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11시45분쯤 강원 원주시 부론면 흥호리 소재 강릉방향 영동고속도로에서 A씨가 몰던 BMW 520d 차량에 불이 나 전소됐다.(강원지방경찰청 제공)/사진=뉴스1

'불타는 자동차' BMW 520d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올들어 발생한 화재 사고만 20건이 넘는다. 결국 BMW코리아는 지난달 26일 520d 모델을 비롯해 2011년 3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생산된 디젤 모델 42개 차종 10만6317대에 대한 리콜(시정명령)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3일 운행자제를 권고하기도 했다. BMW 측의 발표에 따르면 차량 화재의 원인은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결함’으로 추정된다. 

일부 피해자들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BMW 화재 피해자 집단소송’ 카페에는 약 3800명이 모였다. 가입 인원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27일 A씨가 서울중앙지법에 BMW코리아를 상대로 1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내용의 소장을 제출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담당 변호사는 재산적 손해와 위자료를 합산한 금액이라며 추후 구체적 손해를 반영해 청구금액을 늘리겠다고 했다.

이어 지난달 30일엔 차주 4명이, 3일엔 13명이 함께 소송을 냈다. 일부 언론은 차주 여러명이 함께 소송을 냈다고 보도하며 '집단소송'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사실 이는 법적으로 잘못된 표현이다.

'집단소송'(class action)이란 기업 제품이나 서비스로 인해 유사한 피해를 본 사람이 여러명일 경우 일부가 전체를 대표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판결의 효과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피해자들에게도 적용된다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선 집단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천문학적인 규모의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증권 분야에서만 이 제도를 도입했다.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선 집단소송이 허용되지 않는 셈이다. 

BMW 520d와 같은 자동차도 마찬가지로 집단소송이 불가능하다. 여럿이 함께 소송을 냈다는 의미로 ‘집단’이란 표현을 쓸 수는 있지만 법적인 '집단소송'은 아니다. 법적으로 따지면 소송에서 원고나 피고 둘 중 한 쪽이 여럿인 경우를 뜻하는 ‘공동소송’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렇다면 이 소송들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차주들이 제기한 이 소송에는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은 제조물의 결함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제조업자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예전에는 자동차 결함에 의한 손해배상의 경우 소비자가 결함의 존재 및 결함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모두 입증해야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2017년 4월 제조물책임이 개정되고 2018년 4월 시행되면서 소비자의 입증책임이 완화됐다. 차주가 몇가지 사실만 증명하면 제조물을 공급할 당시 해당 제조물에 결함이 있었고, 그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법원이 추정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가 입증해야 할 것은 △해당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됐다는 사실 △손해가 해당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 등이다.

그러나 차주 입장에선 승소를 무조건 낙관할 수도 없다. 입증책임이 완화됐다지만 자동차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소비자가 이런 사실들을 입증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앞으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