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People Politics Law…'국민'이 원하는 건 좋은 '정치'와 바른 '법'일 겁니다. 정치권·법조계에 'PPL'처럼 스며들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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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법사위에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질의 중인 노회찬 의원/사진= 노회찬 의원실 |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가 자주 하던 말입니다. 대중연설에서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 등에서 표현을 조금씩 달리하며 유독 강조했던 얘깁니다.
노 의원이 국회에서 가장 많은 흔적이 남긴 곳이 법사위입니다. '삼성X파일' 사건에서 떡값을 받았다는 검사 실명을 당시 법무부 차관에 대한 질의 형식으로 처음 밝힌 것도 법사위 회의였습니다.
노 의원이 강조했던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헌법 가치가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선 법사위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국회 체계상 모든 법률의 제·개정 과정에 개입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법사위는 ‘전문가’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곳입니다.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법조인들이 다수여서 더욱 그렇습니다. 법사위원들을 돕는 역할을 하는 상임위 전문위원들도 다 법조인들입니다. 파견된 판검사도 섞여 있습니다.
그런 상황인 만큼 노 의원 같은 비법조인의 견해는 법사위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대다수 비법조 일반 국민들의 시각을 대변하기 때문입니다.
판사와 검사, 그리고 변호사 모두를 합쳐봐야 2만5000여명입니다. 국민 전체의 0.05%수준입니다. 그런데 법사위 구성은 항상 판·검사·변호사 출신 의원이 과반수 이상 차지합니다. 물론 법사위 특성상 법체계를 다루고 어려운 법률용어를 즉각적으로 이해하고 논의하기 위해선 법조인들로 구성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법조인들이 다수를 점하면, 결국 ‘법조인들만의 논리’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겁니다. 법조인들은 법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상, ‘기존 질서’에의 순응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관예우, 법조비리, 법조시장 등의 문제에 있어 변호사인 그들의 사고방식이 반영될 수 밖에 없습니다.
판사와 검사, 그리고 변호사 모두를 합쳐봐야 2만5000여명입니다. 국민 전체의 0.05%수준입니다. 그런데 법사위 구성은 항상 판·검사·변호사 출신 의원이 과반수 이상 차지합니다. 물론 법사위 특성상 법체계를 다루고 어려운 법률용어를 즉각적으로 이해하고 논의하기 위해선 법조인들로 구성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법조인들이 다수를 점하면, 결국 ‘법조인들만의 논리’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겁니다. 법조인들은 법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상, ‘기존 질서’에의 순응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관예우, 법조비리, 법조시장 등의 문제에 있어 변호사인 그들의 사고방식이 반영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3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기관보고에서 변호사 출신 특위위원들의 변협 협회장을 대하는 태도를 살펴보면 답이 나옵니다. 변호사로 돌아가면 변협 회원인 그들은 변협에 대한 지적은 날카롭게 하지 못합니다. 생중계 되지 않는 법사위 소위에선 더 그렇습니다.
법조인 자격을 갖춘 전문 지식인이면서 비법조 일반 국민을 우선시하는 사고방식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법사위를 지켜보면서 그런 훌륭한 법사위원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런 점에서 서민의 시각을 유지하며 법사위의 '메기' 역할을 하던 노 의원의 빈 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법사위 회의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때론 진보 정치를 지향하는 검사 출신 의원이 기존 질서를 옹호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보수 정당 소속 비법조인 법사위원이 더 진보적 제안을 하기도 합니다. 때론 그런 비법조인 법사위원의 논리가 법리에 맞지 않거나 기존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어도, 법조인들은 생각 못 했던 꼭 필요한 지적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법률 전문가들에게 ‘상식’처럼 통하는 원리가 때론 비전문가들에게 이상한 기준인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국민 다수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재판의 공정성이 여전히 의심받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의혹 때문만은 아닙니다. 국민들이 접하는 일반 사건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노 의원 자신도 삼성 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했습니다. 노 의원에 대한 판결 역시 기존 법체계와 법조항에 따른 정당한 판결이었지만, 비법조인 시각에선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법사위에서 그런 간극을 항상 지적하던 노 의원이었습니다. 그런 견제가 꼭 필요한 법사위입니다. 노 의원의 부재가 아쉬운 이유입니다.
2016년 법사위에 출석한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오만한 태도에 분노해 일갈하던 그의 사자후도 비법조인이라 가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법조인 출신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사법연수원 기수나 법원·검찰 인맥으로 얽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노 의원의 사자후 직후 안 전 국장은 검찰 선배인 법사위원에 다가가 웃으며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국정감사에서 법조 기관장을 향해 호통치는 야당 의원도 그 뒤 배석해 있는 연수원 동료 선후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당 법사위원 8명 중 6명이 법조인, 1명이 경찰 출신입니다. 재가동 예정인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선 여당 위원 7명 중 6명이 법조인입니다. 그 나머지 한 명 마저 법조인으로 채운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인데도 여당은 야당보다 법조인 배치를 많이 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는 모양입니다.
법사위·사개특위가 꽉 막힌 법조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도록 제 역할을 해 줬던 노 의원의 목소리가 앞으로 더욱 그리울 것 같습니다. 그가 없는 법사위는 과연 대다수 국민들을 대표해 제 역할을 해 낼 수 있을까요?
법조 기득권에 대해선 눈 감고 전문가의 함정에 쉽게 빠지는 법조인 의원들 속에서 날 선 긴장감을 줬던 노 의원이었습니다. 그가 없는 법사위·사개특위가 평범한 비법조인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 그의 빈자리가 눈에 띄지 않게 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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