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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를 충분히 물어보지 않고 진행된 소송은 무효이기 때문에 다시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에서 사전에 절차를 안내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해야만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43)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방송국 PD를 사칭하면서 젊은 여성들에게 방송에 출연시켜 주겠다고 거짓말로 연락해 만난 다음 강제추행을 한 혐의를 받았다.

1심 법원은 3명의 피해자 중 2명의 피해자에 대한 범죄 혐의만을 인정하면서 김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에 신상정보를 5년 동안 공개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도 10년 동안 부착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심 법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씨가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것에 주목했다. 국민참여재판의 실시 여부는 일차적으로 피고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고 법원은 피고인에게 이를 원하는지 여부에 관한 의사를 서면 등의 방법으로 반드시 확인하도록 돼 있다. 법원은 국민참여재판안내서 등을 사전에 주고 충분한 안내를 해야 하며 이에 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히 부여해야 한다.

1심 법원이 여러 강제추행 사건을 병합해 함께 심리하는 과정에서 특정 사건에 대해 김씨에게 국민참여재판에 관련한 의사는 물었지만 별도로 안내서 등을 송달하고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부여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대법원은 “1심 법원은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에 관해 의사의 확인절차를 적법하게 거쳤다고 볼 수 없는데도 바로 재판을 진행했다”면서 “이는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원심 판결 가운데 유죄 부분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돌려 보냈다.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절차 등에 관한 충분한 안내와 그 희망 여부에 관해 숙고할 수 있는 상당한 시간이 사전에 부여되지 않았다면 피고인이 다른 사건에서 관련 안내를 받았다거나 절차적 위법을 문제 삼지 않겠다고 진술한 바 있다고 하더라도 공판절차상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