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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개편 합의문 서명식'에 참석해 합의서를 교환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법무부와 공정위가 전속고발제 폐지 범위와 관련해 공정거래법상 민사, 행정, 형사 등의 법체계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가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 등 4가지 유형의 담합행위에 대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양 기관은 가격이나 입찰담함 등 중대한 담합은 신규사업자들의 시장진입기회를 박탈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그로 인한 비효율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로 형사제재 필요성이 높았다고 이날 설명했다. 2018.8.2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격·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 담합(카르텔) 등 이른바 '경성 담합'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제가 폐지된다. 전속고발제란 불공정거래 등 사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해만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게 한 제도를 말한다.
검찰은 앞으로 공정위의 고발 없이도 중대 담합사건들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설 수 있게 돼 사실상 기업들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사실상 모두 틀어쥐게 됐다. 선순위 자진신고자에 대한 면책 제도는 유지되지만 '검찰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요건이 추가돼 적용이 까다로워졌다.
◇가격·입찰담합 등은 공정위 고발 없이 檢 수사
21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서명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 합의안’에 따르면 앞으로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상품의 생산·출고·수송 또는 거래의 제한이나 용역의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을 제한하는 행위 △입찰 또는 경매에 있어 낙찰자, 경락자(競落者), 투찰(投札)가격, 낙찰가격 또는 경락가격,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결정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전속고발제가 폐지돼 검찰이 담합 행위를 인지하는 즉시 수사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현행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공정거래법)은 기업들이 계약·협정·결의 등으로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들을 금지하고 있다. 이 유형의 경성담합 행위들은 주로 건설·제조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담합행위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성담합 관련 사건수나 금액이 전체 사건의 약 90% 이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공정위는 모든 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자진신고 정보를 독점하면서 검찰에 고발할 권한까지 유일하게 갖고 있어 공정위의 고발 전에는 사실상 검찰 수사가 불가능했다.
검찰은 전속고발제가 일부 폐지되고 향후 공정위 자진신고 정보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공유받게 됨에 따라 폐해가 큰 담합행위를 제대로 처벌하는 게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2014년부터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한 276건 중 공소시효를 6개월 이하로 남기고 고발한 사건이 64건(23.2%)에 달해 제대로 기소하지 못한 사건도 있었다"면서 "앞으로는 공정위에 들어오는 자진신고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받게 되는 만큼 중대 사건의 경우 즉시 수사에 착수, 법망을 빠져나가는 사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신고해도 檢 수사 협조해야 형 면제
자진신고가 들어온 사건의 경우 검찰은 '국민경제에 심대한 피해를 초래하거나,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사건(가격담합과 입찰담합)'에 한해 우선적으로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검찰이 우선 조사하지 않는 나머지 자진신고 사건은 공정위가 먼저 조사해 13개월 내 조사를 끝내고 관련 자료를 검찰에 송부하게 된다. 기업의 자진신고가 없는 사건 역시 검찰이 경성담합 행위로 판단되는 범죄사실을 먼저 인지하게 되면 공정위 고발 없이 즉시 수사에 나설 수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자진신고 없이 들어오는 투서는 해당 기업들의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성 담합의 경우 공정위보다 검찰에 정보가 더 모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품 또는 용역의 거래조건이나 그 대금 또는 대가의 지급조건을 정하는 행위 △생산 또는 용역의 거래를 위한 설비의 신설 또는 증설이나 장비의 도입을 방해하거나 제한하는 행위 △상품 또는 용역의 생산·거래 시에 그 상품 또는 용역의 종류·규격을 제한하는 행위 △영업의 주요부문을 공동으로 수행·관리하거나 수행·관리하기 위한 회사등을 설립하는 행위 △그 외의 행위로 다른 사업자(그 행위를 한 사업자를 포함한다)의 사업활동 또는 사업내용을 방해하거나 제한함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 등에 대해선 여전히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유지된다. 이 분야의 사건들은 검찰에 접수돼도 공정위가 먼저 조사를 하게 된다.
아울러 재계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담합 자진신고자에 대한 인센티브는 유지된다. 그동안 담합행위를 1순위로 신고한 자진신고자는 시정조치·과징금, 검찰 고발이 면제됐다. 법무부와 공정위는 전속고발제 폐지 이후에도 가장 먼저 신고한 기업은 형을 면제하고, 2순위 자진신고자의 경우 형을 임의적으로 감경해주도록 자진신고제를 유지하도록 합의했다. 기업들 사이에선 검찰과 공정위의 판단이 서로 다를 경우 처벌을 면제받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는데 이 문제가 타결된 것이다.
다만 1순위 자진신고 기업의 경우에도 '검찰 수사에 협조할 것'이 형 감면의 요건으로 추가된다. 즉 자진신고로 공정위 과징금이나 시정조치 등 행정처분을 면제받더라도 향후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기소가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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