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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70세?…난 몇살까지 일할 수 있었을까?

[the L 법률상담] 일반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은 통상 60세…법원, 설문조사원 가동연한 70세로 인정


설문조사원으로 일하던 A씨(67세)는 어느 날 지나가던 버스에 치여 크게 다쳤습니다. 더 이상 설문조사 일을 하기 어려워진 A씨는 차량이 속한 버스운송사업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문제는 A씨가 몇살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었다고 봐야할지였습니다. 만약 A씨가 70세까지 일을 할 수 있었다고 본다면 버스운송사업조합은 A씨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경우 67세인 A씨가 70세까지 남은 2∼3년 동안 설문조사원으로서 벌 수 있었던 소득에 상응해 배상 책임을 져야 합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최근 A씨가 버스운송사업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건에서 설문조사원의 가동연한을 ‘70세가 될 때까지’로 판단, 원심을 파기했습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7나38400 판결) 원심 판단은 설문조사원의 가동연한이 ‘60세가 될 때까지’인 만큼 일실수익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가동연한이란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나이의 상한을 뜻합니다.


교통사고 등 불법행위로 인해 사망 또는 상해를 입어 가해자로부터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 손해배상의 내용은 크게 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 위자료의 3가지로 나뉩니다. 적극적 손해는 사고로 인한 치료비, 보조구 구입비, 개호비 등 적극적으로 지출이 이루어지거나 이루어질 예정인 비용, 소극적 손해는 사고로 인해 더 이상 기존에 하던 일을 할 수 없게 됨으로써 장래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의 상실액(일실수익), 위자료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액을 각 의미합니다.


이 가운데 소극적 손해액은 기대여명(생명표에 따라 추정된 잔존 여명) 내에서 피해자가 몇 살까지 근로 소득을 얻을 수 있는지(가동연한)를 고려해 산정됩니다. 가동연한은 실무상 판례로 정립한 연령에 따르며 직업마다 조금씩 다른데, 법원은 공무원, 회사원 등과 같이 법령과 취업규칙 등에 의해 정년이 정해져 있는 직업군의 경우 정년에 이르기까지, 일반 육체노동자의 경우에는 통상 60세가 될 때까지, 육체노동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직업군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증거에 의해 가동능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구체적으로 법원은 다방 여종업원은 35세가 될 때까지, 골프장 경기보조원은 35세가 끝날 때까지, 가수는 40세가 될 때까지(트로트 가수는 60세가 될 때까지), 일용노동자, 목공, 개인택시 운전사, 용접공, 탤런트 등은 60세가 될 때까지, 의사, 약사 등은 65세가 될 때까지, 관세사는 65세가 끝날 때까지, 한의사, 목사, 법무사, 변호사 등은 70세가 될 때까지를 가동연한으로 봤습니다].

 

문제는 일반 육체노동자를 기준으로 사고 당시 60세가 이미 넘은 사람의 경우, 가동연한을 60세로 보면 사고 직전까지 엄연히 근로 활동을 통해 수익을 얻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정될 일실수익이 없어진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피해자가 현실적으로 일반적 가동연한을 넘어 수익을 얻고 있는 경우에는 피해자의 건강상태, 가정환경, 직업의 성질 등 구체적·개별적 사정을 고려해서 사고 이후에도 일반적 가동기한을 넘는 일정기간의 장래수익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고(대법원 70다2927), 그 판단기준에 대해 “60세가 넘는 자의 가동연한을 인정하기 위해 반드시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자의 연령별 근로자수, 취업률 또는 근로참가율, 근로조건 등 객관적 사정을 모두 조사해 이를 참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피해자 본인의 연령, 경력, 건강상태, 가동여건, 관련 분야의 인식 등 주변사정을 참작해 이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해왔습니다(대법원 97다4449).

 

이 사건에서 서울북부지방법원은 ➀ 설문조사원인 원고가 평소 자전거를 이용해 설문조사 업무를 했던 것으로 보이므로 동일 연령대의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건강했을 것인 점, ➁ 설문조사원은 보통 오전에 업체를 방문해 설문지를 돌리고, 작성된 설문지를 돌려받은 뒤 오후에 귀가해 집에서 설문자료를 정리하거나 다음 날 방문할 업체의 목록을 점검하는 등의 근로를 하므로 일용근로자 또는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업무로 하는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육체적 피로도가 덜할 것인 점, ➂ 설문조사원의 그와 같은 근로여건 및 내용이 비춰 설문조사원의 취업 가능기간이 제한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을 들어 사고 당시 67세였던 원고의 가동연한을 70세가 될 때까지로 봐 일실수익을 산정했습니다.

 

교통사고 등 불법행위 당시 이미 60세를 넘은 피해자는 가해자와의 합의 과정에서 통상의 기준에 따른 가동연한인 60세에 따라 일실수익을 아예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직업에 따라 60세 이상의 가동연한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지레 포기하고 60세의 가동연한에 따라 계산된 일실수익만을 배상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평균 수명이 연장되고 과거에 비해 건강 상태가 좋아진 현재에도 기존에 정해진 가동연한에 묶이면 피해자는 손해를 오롯이 배상받을 수 없게 됩니다. 이 판결은 기존의 대법원 판결의 기준에 비춰 법리상 새로울 것은 없지만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60세 이상의 가동연한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 소송대리인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북부지부의 황호성 변호사도 “법원이 기존에 일실이익 산정을 위한 가동연한을 일률적으로 60세로 한정해왔는데, 이 사건은 고령화 시대 현실을 감안해 보다 폭넓게 손해배상을 인정하도록 하고 있는 판결"이라 평하며, 아울러 "일반적인 가동연한을 넘어 고령의 피해자일 경우 현실적인 수익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일반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은 종전 55세에서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1989. 12. 26. 선고 88다카16867)을 통해 60세로 상향한 후 29년째 적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이를 다시 65세로 높일지 여부에 대해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며 오는 11월29일 공개변론이 예정돼 있습니다(대법원 2015다3358). 


가동연한의 연장 여부는 일반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과 국민 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고, 무엇보다 보험제도와 연금제도 운용에도 상당한 관련이 있는 만큼 보험회사를 포함한 손해배상 소송의 분쟁 당사자는 향후 나오는 대법원 판결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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