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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法형통

과천 토막살해범 얼굴 공개…인천 초등생 범인은 왜 안해?

[the L] [팩트체크] 살인·사체훼손 등 강력범죄라도 미성년자는 신상공개 불가

노래방 도우미를 교체해달라는 손님과 말다툼 끝에 손님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변경석씨(34·노래방 업주)가 29일 오후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에서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

말다툼 끝에 노래방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인근에 내다버린 토막살인범 변경석(34)의 얼굴과 실명이 지난 29일 검찰 송치 과정에서 공개됐다.

살인 및 사체훼손 등 혐의를 받는 변씨에 대해 지난 23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신상공개심의위원회는 내외부 인사 7명으로 구성된 심의회 만장일치로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범죄피의자에 대한 얼굴 등 신상공개 기준이 일관되지 않고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인천에서 초등학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한 주범 김모양(18)과 공범 박모양(20) 신상도 공개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 사건은 어린 초등생을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하고 신체를 훼손한 뒤 유기하는 범행 과정이 밝혀져 이번 사건보다 사회적 충격이 더 컸다. 이런 점을 고려해 마땅히 당시 두 범인들의 얼굴과 실명 등 신상을 공개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심지어 '남녀 역차별'이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제까지 공개된 대부분의 강력 범죄자가 남성이었다는 점에서다. 

◇잔인한 강력범죄에도 미성년자는 신상공개 안돼

그러나 현행법상 인천 초등생 살인범들에 대한 신상공개는 불가능하다. 경찰 수사 당시 피의자 두명은 각각 만 17세, 18세로 미성년자였기 때문이다.

관련 법령인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 2, 제1항 4호에 따르면 피의자가 '청소년(만 19세 미만)'인 경우엔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 따라서 경찰과 검찰이 명확한 기준없이 사건에 따라 신상공개 여부가 달라져 비판을 받긴 해도, 미성년자였던 인천 초등생 살해범들에 대한 신상공개는 불가능했다.

지난 2016년 어버이날 친부를 무참히 살해한 남매는 스스로 신상공개를 원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이들에게 마스크와 모자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동 중 남매가 스스로 마스크를 벗고 모여든 언론사 카메라 앞에 서며 언론에 그대로 얼굴이 노출되길 원했음에도, 경찰이 언론에 협조를 구해 결국 모자이크 처리된 채로 보도됐다. 

이 사건은 경찰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피의자의 얼굴을 가리는 모습을 보여줘 논쟁거리가 됐다. 피의자 스스로 원치 않는 본인의 인격권 보호를 왜 굳이 경찰이 하느냐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피의자 얼굴 공개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특정강력범죄자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 2.

◇검찰·경찰 재량에 달린 얼굴 공개

피의자 얼굴공개 기준에 대한 논쟁은 강력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돼왔다. 이에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직후 2011년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으로 얼굴 공개 기준이 세워졌고 '인권보호수사준칙' 등 관련 규정도 마련됐다.

그러나 개정된 특례법도 명확한 기준이라 보긴 힘들다. 성폭력·살인·강간·강도 등 특정한 강력범죄에만 얼굴 공개가 허용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얼굴 공개 등을 할 수 있다고만 규정했을 뿐 '의무'로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조항인 제8조의2, 제1항은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로 돼 있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은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사건마다 따로 판단을 내리고 있다. 강력 범죄의 유형과 비난 가능성에 대한 정량적 판단이 아니라 정성적 고려가 들어가기 때문에 '만만한' 피의자만 공개된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인권보호수사준칙도 추상적이다. 피의자 얼굴의 촬영 여부에 대해선 공익상 특히 필요한 경우 검찰청장의 승인 하에 허용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얼굴 공개여부는 전적으로 수사당국의 재량에 달려있다. 피의자 인권과 국민 알권리를 비교형량해 검찰·경찰이 알아서 판단하는 셈이다. 그 결과로 영등포 초등학생 납치 성폭행사건의 김수철, 안산 인질 살해극의 김상훈 등의 얼굴은 공개됐지만 서초구 세모녀 살해사건의 가장과 7세 원영이 학대사건의 부모 얼굴은 비공개 처리됐다. 

8살 초등학생을 유괴해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천 초등생 살해 사건'의 공범 박모양과 김모양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살인방조 등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4.30/사진=뉴스1

◇강박적으로 마스크 씌우는 경찰

수사당국에서 피의자에게 마스크를 강박적으로 씌우는 것은 추후 무죄로 밝혀졌을 경우 얼굴 공개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의자가 사후에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헌재는 2012년 보험사기 혐의로 구속됐던 A씨가 경찰 조사 과정이 촬영돼 언론에 공개돼 신상이 노출된 것이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격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낸 헌법소원에서 피의자 A씨의 손을 들어줬다.(2012헌마652)

헌재는 A씨 사건에서 인격권 침해여부를 위헌여부 판단기준인 △목적의 정당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에 비춰볼 때 공인이 아닌 일반 피의자에 대한 인격권 침해는 과도한 조치라고 봤다. 보험사기라는 범죄가 강력범죄는 아니었기 때문에 알 권리라는 공익성보다 개인 인격권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반면 미국은 '피의사실공표죄'가 없어 피의자 체포시부터 언론에 얼굴이 그대로 공개된다. 영국이나 일본도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을 대부분 공개하는 등 국민의 '알 권리(right of know)'를 우선시한다.

한 경찰행정 전문가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피의자에게 일괄적으로 마스크와 모자 등을 제공해 적극적으로 인격권을 보호하는 경우는 없다"며 "일부 인권단체 등의 질책이나 여론을 지나치게 민감하게 보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흉악범 신상공개 '의무화' 법안…국회서 3년째 표류

20대 국회에서 살인, 강간, 아동성폭행 등 흉악범의 신상정보를 원칙적으로 공개토록 하는 법안이 2016년 7월 발의되기도 했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다. 현재 "공개할 수 있다"로 돼 있는 해당 조항 문구를 "공개하여야 한다"로 바꾸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남궁석 수석전문위원은 "신상정보의 공개로 인해 헌법이 정하는 무죄추정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으며 피의자의 인격권, 프라이버시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들이 제도 도입 초기부터 지적된 바 있다"는 내용으로 검토보고서를 냈다. 이후 법안은 법사위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된 채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고 묵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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