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최근 잇따른 BMW 차량의 화재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
잇딴 BMW 차량 화재로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확대 적용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기업들이 직면하게 될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국회와 관계 부처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발생한 BMW 화재 발생 건수만 30건이 넘어서며 국회 차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박순자 국회 국토위원장(자유한국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결함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 도입을 국회 차원에서 적극 도입하겠다”며 “현행 제조물책임법에서 손해의 3배까지 배상하는 것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도 “실무부서 차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는 △현재 ‘손해액의 3배’까지로 제한된 배상액의 상한을 높이고 △제품 하자와 손해배상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 여부에 대한 증명 책임을 소비자에서 기업으로 전환시키는 쪽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확대 손해’가 없이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방안이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예컨대 BMW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 차량이 전소하더라도 차량 이외의 재산이나 탑승자나 주변인 등 ‘사람’의 신체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아니다. ‘확대 손해’ 없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게 될 경우 앞으로는 차량만 타버린 경우라도 피해자가 손해액 이상의 배상액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얘기다.
법무법인 한누리의 구현주 변호사는 이와 관련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제품 하자로 인한 손해발생이라는) 불법행위에 대해 기업이 져야 할 형사적 책임을 민사적 책임으로 전환시키려는 제도”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배상액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면 소송을 통해 적극 피해구제를 받으려는 유인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종전까지는 실제 손해액에도 미달하는 배상액만 인정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주저하는 경우가 잦았다”며 “기업들이 ‘과잉 배상’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지만 국내에서의 그간 사법 현실을 고려할 때 기업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처럼 급속도로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법무법인 바른의 백광현 변호사는 “대륙법계에서는 실손해액 배상을 원칙으로 하는 반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영미법계에서 유례된 제도”라며 “대륙법계에 속한 한국에 외국의 제도를 도입할 때 우리 법체계와의 융화 방안 등에 대해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다른 대형 로펌의 A변호사도 “이미 우리 법령에 도입된 (손해액 3배 한도에서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부분적으로나마 기업에 무조건적인 입증책임을 부과하고 있다”며 “손해배상액 상한을 현 수준보다 높이려면 소비자에게 피해를 가하게 된 제조물 하자와 관련한 기업의 의사결정이 악의적이고 비난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 제한되도록 한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A 변호사는 “소비자 또는 피해자가 기업 의사결정의 ‘악의성’ ‘비난 가능성’을 주장하며 현 수준(손해액의 3배) 이상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는 입증 책임을 기업이 아닌 소비자·피해자가 져야 한다”며 “비난 가능성이 낮은 행위에까지 무조건적인 결과책임을 묻는 식으로 규제가 강화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