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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휴가 다녀왔더니 소송이?…항공 지연·여행지 사고 등 분쟁 늘어

[the L][Law&Life-휴가 후유증 ①] 7~8월 소비자 피해구제 접수 해마다 늘어



#A씨는 올해 여름, 짧지만 환상적인 여름 휴가를 보냈다. 휴가 기간 재충전한 에너지로 활기찬 일상으로 복귀를 기대했으나 그에겐 기나긴 소송이 남겨졌다. 지난 7월 초 필리핀 세부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게 된 A씨는 팬퍼시픽 항공을 이용해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지 시각 밤 11시30분에 세부를 출발해 다음날 새벽 5시 인천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항공편이 기체 결함으로 하루 가까이 지연됐다. A씨는 대체 항공을 찾을 때까지 공항에서 하루를 허비한 것은 물론 휴가를 마치자마자 계획됐던 해외 출장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A씨처럼 지난 7월 6일 팬퍼시픽 항공 8Y600편의 지연으로 피해를 입은 항공소비자 247명은 최근 항공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항공편이 적게는 18시간 많게는 33시간 이상 지연되면서 공항 인근 숙소에서 묵어야 했던 비용은 물론 항공편 지연으로 입게 된 금전적·정신적 피해 보상을 항공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 

◇환상적인 휴가 뒤에 악몽같은 소송이
여름 휴가가 집중되는 7~8월 휴가철 여행과 관련해 항공과 숙박 등 소비자 피해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해외 여행을 떠나는 피서객들이 늘어나면서 항공 부문 소비자 피해 사례가 가장 많아졌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7~8월에 접수된 1638건의 피해신고 중 항공 부문 피해 사례가 608건(37.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여행 561건(34.2%), 숙박 469건(28.7%)으로 집계됐다.

항공 관련 피해 중에서도 항공기 운항 지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해외 일정을 전부 취소하게 되거나 변경하게 되는데 따른 피해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공사들은 항공 안전이나 기상 상황 등을 내세워 책임을 모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휴가를 고스란히 망치고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가 어렵다.

팬퍼시픽 항공 역시 10만원 상당의 보상금만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을 뿐 승객들이 입은 다양한 피해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예율의 김지혜 변호사는 "항공운송인의 관리‧지배하에 있으며 통제 및 책임영역 내에 있는 것이 분명한 ‘기체 결함’으로 인해 운송이 지연된 점은 불가항력적 사유로 인한 지연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항공사의 지연에 대한 책임이 인정돼야 한다"면서 항공사의 손해배상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에도 항공사의 운항 지연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이 제기됐다. 지난해 6월 베트남 다낭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진에어 항공기가 15시간 가량 지연되는 동안 탑승객들은 아무런 정보도 제공받지 못한 채 공항에서 발만 굴러야 했다. 한국소비자연맹과 녹색소비자연대는 항공사의 무책임한 태도와 불공정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 위해 첫 집단소송에 나섰고 62명이 소송에 참여해 1인당 2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항공기 지연이나 결항, 취소 등에 따른 피해가 갈수록 늘자 국토교통부의 요청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월 28일 항공운송 불이행과 관련된 항공사들의 보상 규정을 강화한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연 시간에 따라 운임의 30%까지, 혹은 최대 600달러까지 보상해주고 항공 지연에 따른 체류에 필요한 숙식비 등의 경비 지급을 의무화했다.

◇여행사만 믿다가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
'휴가 후유증'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는 여행 상품이나 숙박 등과 관련된 계약 사항이나 낯선 여행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사고 등에 대해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통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기도 하다. 특히 여행사를 통해 이뤄지는 '패키지 여행'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여행사보다 소비자의 책임을 보다 크게 책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2016년 여름 대형 여행사와 미국 여행 상품을 계약했다가 비자 문제로 출국 자체가 안돼 여행이 무산된 B씨 가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B씨는 이란 방문 이력 때문에 미국에 가기 위해서는 별도의 비자가 필요했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여행 상품을 계약했다. B씨는 계약 당시 여행사 측이 사전에 알려주지 못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여행사 상품에 비자 발급 등의 대행 업무가 포함돼 있지 않는 만큼 비자 문제로 인한 여행 무산의 책임을 여행사가 아닌 B씨에게 있다고 본 것이다.

여행사가 제공한 패키지 프로그램에 따라 현지에서 활동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여행사로부터 치료비 전액을 청구하기 어렵다. 지난 2014년 여름 인도와 네팔 배낭 여행을 떠났다가 현지 가이드가 대여한 차량을 탑승한채 사고를 당한 C씨는 여행사에 치료비 등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여행사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안전을 책임져야할 여행사의 책임과 함께 여행 상품이 포함하고 있는 위험성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소비자의 책임 역시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숙박 시설이나 워터파크 입장권, 캠핑용품 등 휴가철을 맞아 빈번하게 이뤄지는 거래에서 발생하는 사기 피해 역시 소비자들이 계약 전 거래 조건 확인이나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영수증 보관 등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법무법인 지향의 김묘희 변호사는 "여행 계약과 관련해서는 여행사가 얘기한 자료나 홈페이지 자료를 보관해 놓는 것이 유리하고 여행지에서의 사고는 패키지 상품이 아닌 경우 본인 책임으로 귀속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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