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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판례氏]갑자기 불붙은 차, 남의 차까지 태웠다면

[the L]


최근 BMW 차량에서 돌연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한국소비자협회가 자동차학과 교수와 기술자, 정비사 등 전문가들과 함께 원인을 규명하겠다며 BMW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특별한 외부요인이 없는데 갑자기 차량에 불이 났을 경우 발화 원인을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보니 손해배상 책임 비율을 산정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차량으로 불이 옮겨 붙어 피해가 커졌다면 배상 책임은 누가 질까?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2013다1921)가 있어 소개한다.

2011년 3월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주차돼 있던 정모씨의 소나타 차량이 불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불은 근처에 주차돼 있던 심모씨의 프레지오 밴 차량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밴에서 갑자기 불이 나면서 사이드브레이크가 풀렸고, 차량이 그대로 앞으로 굴러가 정씨의 소나타에 추돌하면서 불이 옮겨붙은 것이다.

밴에서 왜 화재가 발생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 차량을 조사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심한 연소로 인해 내부 배선이 변형·유실돼 구체적인 발화원인을 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엔진과열이나 인적인 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은 희박하고 차량 전면 내부의 전기적인 원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은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심씨는 롯데손해보험에, 정씨는 흥국화재손해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흥국화재는 일단 정씨에게 보험금 2645만원을 지급하고 롯데손보에 같은 액수를 지급하라는 구상금분쟁 심의청구를 내 지급 결정을 받아냈다. 이에 롯데손보는 일단 금액을 지급하고 법원을 통해 돌려받겠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공작물의 점유자·소유자의 책임을 규정한 민법 제758조 제1항에 따라 밴 차량 차주인 심씨 측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조문에 따르면 차량이나 집 같은 공작물에서 생긴 문제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쳤을 경우, 당시 차량이나 집을 사용하고 있던 점유자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점유자가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손해가 발생했다면 배상 책임은 소유자에게로 넘어간다.

재판부는 "국과수 의견과 자료를 종합하면 밴 차량 내부에 전기배선 불량과 같은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설치·보존상 하자가 있었고 그로 인해 화재사고가 발생했다"고 했다. 차량에 문제가 있던 것은 맞으므로 밴 차량 차주인 심씨와 롯데손보 측에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보험금 액수가 과하게 책정됐다며 롯데손보가 1716만원만 부담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흥국화재가 롯데손보에 차액 929만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소나타 차량의 중고 시세가 2145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해 이 액수를 기준으로 삼고 실화책임법 등에 따라 심씨의 책임 비율을 계산했다. 그 결과 심씨 측에서 부담해야 할 배상액수는 2145만원에 책임비율 80%를 곱한 1716만원으로 정해졌다. 재판부는 "사고가 심씨의 중과실로 발생했다고 볼 수 없고, 화재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2심은 심씨 측에서 책임 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롯데손보가 흥국화재에 지급한 보험금 2645만원을 모두 돌려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차량에 이렇다 할 문제는 없었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심씨가 차량 관리를 소홀히 했다거나 차량이 정상적으로 운행되지 않았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화재가 차량 내부에서 시작됐다는 사정만으로 차량의 설치·보존에 하자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심씨가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조치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판단는 대법원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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