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2017년 11월, A씨는 아버지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3000만원의 명품 팔찌를 인터넷으로 내다 팔았다. 한 카페에서 올린 게시글을 본 B씨가 사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그러면서 B씨는 A씨에게 “편의점 택배로 팔찌를 부쳐달라. 영수증을 찍어 보내주면 바로 돈을 입금하겠다”고 했다. 

이를 믿은 A씨는 2017년 11월23일 B씨의 말대로 했다. 택배를 부쳤다는 연락을 받은 B씨는 해당 편의점으로 전화를 걸어 A씨를 사칭하며 택배 배송을 취소한다고 했다. 그리곤 공범에게 상자를 받아오게 한 뒤 도주했다. '편의점 택배 사기'였다.

돈을 받지 못하고 팔찌만 잃은 피해자 A씨는 똑같은 수법으로 당한 다른 사람을 찾아냈다. 그 사람은 다행히 바로 택배를 찾아와 피해를 당하진 않았다고 하면서 A씨에게 2017년 11월24일 본인이 범인 B씨와 통화하며 녹음했다는 음성 파일을 건네줬다. 

경찰은 CCTV와 통신내역, 음성파일 등을 토대로 피의자 B씨를 체포했다. B씨는 범행을 전면 부인했고, 경찰은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에서 이 영장 신청서를 받은 이가 광주지검의 고병무 검사였다. 직접적인 증거는 없었지만 고 검사는 B씨가 범인이 맞다는 강한 심증이 들었다. 그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휘한 뒤 내용이 보강되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18년 2월5일, 고 검사는 B씨의 사건을 정식으로 배당받았다. B씨는 여전히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있었다. 음성파일을 들어보면 B씨의 목소리가 분명했지만, 본인은 절대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음성 비교분석에 필요한 샘플을 녹음하겠다고 하면 갑자기 의도적으로 가래 낀 소리를 내며 어눌한 발음으로 목소리를 변조했다. 그렇게 변조된 샘플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서 음성 분석이 불가능했다.

결국 고 검사는 체포 당시 B씨의 집과 자동차에서 압수한 휴대폰 6대와 노트북 1대에 저장된 전화녹음 파일들을 모두 모두 '대검찰청 법과학 분석과'에 보냈다. 대검에선 2017년 11월24일 피해자가 녹음한 음성이 B씨의 음성임을 확인해줬다. 그제야 B씨는 범행을 자백했다. 

이후 수사를 거쳐 B씨는 지난 2월 구속기소됐다. 지난 7월 이뤄진 1심 법원의 선고에서 B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B씨는 항소했으며 현재 2심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