스타일을 완성합니다. 


통상 헤어디자이너들은 수년 간의 스텝 과정을 거치며 교육을 받은 후 비로소 헤어디자이너가 돼 자기 이름으로 고객의 머리 손질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됩니다. 스텝이 미용실에 고용된 근로자라는 데 대해선 법적으로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문제는 헤어디자이너인데요. 이들은 대개 미용실과 위탁사업자계약을 체결하고 일을 하기 근로자로 볼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법원이 헤어디자이너도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며 퇴직금을 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놨습니다. 어떤 사건인지 한번 살펴볼까요?


미용사 A씨는 서울 강남 소재의 유명 브랜드 미용실에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스텝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2010년 '헤어디자이너'로 승격된 A씨는 2011년 5월까지 정액의 수당을 받는 '월급제 헤어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이후 2011년 6월부턴 매출액에 비례해 수당을 받는 '배분제 헤어디자이너'로 활동하다 2015년 퇴직했습니다.


A씨는 퇴직과 함께 미용실 주인 B씨에게 퇴직금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B씨는 A씨가 경력 헤어디자이너로서 '근로계약'이 아닌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일한 독립적 사업자였다며 퇴직금을 줄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또 스텝으로 일한 기간은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지만, 이 역시 3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퇴직금을 줄 의무가 없다고 했습니다. 설령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미용실 본사의 아카데미 교육비용 등으로 이미 정산처리돼 줄 퇴직금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A씨는 B씨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재판에서 A씨는 자신이 사용·종속 관계 아래 B씨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주장하면서 B씨에 대해 퇴직금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B씨는 A씨가 헤어디자이너가 된 때부터 퇴직할 때까지는 별도의 지시를 받지 않고 스스로의 판단 아래 독자적으로 고객에게 각종 미용 서비스를 제공한 만큼 종속된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위탁사업자계약을 헤어디자이너도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가 재판의 핵심 쟁점이었던 거죠.


최근 서울북부지법은 이 사건에 대해 헤어디자이너도 미용실의 근로자인 만큼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8. 5. 30. 선고, 2016가단41354 판결). 비록 하급심이지만 지금까지 대법원에서 헤어디자이너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확정 판결이 나온 적은 없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입니다. 

재판부는 헤어디자이너 A씨와 미용실의 계약이 위탁사업자계약의 형식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무형태 등의 실질이 대법원이 제시한 근로자 인정 기준에 모두 부합한다고 봤습니다. 헤어디자이너처럼 위탁사업자계약을 맺은 특수근로자들의 근로자성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비교적 확립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➀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➁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➂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➃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➄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➅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➆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해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등 다수).”


그럼 서울북부지법의 판결문을 한번 볼까요? “이 사건 미용실이 요금 및 할인 여부 등을 결정하고, 헤어디자이너들에게 근무장소, 근무시간, 근무태도, 휴가 등 제반 근로조건 및 헤어시술 외의 고객정보관리, 헤어시술결과보고, 교육, 홍보 등 많은 부분의 업무처리방식을 지시하며, 고객배정순번 제외, 벌금 부과 등으로 통제, 관리하는 방식으로 헤어디자이너의 업무수행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이 이루어진 점(위 대법원 판결 기준 중 ➀, ➁ 관련), 이 사건 미용실이 헤어디자이너가 업무 특성상 개인적으로 소유하는 물건 외에 스타일링 제품과 제반 시설, 비품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점과 헤어디자이너의 제3자의 업무대행이나 다른 사업자의 업무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➂ 관련), 배분제 헤어디자이너일 때 매월 지급받는 보수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아니라 매출액에 의해 정산한 금액이기는 하나 이러한 성과급 형태의 금원은 노동의 양과 질을 평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어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이 반드시 부정된다고 볼 수 없는 점(➃, ➄ 관련) 등을 종합할 때, 헤어디자이너가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받을 목적으로 미용실에 대해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만 특수근로자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는 특정 직군에 대해 일률적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고 개별 사업장의 구체적인 지시·감독 등의 상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여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사업주 입장에서는 자신의 사업장 내 헤어디자이너들의 업무 제공 실질에 관해 면밀히 검토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퇴직금 청구권은 근로관계가 끝나는 퇴직이라는 사실을 요건으로 비로소 발생하므로 최종 퇴직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위반돼 무효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49732 판결 등 참조), 퇴직 시점 이후의 의사표시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근로 계속 중 사업주가 퇴직금을 미리 포기한다는 각서를 받아놓는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전포기 약정은 효력이 없습니다.

   

한편 헤어디자이너 입장에서는 퇴직금 채권은 퇴직한 날부터 3년이 경과하면 시효가 소멸됩니다. 자신의 근무 형태가 종속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퇴직시점으로부터 3년 내 사업주를 상대로 퇴직금을 청구해 시효 진행을 중단시키지 않으면 퇴직금에 대한 권리를 잃게 되니 유의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A씨를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북부지부 소속 강상용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사업주는 헤어디자이너들에 대해 출퇴근 시간은 물론 복장, 휴대폰 사용까지 일률적으로 규율하는 등 사실상 근로자로서 대했음에도 헤어디자이너들이 개인사업자로서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한 점을 근거로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결국 법원이 헤어디자이너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이라며 "이번 판결로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일하는 헤어디자이너들이 정당한 근로자임을 인정받고, 사업주들의 편법 근로계약 체결로 인한 헤어디자이너들의 피해가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습니다.


◇ 관련규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퇴직금의 지급)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제10조(퇴직금의 시효)

이 법에 따른 퇴직금을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제44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제1호 및 제2호의 경우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1. 제9조를 위반하여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자

2. 근로자가 퇴직할 때에 제17조제2항·제3항, 제20조제5항 또는 제25조제3항을 위반하여 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하거나 부담금 또는 지연이자를 납입하지 아니한 자

3. 제27조제4항을 위반하여 가입자 보호조치를 하지 아니한 퇴직연금사업자

4. 제33조제3항 및 제4항을 위반한 퇴직연금사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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